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천안 김희수 기자] 허수봉은 스스로를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그간의 땀이 허수봉의 가치를 증명해줬다.
현대캐피탈이 2024-2025시즌 트레블의 영광을 차지할 때, 그 중심에는 단연 리그 MVP가 된 허수봉이 있었다. 압도적인 공격력과 서브에 발전된 리시브까지 더해지며 리그를 대표하는 아웃사이드 히터이자 팀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랬던 허수봉이 진에어 2025~2026 V-리그 초반부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았고, 자신감도 떨어져 보였다. 황승빈의 부상 이탈로 인해 팀의 사이클 자체가 떨어진 상황에서 허수봉의 부진은 치명적이었고, 현대캐피탈은 2라운드에 1승 4패에 그치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흔들리던 허수봉은 2라운드의 마지막에 마침내 살아났다. 그는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남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3-0(25-21, 25-18, 25-19)으로 꺾는데 앞장섰다. 블로킹 3개‧서브 득점 1개 포함 20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도 69.57%로 높았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허수봉은 “이번 경기에서는 마음에 드는 경기력이 나왔다.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해야 될 것 같다”고 자신의 경기 내용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허수봉은 그간의 부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부상도 있었고, 호흡을 맞출 시간도 적었다. 이런 문제들이 겹치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계속 안 풀리다보니까 연습 때도 블로킹을 피하는 데 급급했고, 강타를 때릴 타이밍에도 페인트를 놓게 됐다. 스스로에게 계속 의문을 가졌다. ‘내가 지난 시즌에 잘한 건 운이었을까? 이 공격이 들어갈까?’ 그런 생각들에 계속 사로잡혔다”고 부진했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세계선수권을 포함해 굵직한 대표팀 일정도 모두 소화했던 허수봉이다. 비시즌의 강행군이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은 아니었을까. 허수봉은 “지금 한 5~6년 정도 계속 대표팀-시즌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번 시즌에는 해외 일정이 유독 많았고 거의 모든 경기를 주전으로 소화했다 보니 팀 복귀 후 몸이 빨리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호흡을 맞추는 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다. 하지만 대표팀 경기를 많이 치렀다는 자체가 내 부진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도의 연관은 있겠지만 그 자체가 원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다행히 허수봉은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살아났다. 덕분에 팀은 힘들었던 2라운드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허수봉은 “이번 시즌에 감독님 방에 자주 갔다. 경기가 안 풀린 날도 많았고 패배도 많았기 때문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조금씩 감을 찾아가면 된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또 넌 할 수 있다고 계속 믿어주셨다. 그 믿음에 늦게나마 보답한 것 같다”며 자신을 믿어준 필립 블랑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블랑 감독은 허수봉에게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에 허수봉은 “이번 경기로 이번 시즌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고 싶다. 기복이야 있을 수 있겠지만, 계속 자신감을 가지고 남은 시즌에 임해보겠다”는 이야기로 화답했다.
이날 역대통산 3000득점이라는 대기록도 국내 선수 17호로 달성한 허수봉이다. 그는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도 없었다. 경기 중에 소식을 듣고 좀 놀랐다. 이렇게 많은 득점을 올리는 선수가 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잘한 경기에서 의미 있는 기록까지 달성해서 더 기분이 좋다. 앞으로 배구할 날이 많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리겠다”고 기록 달성 소감을 전했다.
지난 시즌의 맹활약은 결코 운 따위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허수봉 본인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떨어진 자신감과 몸 상태는 하지 않아도 될 고민과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허수봉은 자신의 노력과 마음가짐으로 쓸 데 없는 고민과 의심을 털어냈다. 그가 리그의 슈퍼스타이자 현대캐피탈의 캡틴인 이유를 보여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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