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제천 김희수 기자] 공이 예뻐서 시작한 배구가 이제는 나의 꿈이 됐다.
2025 제천 전국 유소년 클럽 배구대회가 6일부터 10일까지 충북 제천시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초-중 클럽 팀들은 프로 팀 못지않은 진지함과 치열함으로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은 엘리트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도중 조금은 어설픈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 중 돋보이는 재능을 뽐내는 선수들도 있다. 7일 제천 어울림체육관에서 치러진 인천 대한항공과 경산 하양여중의 경기에서는 대한항공 소속의 이윤서(작전중 3학년)가 그런 선수였다. 코트 중앙에서 눈에 띄는 공격력으로 팀을 이끌었고, 서브와 수비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종료 후 이윤서가 <더발리볼>과 만났다. 이윤서는 “솔직히 경기는 너무 버거웠다. 흐름이 오락가락하는 경기라서 좀 무섭기도 했다. 그래도 이겨서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런 대회에 나오는 건 정말 신난다. 다양한 팀들을 만나면서 여러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재밌다”며 대회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아직 신체적으로도 완성되지 않았고, 구력이 짧은 선수들도 많은 클럽 대회인 만큼 스파이크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여중부 선수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이윤서의 공격이 유독 돋보였다. 그런 이윤서에게 “꼭 정한용을 보는 것 같다”고 칭찬하자 그는 과분하다는 듯 쑥스러운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윤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때리는 게 비결이다(웃음). 감독님께서 타이밍과 타점 조절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자신의 공격력에 대한 비결을 소개했다.
팀의 주장인 이윤서는 경기 내내 팀의 파이팅도 주도했다. 그가 “항공!”을 선창하면 선수들이 “어이!”를 외치는 모습은 대한항공 선수들이 V-리그에서 외치는 파이팅 못지않게 기운이 넘쳤다. 이윤서는 “감독님이 저보고 하라고 하셨다(웃음). 분위기를 계속 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수하고 자책하면서 다음 플레이가 무너지는 걸 볼 때마다 화가 정말 많이 나서, 그런 일이 없도록 선수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려고 한다”고 의젓한 목소리를 냈다.
등번호가 조금은 독특한 96번인 것도 눈에 띄었다. 이윤서는 “고른 건 아니고 랜덤으로 배정받은 번호다. 사실 마음에 들진 않는다(웃음). 1번을 달고 싶다. 어디에서나 1등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윤서는 어떻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을까.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그는 “처음에는 배구공이 예뻐서 배구를 해보고 싶었다”고 유쾌한 이유를 밝혔다. 이후 인천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항공이 배구 클럽을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렇게 배구를 시작한 지 2년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배구가 이제는 이윤서의 꿈이 됐다. 그는 “엘리트 배구를 하는 데 관심이 있다. 고교 진학도 엘리트 팀이 있는 학교로 생각 중이다. 가족들도 한 번 열심히 해보라고 지지해줬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원하는 포지션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웃사이드 히터”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한 이윤서였다.
엘리트 선수가 되는 길은 클럽에서 배구를 할 때와는 또 다른 어려움을 이겨내야 하는 길이다. 그걸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에 나선 이윤서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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