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 ‘유소년 배구 현황과 과제’,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시대를 대처하는 법’, ‘V-리그 브랜드 강화’에 이어 ‘V-리그 팬 문화 및 응원 문화’, ‘배구 전문 인력 양성 방안’에 대해 다뤘다. 6월호에는 V-리그 글로벌화 전략 방법에 대해 모색해 봤다.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가 목표
일본 SV.리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최근 아시아 배구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도 열정적인 아시아 팬들을 공략하기 위해 주요 국제 대회를 아시아에서 개최하고 있다. 아시아 전통 강호로 불린 동아시아권의 일본, 중국, 한국 등도 각국 리그 발전을 위해 노력 중이다. 가장 먼저 일본이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겠다는 목표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2023년 새로운 로드맵을 구성한 SV.리그는 2025-2026시즌을 앞두고 목표를 수정했다. 2024-2025시즌에만 총 112만 명의 관중을 유치하며 성과를 냈다. 직전 시즌과 비교해 두 배에 달했다. 정규 시즌에만 남자부의 경우 전년 대비 75% 증가한 66만 4709명을 기록했고, 여자부 역시 195% 증가한 36만 9958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일본 매체에서는 “남자 경기 중에 1만 명이 넘는 관중을 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확실히 여성 팬들의 관심이 높은 편다. 마치 배구장이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만큼 열정적으로 응원을 한다”면서 “20~40대 여성이 남자 경기 관중의 8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시카와 유키와 다카하시 란, 니시다 유지 등 황금 세대라고 불리는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SV.리그에 시선이 집중됐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수를 늘리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 일본으로 모이고 있다.
2025년 10월에는 2030-2031시즌까지 연간 관중 250만 명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실제로 2026년 1월 17일과 18일 SV.리그 남자부 울프독스 나고야와 산토리 선버즈의 빅매치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토요일 첫 경기에서 리그 최다 관중인 1만 4037명의 관중이 나고야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일요일 두 번째 경기에서도 1만 4073명의 관중이 찾았다. 당시 SV.리그도 “2경기를 치르면서 2만 8110명의 관중이 모이면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SV.리그의 꾸준한 성장과 일본 엘리트 배구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며 “앞으로도 관중 수는 더 늘 것으로 기대가 된다. 팬층의 확대와 리그 규모 확장,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SV.리그는 다각도로 리그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리그의 스포츠 경기만이 아니라 배구 산업 성장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리그 전반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 규모 및 생태계를 이루고자 했다. 아울러 SV.리그는 지역 사회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 전역에서 팬들과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FIVB와 세계 각국의 리그와 협력 강화에도 집중했다. 동시에 SV.리그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리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SV.리그는 FIVB와 이탈리아 리그 등 세계 배구에 영향력을 끼치는 단체들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2024년에는 FIVB와 다년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세계 배구 경기가 중계되는 OTT 플랫폼인 VBTV에서 SV.리그 경기를 중계하며 전 세계 팬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세계무대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한 노력이었다.
올해 4월에는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리그와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SV.리그의 오카와 마사아키 회장이 이탈리아를 다녀온 바 있다. 올해는 이탈리아와 일본의 수교 160주년을 기념해 일본에서 재회했다. 이탈리아 리그의 마시모 리기 회장은 “지난 30년간 세계 배구계의 리더들은 이탈리아 세리에 A를 선두 주자로 꼽아왔다. 늘 최고의 전문성과 열정으로 리그를 운영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다른 리그와 협력도 필요하다. 우리의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했고, 특히 일본 리그에서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고, SV.리그는 “리그 운영, 팬 참여, 유소년 육성, 이벤트 및 대회 조직과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범 사례 공유는 물론 이탈리아와 일본 간 선수 교류에 대한 협력을 약속했다”고 했다. 작년에는 이시카와가 소속된 이탈리아 클럽팀 페루자, SV.리그의 우승 후보로 꼽힌 오사카 블루테온이 일본에서 치른 두 차례 친선 경기가 모두 매진이 된 바 있다. 이 외에도 일본 선수들이 이탈리아로 진출해 경험을 쌓고 있고, 이탈리아 선수들과 코치들도 SV.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류와 훈련 장비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일본 기업들이 이탈리아 리그의 팀들을 후원하고 있고, 일본 선수들이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정상을 향해 나아가자’, ‘차세대 글로벌 기준을 세우자’는 슬로건 아래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혁신을 추진 중인 SV.리그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한국배구연맹 역시 글로벌화 전략을 세웠다. 2024년 KOVO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빅5 KOVO,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구단 전력 상향 평준화, 수익 극대화 및 자생력 확보, 리그 구성원 전문 역량 육성, 팬 인게이지먼트 강화, 국제 경쟁력 강화, 새로운 경험 창출 등에 집중하겠다는 과제를 설정했다.
