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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난 건 행운이야” 배구로 맺어진 인연, 김선호·이인희 부부 [VOLLEYBALL FAMILIES]

이보미 기자 / 기사승인 : 2026-06-16 22:51:40
대한항공 김선호와 아내 이인희 씨가 5월 15일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수원=한혁승 기자

[더발리볼 = 수원 이보미 기자] <더발리볼>은 배구라는 세계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배구로 묶인 가족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배구인 부부를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배구 선수로 뛰었던 이인희, 현재 대한항공 소속의 김선호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9개월이 된 첫째 딸 채유와 곧 태어날 쌍둥이까지 총 5명의 가족 이야기기도 하다. 

김선호-이인희 부부를 이어준
배구선수 문지윤

Q. 두 분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나요.
김선호 제가 문지윤 선수랑 고등학교 때부터 친했어요. 대학교 다닐 때도 경기를 보러 많이 왔고요. 그때 지윤이가 IBK기업은행에 있었는데, 아내가 팀 매니저로 함께 지내고 있던 시기였어요. 제가 먼저 지윤이 SNS에 올라온 아내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말했는데, 지윤이가 갑자기 영상 통화를 하는 거예요. 그때 서로 인사하고 SNS 친구로 보고만 있었죠. 이후에 지윤이가 장충체육관에서 경기하는 거 보러 갔었는데, 경기 끝나고 아내와 인사를 하게 됐죠. 지윤이가 ‘그 오빠야’라고 말하면서 소개해줘서 직접 얼굴을 보게 됐죠.
이인희 그때가 2019년 겨울이었어요. 그런데 저보다 4살 어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25살이었고, 남편은 21살이었거든요. 장충체육관에서 얼굴을 봤는데 잘 생겼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연락 한 번 해볼까’ 고민하다가 했죠. 그렇게 5년 가까이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했어요. 

Q. 배구계에서 같이 일한 만큼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을 듯해요. 
인희 제가 팀 매니저로 있었고, 남편이 프로 선수로 뛰면서 스케줄이 비슷해졌어요. 보통 운동선수들은 자주 못 보는 것 때문에 다툰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서로 일정을 다 알고 이해할 수 있으니까 거의 안 싸웠죠. 대신 배구 얘기는 일절 안 해요. 스트레스를 받는 거 다 알고, 또 알아서 열심히 하니까 신경 안 썼어요. 
선호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배구선수들은 시즌 들어가거나 하면 만나는 게 힘들어서 서운해 할 수 있는데 저희는 서로 잘 아니깐 응원해줬죠. 가끔 쉬는 날이 안 맞는 날이 있으면 저 혼자 밥 먹으면서 ‘같이 밥 먹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했죠. 

Q.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있었나요.
선호 그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가 한창인 시기였는데, 아내는 대구 출신이라 집을 못가는 상황이었어요. 저희 부모님이 우리 집에 있으라고 하셔서 같이 지냈는데 어른들한테 잘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엄마도 저한테 싹싹한 며느리 데려오라고 했거든요. 거기서 확신이 들었죠.  
인희 계속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들까지도 깊게 알게 되고, 같이 여행도 다녔고요. 다른 사람과 결혼 생각을 아예 안 했어요. 결혼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결혼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경상도 분이셔서 무뚝뚝하신데, 선호 집에서 지내다보니 아버님이 주말에 음식, 설거지를 다 해주시는 거예요. 그 화목한 분위기가 좋았어요. 지금도 선호가 설거지나 뒷정리 해주고, 첫째 딸 (김)채유도 봐주고, 지금 쌍둥이 임신 중이라 옆에서 잘 챙겨줘요(웃음).
선호 시즌 때는 제가 못하니까 휴가 때 많이 도와주려고 하죠. 제가 없을 때는 아내가 혼자 다 케어를 해야 하니까요. 형들이 육아보다 운동이 더 편하다는 말을 실감해요. 좋지만 힘들긴 해요(웃음).

