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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전임자와 에이징 커브 의혹, 그 모든 걸 돌파해야 하는 새로운 기장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겠다”

김희수 기자 / 기사승인 : 2025-08-13 10:00:56
전 주장 한선수(왼쪽)과 새로운 주장 정지석./KOVO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10시즌을 2번 밑에 달려 있던 주장 마크가 이제 10번 밑에 달린다.

대한항공이 새로운 주장을 선임했다. 2015-2016시즌부터 주장으로 활약하며 팀의 첫 우승과 왕조 시대를 모두 이끌었던 한선수가 열 시즌 만에 주장 자리에서 내려오고, 그 자리를 정지석이 채우게 됐다. 

한선수에서 정지석으로 주장 마크가 넘어간 것은 타 팀의 주장 교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만큼 한선수는 대한항공에서 상징적이고 위대한 선수이자 주장이었다. 새로운 감독과 함께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가 아닌 도전자의 자리에서 새 시즌을 맞는 대한항공은 새로운 주장 정지석에게 혁신의 운전대를 맡겼다. 점보스의 비상을 이끌 새로운 기장이 된 것이다.

영광과 부담이 한껏 담긴 주장 마크를 10번 밑에 단 정지석은 <더발리볼>을 통해 주장 선임에 대한 첫 소감을 들려줬다. 그는 “부담이 되는 게 첫 번째다. 그 동안 (한)선수 형이 대한항공 왕조의 찬란함을 주장으로서 다져왔는데, ‘내가 주장이 돼서 그걸 망치면 어떡하지’ 하는 무서움과 스트레스가 있다”며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런 정지석의 부담감을 한선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정지석은 “선수 형은 ‘다음 주장은 네가 하게 될 거다. 한 번 잘 해봐라, 내가 도와주겠다’며 미리 주장 자리를 넘겨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는 ‘주장이 바뀌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리는 그대로 열심히 잘 하면 된다’고 말했는데 나 역시 그 이야기에 동의한다. 우리는 우리가 하던 대로 잘 해나가면 된다”며 한선수가 해준 이야기와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정지석은 과거 인터뷰에서 언젠가 대한항공의 주장이 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주장이 된 지금, 그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 “솔직히 좋은 주장이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은 정지석이었다. 

그러면서도 정지석은 “하지만 나쁜 주장이 무엇인지는 잘 알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나쁜 주장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하면서, 좋은 주장이란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단계에 있다. 열심히 할 일을 해나가다 보면 점점 좋은 주장이 무엇인지를 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주장 마크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정지석./대한항공

정지석이 느끼는 주장 마크의 부담감은 단순히 한선수라는 위대한 전임자로부터 나온 것만은 아니다. 팀이 흔들릴 때, 언제나 주장을 바라보며 이 순간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대한항공 팬들의 믿음 역시 그 부담의 출처다. 정지석은 “2번 밑에 달려 있던 그 작대기 하나가 팬 여러분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든든한 존재였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 무게감을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 주장이라고 혼자만 튀는 게 아닌, 모두가 함께 뭉쳐서 앞으로 나아가되 선두에서 동료들을 이끄는 주장이 되겠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새로운 주장 정지석은 현재의 팀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그는 “우리는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다. 토미 틸리카이넨의 팀에서 헤난 달 조토의 팀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에 있다. 특히 하이볼 상황을 뚫는 힘을 기르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정면 돌파할 수 있는 체급을 키우는 것이 달라질 우리 배구의 핵심”이라며 변화의 과정과 목표를 중심으로 팀을 분석했다.

이와 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주장이자 리그에서 가장 다재다능한 아웃사이드 히터인 정지석의 활약이 필수다. 그러나 정지석은 크고 작은 부상 등을 이유로 지난 두 시즌 동안 본인의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제 30대에 접어든 정지석이 어린 나이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한 탓에 이른 에이징 커브에 직격 당했다는 평가가 배구계 일각에서 나왔다. “정지석은 이제 꺾였다”, “예전 같은 경기력은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쓴 소리도 쏟아졌다.

정지석 본인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그는 담담했다. 정지석은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기분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최근 2년 간 보여준 모습은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고 자신의 부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인정만 할 뿐 움직이지 않을 정지석이 아니다. 그는 “나는 그저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다시 한 번 해보자, 제대로 내 실력을 보여주자’ 하는 생각뿐이다. 원래 스포츠의 재미는 일발역전에 있지 않나. 나에 대한 저평가를 보기 좋게 뒤엎어 볼 생각”이라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100%, 아니 200%”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2025시즌의 정지석./KOVO

다만 아직 몸 상태는 경기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다. 정강이 피로골절의 여파가 남아 있는 탓이다. 9월에 치러질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정지석은 “몸 상태만 받쳐준다면 세계선수권에는 당연히 나가고 싶다. 특히 트레버 클레베노(프랑스, OH)를 꼭 상대해보고 싶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뭐라 확언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저 몸을 잘 만들어 볼 뿐”이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끝으로 정지석은 팬들에게 새 주장으로서의 첫 인사를 전했다. 그는 “모두가 힘들 때도, 상황이 너무 어려울 때도 주장 정지석만큼은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겠다. 팬 여러분들이 저를 믿어 주실 만큼, 그 믿음에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대한항공이 맞이할 많은 새로움 속에서도 ‘주장 정지석’이 주는 새로움은 특별하다. 위대한 전임자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주변의 저평가를 뒤엎기 위해 그는 굳은 마음을 먹었다. 그가 이끌어갈 대한항공의 새로운 시대가 이제 곧 시작된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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