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V-리그 20년 역사상 최초의 통합 우승 4연패. 한국 배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대한항공이지만 멈추고 싶지 않았다. 5회 연속으로 자신들의 기록을 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트로피의 주인이 될 수 없었다. 4차례나 통합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한번쯤은 숨을 고르는 시간으로 여길 수도 있었지만 대한항공은 재정비에 속도를 냈다. 4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과의 동행을 마치고 브라질 출신의 명장 헤난 달 조토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대한항공 감독 부임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구단 3번째 외국인 감독과 함께 빼앗긴 트로피를 되찾으면서 아직 대한항공의 ‘왕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려 한다.
헤난 달 조토, 그는 누구인가
헤난 감독은 16살의 나이에 브라질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했으며 날카로운 서브와 안정적인 리시브 능력을 발휘했다. 무려 네 차례나 올림픽에 출전하면서 브라질의 주축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1982년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대회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브라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1989년까지 선수 커리어를 이어갔으며 2015년에 국제 배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브라질의 우니술과 시메드, 이탈라아의 시슬레이 트레비소까지 세 클럽을 차례로 이끈 뒤 2017년에 브라질 국가대표팀을 맡았다. 브라질 대표팀은 헤난 감독 체제에서 굵직한 성과를 냈다. 2019년 월드컵과 2021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우승을 이뤄냈고 2023년에는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권도 확보를 했다. 헤난 감독은 2023년을 끝으로 브라질 대표팀과 이별을 했고 휴식기를 가진 뒤 대한항공과 손을 잡았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배구를 택하다
Q. 한국에 온 지 3일 만에 인터뷰를 하는데 시차 적응은 됐나요?(헤난 감독은 6월 14일에 입국했고 17일에 인터뷰가 진행됐다).
물론입니다(웃음). 다행스럽게 한국에 오기 전에 2주 동안 유럽에 있었어요. 브라질에서 한국으로 바로 와서 시차 적응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 같아요. 또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 선수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가 선수로서의 마지막 올림픽이었기에 한국에서의 시간을 마음껏 즐겼었죠. 그래서 더 기억에 오래 남아요.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들도 갖고 있는데 서울 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인형도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웃음).
Q.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축구를 했었어요. 브라질의 그레미오라는 축구팀의 유소년 소속이었어요. 그러다가 11살 때 학교 체육 선생님이 배구를 해보라고 제안을 했는데, 그 선생님이 배구를 정말 좋아했거든요. 당시에 키가 컸기 때문에 배구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배구에 푹 빠지게 됐죠.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훈련을 하다가 재미를 느끼고 나서는 다음 해부터 매일 훈련을 하게 됐어요.
Q. 배구의 어떤 매력을 느끼게 됐나요?
배구는 여러 가지 유연한 움직임이 필요한 스포츠라고 할 수 있어요. 그 부분이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가 배구를 시작한 197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브라질 배구 시스템은 아마추어 형태였어요. 1980년이 돼서야 프로화를 했고 이후 조금씩 활성화가 됐었죠. 그만큼 배구 인기와 관심도가 매우 낮았고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세계 대회를 나가더라도 순위권 안에 들지도 못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배구라는 운동을 하면서도 ‘프로 선수가 되겠다’와 같은 꿈을 꿀 수가 없었어요. 그럼에도 그저 배구가 즐거웠기 때문에 계속해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러다가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었죠.
Q. 화려한 선수 커리어 인상적인데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나요?
모든 대회마다 느낌이 다 달랐어요. 우승도 마찬가지고 2위를 했을 때도 그렇고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1984년에 열린 LA올림픽이에요. 그때 브라질이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었죠. 은메달이었는데 생각이 많이 나요. 1983년 브라질에 배구 인기가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어요. 브라질과 소련(러시아)이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에서 경기를 했는데 9만 6천명이 입장을 했었어요. 브라질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선수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배구 인기가 많아지면서 좋은 성적까지 나왔었죠. 그리고 1985년에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는데 그때 MVP를 받았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소중한 기억들입니다.
Q. 아웃사이드 히터가 주포지션이었잖아요?
제게 최적의 포지션이었다고 생각해요.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레프트(아웃사이드 히터)에서 활약하며 중요한 시기를 보냈어요. 하지만 대표팀에서는 세터로 시작을 했어요. 이탈리아 리그에서 5년 정도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는데 브라질 국가대표팀에서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세터로 나섰어요.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제가 그 역할을 대신했었죠. 다른 포지션을 경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팀 스포츠를 하는 선수라면 다른 포지션의 역할도 이해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야 그 포지션의 ‘가치’를 배울 수 있어요. 현대 배구는 과거처럼 큰 점수 차이로 경기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세트당 거의 2점 차이 정도인데 이는 볼 하나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세터가 아닌 사람이 토스를 한다던지, 왼손잡이 공격수가 오른손으로 공격을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자신의 포지션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그 포지션에서만 플레이를 할 수 없다는 의미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포지션의 중요도를 이해해야 하고요. 저도 아웃사이드 히터와 세터를 하면서 그러한 시기를 겪었어요.
