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부산 이보미 기자]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이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격돌한 뒤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두 팀은 21일 오후 부산 강서실내체육관에서 2025-2026시즌 OK저축은행 출정식에 앞서 사전 이벤트 매치로 맞붙었다. 전날 컵 대회 결승전에서는 대한항공이 승리를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벤트 매치는 4세트까지만 진행됐다.
OK저축은행은 2025년 의미 있는 도전에 나섰다. 남자 프로배구 막내 구단인 OK저축은행은 2013-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경기도 안산을 연고지로 V-리그 무대를 밟았다. 올해는 부산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지난 7월 14일 OK저축은행은 부산시와 연고 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부산 시민들 앞에 공식적인 첫 만남을 준비했다.
이날 모든 관중은 무료로 입장했다. 사전 신청 접수자를 대상으로는 선착순 1000명에게 OK저축은행 응원타월이 제공되기도 했다. 경기장 입장 시간 전부터 많은 팬들이 강서실내체육관을 찾으며 눈길을 끌었고, 4000명 수용 가능한 이 곳에 약 2351명의 관중이 들어섰다.
앞서 9월 초에는 OK저축은행 선수단이 처음으로 강서실내체육관에서 적응 훈련에 돌입했고, 11일에는 실업팀 부산시체육회와 연습경기를 펼친 바 있다. 역시 팬들을 위해 무료 관람이 가능했지만, 평일 오후에 열린 경기라 관중이 많지는 않았다. 이날 이벤트 매치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관중들이 체육관으로 모였다. OK저축은행 관계자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부산의 배구 열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OK저축은행의 응원 문구도 바뀌었다. 리시브를 할 때 ‘O’, 토스할 때 ‘K’, 공격할 때 ‘쌔리라’를 외쳤다. ‘쌔리라’는 ‘때려라’의 경상도 방언으로 나란히 부산을 연고로 둔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오래된 응원 문구이기도 하다. 양 팀의 팽팽한 접전으로 경기장 열기가 뜨거워지자, ‘OK 쌔리라!’를 외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졌다.
OK저축은행은 새 유니폼 중앙에도 ‘BUSAN’ 레터링을 선명하게 배치했다. 유니폼 뒷면에는 ‘우리가 남이가’에서 착안한 ‘읏리가 남이가’라는 문구도 새겼다. OK저축은행은 “부산시와 함께하는 첫 시즌인 만큼 소중한 인연을 유니폼에 잘 녹여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과 성공적인 동행을 상징하는 요소를 담은 셈이다.


부산에서 대한항공을 만난 OK저축은행은 세터 이민규와 아포짓 차지환,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과 송희채, 미들블로커 트렌트 오데이(등록명 오데이)와 진상헌을 선발로 기용했다. 리베로 정성현과 부용찬도 번갈아 투입됐다. 컵 대회와 비교해 차지환, 오데이가 새롭게 투입됐다.
대한항공은 컵 대회와 또 다른 조합으로 나섰다. 세터 유광우와 아포짓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정한용, 미들블로커 진지위와 최준혁이 먼저 투입됐다. 리베로 박지훈과 강승일도 함께 했다. 컵 대회에 출전이 불가했던 러셀과 정지석,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돌아온 정한용과 최준혁이 출격했다.
1세트 대한항공이 7-1 리드를 잡았다. 7-2에서는 정한용 백어택 득점으로 8-2로 달아났다. OK저축은행도 블로킹으로 맞불을 놨다. 진상헌이 상대 정지석 공격을 가로막고 포효했다. 5-10이 됐다. 분위기를 탄 OK저축은행이 맹공을 퍼부으며 9-13까지 추격했다. 이내 진상헌 속공이 가로막히면서 10-16으로 끌려갔다. 정지석의 블로킹이었다. 계속해서 대한항공은 러셀 서브 득점으로 18-11 기록, 정한용 공격 득점을 더해 19-12로 도망갔다. OK저축은행은 전광인 서브 득점으로 17-23을 만들었지만, 점수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2세트에는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대한항공이 정지석 서브 득점으로 14-13으로 달아났지만, OK저축은행 신장호도 서브로 득점포를 가동하며 18-19를 만들었다. 대한항공 러셀 공격까지 불발되면서 19-19 동점이 됐다. 상대가 흔들리는 틈을 타 22-21로 역전했다. 24-23으로 우위를 점한 대한항공이 듀스 접전 끝에 27-25로 2세트마저 가져갔다.
3세트에는 OK저축은행의 서브와 블로킹이 견고했다. 송희채 서브 타임에 연속 득점을 챙기며 11-4로 일찌감치 점수 차를 벌렸다. OK저축은행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전광인 수비 이후 송희채가 랠리 매듭을 짓고 16-8 더블 스코어를 만들었다. 대한항공은 세터 김형진이 투입된 가운데 러셀이 맹공을 퍼부었지만, OK저축은행이 3세트에서 웃었다.
4세트 대한항공이 8-4로 우위를 점했다. OK저축은행도 끈질긴 수비 끝에 차지환 공격 성공으로 1점을 만회했다. 5-9가 됐다. 박창성 다이렉트 공격 성공으로 6-9까지 따라붙었다. 이내 14-7로 도망간 대한항공이 18-11로 흐름을 이어갔다. OK저축은행도 선수 교체로 변화를 꾀했다. 김건우를 투입해 득점까지 챙기며 14-19가 됐다. 이후 김관우를 기용한 대한항공이 23-20에서 상대 추격을 따돌리고 먼저 25점을 찍었다.

한편 OK저축은행은 오는 11월 9일에야 2025-2026 V-리그 첫 홈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10월 17일부터 11월 5일까지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개최되면서 부산 홈경기가 미뤄졌다. 첫 홈경기 상대 역시 대한항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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