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OK저축은행에는 베테랑 리베로가 2명이다. 프로 데뷔 15년 차 부용찬과 OK저축은행 창단 멤버인 13년 차 정성현이 있다. 두 선수의 공존은 다가오는 시즌에도 이어진다.
정성현은 2013년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 창단 멤버다. 당시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이민규와 함께 유이한 OK저축은행 원클럽맨이다. 입단 동기 송희채는 삼성화재와 우리카드 이적 이후 2023년 다시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부용찬은 2018년 자유계약(FA) 송희채 보상선수로 삼성화재를 떠나 OK저축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던 2020-2021시즌부터 부용찬, 정성현이 동시에 코트에 나서기 시작했다. OK저축은행은 리시브에 능한 정성현과 디그가 강점인 부용찬이 있어 든든하다.
실제로 정성현은 역대 리시브 부문 11위(리시브 정확 3321개), 부용찬은 리시브 13위(3253개)와 디그 3위(3516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리시브와 디그를 합산한 디그 부문에서는 부용찬이 7위(6769개), 정성현이 13위(5027개)에 랭크됐다. 수비 1위 여오현(은퇴)과 곽승석(대한항공), 최부식(은퇴), 곽동혁(은퇴), 정민수와 서재덕(이상 한국전력)에 이어 7번째에 이름을 올린 것. 현역 선수 중에서는 4번째로 높은 순위다.
정성현은 “내 단점은 디그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용찬이 형이 커버를 해주신다.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배울 점도 많다. 서로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공존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고, 부용찬도 “이제 선후배 관계보다는 팀에서 가장 의지하는 친구다. 성현이는 나보다 더 깊은 생각을 가질 때도 있다. 많이 배운다”면서 “사실 공존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몇 년째 같이 뛰다보니 한 몸 같기도 하다. 성현이도 말한 적이 있는데 오랫동안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있는 두 리베로다.

아울러 부용찬은 2016-2017, 2017-2018시즌 연속 V-리그 베스트7에 선정됐고, 정성현은 지난 시즌에 ‘역대 13호’ 수비 5000개를 달성시키며 꾸준히 기록을 쌓고 있다.
부용찬은 “누적 기록은 경기를 뛸수록 쌓이는 거다. 경기를 할 때마다 하나라도 더 받고, 잘 보낸다는 생각으로 뛰고자 한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정성현도 “기록을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작년에 수비 5000개를 하고 나서 잠깐 찾아봤다. 이제 배구 선수로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때까지 내 몫을 하고 은퇴를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어느덧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릴 시기다. 정성현은 “원래 38세까지 배구를 하고 은퇴를 하자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3년이 남았다. 사실 예전에는 40세가 넘는 배구 선수가 흔치 않았다. 지금은 형들도 많이 뛰지 않나. 그래서 38세라고 좀 더 높게 잡기도 했다. 최대한 버티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부용찬도 “성현이와 나이도 비슷하다보니 같은 고민을 한다. 나 역시 마지막까지 쓸모 있는 선수, 기용 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또 은퇴 이후를 대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5년 OK저축은행의 변화도 크다. 새 사령탑으로 ‘봄배구 전도사’ 신영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이 OK저축은행에 둥지를 틀었다. 이민규가 코트 위 야전 사령관으로서 뛴다. 베테랑들이 모여 ‘관록의 힘’을 드러낸 OK저축은행이다. 더군다나 연고지도 안산에서 부산으로 이전했다.
정성현에게는 부산이 낯설지 않다. 대구 서부초를 거쳐 부산 성지중, 성지고에서 배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또 지난 21일 출정식에 앞서 열린 대한항공과 이벤트 매치에서 성지고 선수단이 볼 리트리버를 맡기도 했다. 정성현은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후배들도 있어서 책임감도 더 느낀다”면서도 “사실 중, 고교 시절에는 훈련이 힘들어서 그 기억밖에 없다. 광안리에서도 엄청 뛰었다”고 말하며 지난 기억을 떠올렸다.

탄탄한 선수 구성만큼 OK저축은행을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주장 부용찬은 “선수들도 기대를 하고 있다. 주목도 많이 받고 있어서 부담감도 있지만, 이 또한 이겨내는 것이 프로 선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OK저축은행은 올해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에서도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대한항공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부용찬은 “공교롭게도 11월 9일 홈 개막전 상대도 대한항공이다. 배구 레벨이 높은 팀이다. 홈 개막전에에서는 꼭 이기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정성현은 “부산 팬 분들의 응원에 놀랐다. 홈경기는 모두 이기고 싶다”고 했고, 부용찬 역시 “팬 분들이 열정적이다. 새 시즌에 정말 큰 힘을 받을 것 같다. 그 응원에 힘입어 더 다이나믹하고 재밌는 배구를 보여드리겠다”며 힘찬 포부를 밝혔다. 부산에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린 OK저축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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