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 ‘유소년 배구 현황과 과제’,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시대를 대처하는 법’에 이어 ‘V-리그 브랜드 강화’에 대해 다뤘다. 4월호에는 V-리그 팬 문화 및 응원 문화를 짚어보고, V-리그의 지속 가능한 흥행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 봤다.
‘K-떼창’에서 ‘K-응원 문화’로
이른바 ‘K-떼창’의 힘은 크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이 공연 중 한국 팬들의 떼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완성해간다. 이는 그대로 국내 스포츠 현장에서도 적용된다.
2024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를 위해 한국을 찾은 LA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K-응원 문화’에 흥미를 보였다.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한국의 KBO리그처럼 치어리더가 양 팀의 응원전을 펼쳤고, 관중들도 큰 목소리로 응원가를 부르며 뜨거운 응원 열기를 드러냈다. 당시 로버츠 감독은 “치어리더들이 9회까지 응원하는 모습을 봤다. 경기 분위기가 매우 좋았고, 에너지가 넘쳤다. 미국에는 없는 문화라 흥미로웠고 신선했다”고 했고, 다저스의 투수 타일러 글래스노우도 “이닝마다 응원가가 나와서 새로웠고, 우리 홈구장에도 이런 응원 문화가 있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한 바 있다.
그만큼 KBO리그 응원 문화는 이색적이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에 KBO리그가 전 세계에 중계된 동시에 관중석에서의 열광적인 응원이 화제가 되면서 시선이 집중됐다. 팬들은 선수별 고유 응원가에 맞춰 목소리를 높였고, KIA 타이거즈의 ‘삐끼삐끼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응원가도 단순하지 않다. K-팝 노래는 물론 트로트, 팝송 등 다양한 음악 장르가 등장한다. 응원 도구나 율동도 다르다. 연고지에 따라 응원 구호 속에는 사투리가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는 “마!”를 외치고, ‘부산갈매기’라는 곡을 목놓아 부른다. 응원으로도 각 팀들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도 2024년부터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마케팅에 집중했다. 한국 특유의 팬덤 문화가 바탕이 되고 있는 ‘K-스포츠 관광’이 시작된 셈이다. 2025년 4월에는 관광공사와 키움 히어로즈의 협업으로 대만 관광객들이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야구 경기 관람 외에도 한복 체험, 남산타워와 경복궁 방문, 공연 관람까지 이어지는 관광 프로그램을 즐겼다. 야구 뿐만 아니라 배구에서도 관광 상품이 개발됐다. 2025년 정관장의 아시아쿼터 선수였던 메가와 함께 진행됐다. 부산 주요 관광지 방문과 함께 정관장의 홈경기장인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메가의 경기를 관람하는 코스였다. 메가도 한국관광공사의 유튜브 영상에 직접 등장해 한국의 매력을 알리곤 했다.
결론적으로 관중석에서 만들어지는 한국 특유의 응원 문화는 또 다른 경쟁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팬들의 참여로 뿜어내는 에너지가 그 동력이다. 실제로 해외 팬들에게는 ‘경험하고 싶은 문화’가 됐다.
그렇다면 V-리그에서도 이러한 응원 문화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각 구단들도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리그 전반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획일적인 응원 문화가 아닌 각 팀만의 다양한 색깔이 필요해
V-리그에도 선수들마다 응원가가 따로 마련돼 있다. 모든 팀들이 치어리더와 함께 응원의 열기를 더한다. ‘원 클럽맨’들의 응원가가 돋보인다. 현대건설 양효진은 아이유와 울랄라세션의 ‘애타는 마음’이라는 곡에서 ‘바로 너야. 예쁜 이 장미 닮은 너야. 입술이 딸기 같은 거야. 내 맘을 1초 만에 다 뺏겨 버렸어’라는 가사를 활용한 응원가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은 뽀로로에서 나온 ‘바라밤’ 노래로 팬들과 호흡했다. ‘봉보로 봉보로 봉보로 봉(X 2) 보로보로봉 보로보로봉 현!대! 허!수!봉!’을 함께 외쳤다.