Q. 첫째 딸 채유가 태어났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인희 훨씬 꽉 채워진 느낌이었어요. 둘도 행복했지만 채유 낳고 아예 달라졌죠. 둘 다 부모로서 책임감도 커지고, 아기가 생기니까 ‘가족’이라는 느낌이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선호 채유가 뱃속에 있을 때는 와닿지 않았어요. 태어나고 나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어요. 엄청 뭉클했어요. 이제 모든 것들이 채유한테 맞춰지고 있죠. 

배구로 인연을 맺은 부부, 대한항공 김선호와 아내 이인희 씨가 5월 15일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함께 미소를짓고 있다./수원=한혁승 기자 

‘꼬동이’와 ‘째동이’까지
다섯 식구가 되다

Q. 쌍둥이 아들은 언제쯤 볼 수 있나요.
인희 8월 말쯤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태명은 꼬동이와 째동이에요. 첫째 채유의 태명이 꼬물이였어요. ‘꼬물이 동생’이라고 해서 꼬동이, 채유를 ‘째유’라고 불러서 ‘째유 동생’이라고 해서 째동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Q. 세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아요.
인희 채유는 순한 성격이에요. 아마 남편을 닮은 것 같아요. 어릴 때도 60일 정도만 힘들고 그 이후로는 울지도 않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아이였거든요. 이제 아들 2명 더 늘면 힘들 것 같긴 한데 상상이 안 돼요. 주변에서는 3년 정도만 키워놓으면 아이들끼리 잘 논다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 잘 버텨 봐야죠. 
선호 책임감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하나에서 둘도 아니고, 바로 셋이 됐잖아요. 세 배로 책임감이 커진 것 같아요. 

Q. 최근에 하와이 여행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인희 신혼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왔기 때문에 채유랑 함께 다시 가고 싶었어요. 
선호 아이랑 가는 거라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비행 시간이 저녁이라 딱 잘 시간이라서 괜찮았어요. 비행기 안에서도 한 번도 안 울고 조용히 있었어요. 가서도 적응을 잘해줘서 고마웠죠. 하와이 가서 바다수영도 즐기더라고요. 

Q. 채유도 지난 시즌 배구장 나들이를 했었죠.
인희 100일 넘어서 배구장에 갔어요. 어릴 때부터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시끄러운 곳도 가서 그런지 지금도 낯을 안 가려요. 
선호 예전에 형들 보면서 부러웠던 기억이 나요. 경기장에서 애기들이랑 같이 놀고 사진을 찍잖아요. ‘나도 저런 날이 오겠지’ 했는데 채유가 이제 있어서 좋더라고요. 형들도 채유를 많이 예뻐해 주세요. 

Q.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대부분 아들을 낳고, 대한항공 선수들은 딸을 낳는다는 얘기가 있어요. 
선호 제가 현대캐피탈에 있을 때만 해도 아이들이 다 아들이었어요. 그리고 현대캐피탈 소속일 때 아내가 임신을 했는데 성별이 딸이어서, 다들 ‘선호가 이제 깨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채유가 태어나기 전에 제가 대한항공으로 이적을 하게 되니, 주변에서 ‘대한항공에 갈 운명이었구나’ 그러더라고요(웃음). 

Q. 이제 새 시즌에는 세 아이 모두 배구장에 가겠네요.
인희 아마 내년 초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워낙 평소에도 시부모님과 시누이가 많이 도와주셔서 다 같이 갈 것 같아요. 
선호 누나가 원래 아이를 안 좋아했는데 조카를 보더니 달라졌어요. 오늘도 집에 와서 도와주고 있고, 부모님도 저녁에 저희 집으로 오신다고 했고요. 김포에서 수원까지 오신대요(웃음).

Q. 아이들이 배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요.
인희 아들은 시킬 것 같은데 채유는 모르겠어요. 채유가 키 185cm 정도 큰다면 시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선호 저도 딸은 안 시킬 것 같아요. 아들은 운동 신경이 있으면 시켜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말 안 들으면 배구 시켜야죠 뭐(웃음).

5월 15일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함께 웃고 있는 대한항공 김선호와 아내 이인희 씨./수원=한혁승 기자 

“고맙고 사랑해”

Q. 리베로 출신의 아내와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고 있는 남편이잖아요. 서로 조언도 해주나요.
선호 집에서 배구 얘기를 안 해요.
인희 FA 됐을 때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했고, 리시브 같은 얘기는 안 해요. 워낙 기본기가 좋으니까요.  

