[더발리볼 = 천안 김희수 기자] 미래를 내다본 걸까. 블랑 감독이 말한 대로 허수봉이 날아올랐다.
현대캐피탈이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3-0(25-21, 25-18, 25-19)으로 완파하고 승점 3점을 챙겼다. 82분 만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허수봉이 블로킹 3개‧서브 득점 1개 포함 20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 69.57%를 기록하며 경기를 지배했다.
승장 필립 블랑 감독의 표정이 모처럼 밝았다. 블랑 감독은 경기 전 허수봉의 활약을 기대하라고 예언했던 것에 대해 “허수봉은 완성된 선수라고 생각한다. 재능도, 실력도 출중하다. 다만 이준협과의 호흡을 가다듬는 과정에서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시간이 그 문제를 해결해줬다. 경기가 끝나고 허수봉에게 잘 돌아왔다고 말해줬다. 다음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선수에 대한 신뢰가 예언의 비결이었음을 전했다.
경기가 비교적 쉽게 풀린 날이었지만 블랑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다. 주전 멤버들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코트 위에 세웠다. 블랑 감독은 “지금 팀이 압도적으로 강하고 출중한 팀이라면 로테이션을 돌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현대캐피탈은 발전의 과정에 있다. 또 다가오는 경기를 준비하는 느낌도 있었다”고 주전 선수들을 끝까지 투입한 이유를 소개했다.
지난해에 비해 서브 수치가 많이 떨어진 현대캐피탈이지만, 이날은 좋은 서브를 구사했다. 3개의 득점이 나왔고 반격으로 이어진 서브들도 많았다. 블랑 감독은 “서브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좋아질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정말 좋은 서브를 구사했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강력한 서브들을 때렸지만 상대 리베로가 이를 잘 걷어 올렸다. 삼성화재가 리시브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인 경기였다”며 팀의 개선된 서브와 함께 상대 삼성화재의 좋은 리시브를 함께 칭찬했다.
이날 경기 도중 블랑 감독은 박경민과 진한 포옹을 하기도 했다. 수비 상황에서 달려오던 박경민을 미처 피하지 못하는 바람에 다치지 않도록 잡아준 것. “안아주고 싶어서 그랬다”며 너스레를 떤 블랑 감독은 “내가 늙긴 했나보다(웃음). 내가 젊을 때는 그런 상황일 때 빠르게 피해줄 수가 있었다. 요즘은 자꾸 충돌한다”며 유머러스함을 과시했다.
덧붙여 블랑 감독은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번 경기 승리의 공을 박경민에게도 돌리고 싶다. 박경민은 최근 경기력을 계속 회복해가고 있다. 리시브도 안정적이고, 팀을 컨트롤해주고 있다. 신호진도 마찬가지다. 리시브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준협과의 공격 호흡만 조금 더 잘 맞춰서 전위에서 효과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 마지막 과제”라며 박경민과 신호진을 칭찬했다.
끝으로 최근 출전 빈도가 늘어나고 있는 정태준에 대해 블랑 감독은 “우리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가의 문제다. 최근에는 블로킹을 위해 정태준을 기용하고 있다. 김진영은 강한 서브가 강점인데 최근에 서브에 기복이 조금 있는 것 같다. 최민호-김진영-정태준이 최근에 많은 기회를 받고 있지만 시즌은 길다. 다른 미들블로커들도 언제든 준비 상태에 따라 기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소개했다.
블랑 감독은 인터뷰실을 빠져나가며 “정태준이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놀랄 노자다(웃음). 여러분도 이 귀한 순간을 잘 즐기시길 바란다”고 애제자 정태준을 놀렸다. 승리한 덕분에 만나볼 수 있는 그의 유머러스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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