세트 사이에 암전을 한 뒤 ‘싱어롱타임’을 갖는 팀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카드는 코요태의 ‘우리의 꿈’에 맞춰 관중들의 핸드폰 플래시를 활용, 경기장을 하나의 공연처럼 연출하고 있다.
응원 도구에도 변화를 꾀했다. 대한항공과 IBK기업은행은 페이퍼 응원봉을 마련해 팬들의 흥미를 유도했고,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브이클랩과 손짝짝이, 응원깃발까지 준비했다.
이처럼 각 구단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응원 문화에 다채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다. 특히 MZ세대가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V-리그 역시 젊은 여성 팬층이 확대되면서 그 방향성은 맞아떨어졌다. 다만 이를 문화로 확장하는 데에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야구에 비해 역사가 짧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야구는 오랜 시간 리그가 운영되면서 구단별로 고유한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LG 트윈스의 가을야구의 상징이기도 한 ‘유광 점퍼’ 열풍이 불었다. 팬덤 문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화 이글스는 ‘시그니처 색’인 오렌지색이 뚜렷하다. 그렇게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실제로 작년에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한화 이글스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선수단에게 ‘오렌지색’ 핸드폰을 선물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구단의 색이 얼마나 뚜렷하게 각인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렇게 오랜 시간 쌓아온 구단별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응원 문화로 확장된다. 특정 색깔과 응원 도구, 응원가와 구호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면서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는 관중석의 풍경으로 비춰진다. 팬들은 이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공유하고 재생산하며 문화를 확장하는 주체가 된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특정 응원 도구를 들고, 팀의 상징적인 노래를 함께 부른다. 팬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험이 쌓이게 되는 셈이다.
V-리그 대부분의 경기장에서는 치어리더와 응원단이 주도하는 일정한 틀 안에서 응원이 펼쳐진다. V-리그 구조상 한 대행사가 복수의 팀과 협업을 한다. 응원가의 구성과 진행 방식, 구호와 율동 등 유사한 패턴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길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3월호에서도 언급했듯이 ‘경기 관람’에서만 끝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배구 특성상 랠리가 펼쳐지는 시간이 짧고, 여기에 몰입해야 하는 특징이 있지만 그 외 팬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어갈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응원 문화를 위해서는?
결국 배구장에서도 능동적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이 중요하다. 먼저 팀별 정체성을 응원 문화에 녹여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구단의 상징, 선수 개개인의 서사, 그리고 지역성 등을 반영한 응원이 자리를 잡아야 팬들도 스스로 참여하고 경험을 공유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응원가 공모전을 통해 팬이 직접 응원가를 만들거나, 팬이 제작한 영상과 율동 등을 채택해 실제로 경기장에서 활용하는 등 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아울러 연예계에서 챌린지 열풍이 불듯이, 팬들이 직접 참여하고 이를 SNS를 통해 자연스럽게 확산시킬 수 있는 응원 콘텐츠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밈’이 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뜻이다. 치어리더, 선수, 팬이 함께 챌린지에 도전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를 잡는다면 새로운 응원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원정 팬들의 응원 문화도 장려할 필요가 있다. 응원은 홈에만 머물러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원정 경기까지 함께 하는 팬층이 형성될 때, 팀과 팬의 유대감은 더욱 깊어지고 응원 문화 역시 한층 더 확장될 수 있다.
아울러 배구계 전반에 깔린 다소 폐쇄적인 분위기는 방해 요소가 된다. 배구는 ‘점잖은 스포츠’라는 이미지와 함께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응원, 질서 정연한 관람 문화가 형성돼있다. 이 기조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팬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표현을 제한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팬들의 참여를 존중하고, 보다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팬 문화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배구 역시 새로운 활력을 얻으며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역사와 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맞물리며, 구단별 응원 문화는 더욱 선명한 색을 띠게 된다. 이제는 ‘보는 리그’를 넘어, 팬이 함께 완성하는 리그로 나아가야 할 때다. V-리그 역시 팬이 서사를 만들어가는 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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