한국도 SV.리그와 손을 잡았다. 2025년 4월 SV.리그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적극적인 배구 교류에 나섰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는 한국과 일본 리그 우승팀이 맞붙었던 ‘한일 V-리그 TOP MATCH’로 교류를 이어왔다. 이후 연맹은 KOVO컵 대회에 일본팀을 지속적으로 초청했고, 한국 은퇴 선수를 일본으로 지도자 연수를 보내고 있다. 양 단체는 ‘한일 V-리그 TOP MATCH’ 부활, SV.리그 유소년(U-15) 대회 참가, SV.리그 구단으로 지도자 파견 등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에 한국과 태국 여자배구의 올스타 슈퍼매치도 6년 만에 재개됐다. 한국은 올스타 팀을 꾸렸고, 태국은 V-리그 아시아쿼터 선수로 활약한 타나차와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2024년에는 이탈리아 몬차 소속이었던 이우진과의 인연으로, 2024 한국·이탈리아 남자배구 글로벌 슈퍼매치가 열린 바 있다. 남자부와 여자부 모두 꾸준히 해외 교류의 장을 만들며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를 도모했다.
여기에 2023년에 도입된 아시아쿼터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인도네시아의 김연경’이라고 불리는 메가다. 메가는 2023년부터 2년간 정관장 소속으로 맹활약했다. 아시아쿼터 선수로는 흔치 않은 아포짓 포지션으로 외국인 선수급 활약을 펼치며 V-리그 판도를 흔들었다. 최근 배구 인기가 뜨거운 인도네시아에서도 V-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2025년 한국을 떠난 메가가 다가오는 2026-2027시즌에는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V-리그 무대에 오른다. 벌써부터 메가의 V-리그 복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지도자들이 V-리그에 몰리면서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브라질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 일본 남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의 흥국생명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에 이어 최근 IBK기업은행의 새 사령탑이 된 일본 여자배구 대표팀 사령탑 출신의 마나베 마사요시 감독 등 국제 무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들의 행보 역시 배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도 글로벌화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아시아쿼터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선발하기로 했고, 내년에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도 폐지하기로 했다. 현재 아시아쿼터 선수 1명, 외국인 선수 1명 보유 중인 가운데 추가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배구 흐름에 발맞춘 리그로 변화하고 있다.
방향은 정해졌다. 단기 성과가 아닌 지속 가능한 리그 성장 구도를 구축해야 한다. 먼저 아시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점점 아시아 내 배구 인기가 상승하고 있고, 한국 선수들 역시 현지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해외 팬 유입을 위한 다국어 콘텐츠 제작, 아시아 클럽팀들 간의 활발한 교류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SV.리그도 일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영상 인터뷰에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과거의 V-리그도 트라이아웃 제도 도입 이전에 세계적인 선수들이 한국을 찾았다. 지금의 SV.리그처럼 충분히 슈퍼스타들을 영입해 리그의 흥행과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곧 리그 브랜드 가치와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세계 시장에 ‘K-배구’를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연맹 차원의 해외 교류, 각 팀들의 해외 전지 훈련 등 국제 교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V-리그 팀들이 비시즌 일본팀들과 합동 훈련을 실시하곤 한다. 한국 팀들이 일본으로 가거나, 일본 팀이 한국으로 오는 등 오랜 기간 교류를 통해 경험을 넓히고 있다. 다만 단순한 친선 교류를 넘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국제 협력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팀들은 팬들을 초청한 친선 경기 혹은 비공개 경기만 치르고 있다. 일부 일본 팀은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만 경기에 초청하는 등 마케팅을 펼쳤고, 흥국생명도 2024년 오사카 마블러스와 경기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공개적으로 치른 바 있다. 여기서 국제 대회 개최, 유소년 교류전, 공동 콘텐츠 제작, 팬 교류 이벤트, 스폰서 연계 마케팅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교류 대상으로 일본 뿐만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 다양한 리그와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KOVO’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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