Q. 아내 분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정관장, IBK기업은행 팀 매니저를 맡았어요. 매니저 일을 오래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요.
인희 정관장에서 1년 반 정도 지내다가 이정철 전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IBK기업은행으로 갔는데 좋았어요. 일도 재밌었고, 사무국 분들도 좋고, 선수들도 착해서 오랫동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힘든 순간도 있었고, 나태해지는 제 모습을 보는 게 싫었어요. 선호도 옆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줬고요. 그렇게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일을 그만두고 결혼을 하고, 가정에 집중하게 됐죠. 

Q. 선호 선수도 어느덧 프로에서 6시즌을 보냈어요.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면요. 
선호 처음에는 최태웅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셔서 많이 성장을 했죠. 이후 점점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고, 나가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못 됐어요. 그때는 리빌딩 시기라 경기에 질 때가 더 많았어요. 또 어릴 때라 ‘몇 경기 안 뛰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행복했죠. 지금도 기회가 왔을 때라도 들어가서 보여줄 수 있으면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Q. 1년이나 지났지만, 2025년 대한항공으로 FA 이적을 결심한 이유가 있었나요.
선호 환경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또 대한항공에서 제안이 왔고요. 워낙 좋은 형들도 많잖아요. 누구나 한 번 쯤은 한선수 형의 공을 때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때 팀을 옮기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적을 했어요. 출퇴근 시간도 단축됐죠. 원래 50분 정도 걸렸는데, 지금은 15분이면 가요. 

Q. 사실 이적 후 첫 시즌에 부상으로 마음고생을 했죠. 
선호 대한항공 들어와서 비시즌에 훈련을 하다가 어깨를 다쳤어요. 복귀하려고 했는데 또 종아리를 다쳐서 ‘운이 없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트레이너 파트 쪽에서 재활 치료를 잘해주셔서 생각보다 빨리 복귀를 할 수 있었어요. 운동량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몸도 많이 올라왔고요. 시즌 도중 부상자가 나오면서 저한테는 기회 아닌 기회도 받았죠. 그 기회를 잡고 싶었고, 그래서 간절히 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해요. 
인희 채유 출산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선호가 다쳤어요. 어깨를 다쳐서 팔도 잘 못 썼고요. 그렇게 어깨 재활을 잘 해서 시즌 들어갔는데 종아리 찢어졌다고 해서 속상했죠. 집에 와서 힘들다, 아프다는 말도 안하고 묵묵히 애기도 봐주고 그랬어요. 고맙죠. 이번에는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Q. 힘든 순간에는 어떻게 같이 이겨내려고 했나요. 
선호 경기를 많이 뛰다가 요즘은 못 뛰니까 힘들었는데 옆에서 늘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자신감을 불어넣어줘서 고맙게 생각해요. 
인희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 하는 게 보이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위로밖에 없었어요. 제가 힘들 때는 늘 선호가 ‘좋게 잘 마무리하고 쉬어도 된다’는 말을 해줬거든요. 믿을 구석이 있어서 좋았어요. 저도 배구 선수로 뛰었지만,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배구가 싫고 짜증이 나다가도 잘하면 배구가 좋아져요. 배구를 통해서 우리가 만나게 됐기 때문에 복잡한 감정을 안고 있는 것 같아요. 

Q.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선호 대학교 때부터 옆에서 늘 응원해줘서 잘 버틸 수 있었고, 덕분에 프로에도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 고맙다는 말 하고 싶다. 지금 채유도 키우고 있고, 앞으로 쌍둥이도 태어나는데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인희 남편으로서, 채유 아빠로서 항상 부족함 없이 잘해줘서 고마워. 화도 내지 않고 다 받아줘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하고 싶다. 덕분에 우리 가족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거야. 눈물이 나네.

Q.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해주세요.
인희 채유는 지금처럼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줬으면 좋겠어. 언제나 엄마, 아빠가 옆에 있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해. 쌍둥이는 알아서 잘 클 것 같은데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해. 우리한테 와줘서 고맙다. 
선호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밝게만 커줬으면 좋겠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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