Q. 선수 때부터 지도자의 삶을 계획했었나요?
제 꿈이었죠. 감사하게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좋은 지도자를 많이 만났고요. 그러면서 그들의 좋은 훈련 시스템과 제게 잘 맞고 효과가 좋은 프로그램이었다고 느낀 내용들은 따로 기록을 해뒀어요. 나중에 지도자를 할 때 활용하기 위해 모은 자료들이죠. 선수 은퇴를 하고 감독을 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고요. 34살에 처음 지도자를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초반에는 자만심도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고 더 노력해야 하는 감독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러면서 공부도 다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Q. 고국인 브라질 대표팀을 지휘한 순간이 특별했을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서 프로팀 감독을 하면서 브라질 대표팀 기술 고문을 맡고 있었어요. 베르나르두 헤젠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는데 사임을 했고 브라질 배구협회장이 감독직을 제안했었죠. 사실 거절을 하려고 했어요. 그때 심적으로 지치기도 했고 휴식을 취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결국 브라질 대표팀 감독이 됐고, 제게는 정말 큰 ‘미션’이었어요. 부담이 많이 됐고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었죠.
Q. 그렇게 브라질 대표팀에서 7년의 시간을 보냈어요.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면서 성적과 함께 세대교체라는 과제도 있었는데 전 그런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큰 의지를 갖고 팀을 이끌었고 성적도 좋았었죠. 큰 틀에서는 메이저 대회에서 최소 4위 안에 들자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었어요. 어떤 대회에서 4위 이내의 성적을 달성했다면 또 바로 이어지는 대회에서도 4위를 타깃으로 정하고 나아갔었어요. 그렇게 의미 있는 성과들을 냈었어요. 대표팀을 떠난 이유는 건강 때문이었어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리면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었거든요. 거의 죽다 살아난 수준이었죠. 사임을 한 뒤 1년 동안 몸을 잘 회복하기로 결정을 했었습니다.
한국행 ‘꿈’이 이루어졌다
Q. 대한항공 감독 부임 과정도 궁금해요.
건강을 되찾는 시간을 가지면서 에이전트에게 이야기를 했었죠. ‘계속 감독을 할 것이고 특히 아시아에서 지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선수 생활을 할 때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세 나라가 배구를 정말 잘했거든요. 항상 그들의 배구 스타일을 존경해 왔던 사람 중 한 명이죠. 에이전트에게 아시아에서 감독을 하겠다고 선포를 했기 때문에 유럽 몇몇 팀에서 오퍼가 왔음에도 거절을 했고요. 그리고 대한항공의 제안을 받으면서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Q. ‘운명’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요?
결혼한 지 36년이 됐는데 아내와 두 명의 아들이 있어요. 가족은 제게 정말 소중한 존재예요. 어떤 결정을 내릴 때는 항상 가족이 동반되는 기준을 세우죠. 물리적으로 브라질과 한국의 거리가 먼 건 사실이기에 쉬운 선택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한국으로 가고 싶었고요. 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배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런 측면에서 도전 의식이 생겼죠. 요즘에는 핸드폰과 노트북 등을 통해 영상 통화도 가능해서 가족들도 좋아했어요. 놀랍게도 요즘 브라질 사람들은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에 가는 걸 꿈이라고 생각해요. 브라질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거든요. 한국의 교육이나 문화, 뷰티 등 여러 요인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에요. 브라질에 있는 지인들도 한국에 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고요. 그런 면에서 운명 같고 영광스러운 도전입니다. 솔직히 다른 국가대표팀 제안도 있었는데 흥미가 생기지 않았어요. 반면 대한항공은 시설과 인프라 모두 좋고 결정적으로 한국이잖아요? 대한항공이라는 팀이 저를 선택해 준 것이고 저도 대한항공을 택하게 됐습니다. 계약을 하는 과정도 순식간이었어요. 대한항공에서 ‘우리 시설은 이렇고, 선수단은 이렇고, 팀은 이렇다. 어떤가’라고 했고 전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두 번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 감독직을 수락했습니다.
Q. V-리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나요?
인터넷으로 V-리그를 찾아봤는데 가장 먼저 일정에 놀랐어요. 시즌이 정말 길고 한번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거의 멈추지 않는 대회라고 느꼈거든요. 다른 나라는 전혀 하지 않는 새로운 스타일의 리그 방식이죠. 전 세계에서도 한국 리그처럼 한 팀과 한 시즌 동안 6번을 상대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치열하고 매 경기의 중요성도 높아지게 되겠죠. 또 팀들 간의 전력 차가 크지 않아요. 거의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예요.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과 함께 체력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습니다.
Q. 대한항공이 통합 4연패를 한 이후 지난 시즌에는 준우승에 머물렀죠.
우리뿐 아니라 모든 팀이 우승을 목표로 해요. 그렇다면 어떻게 기회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는 이미 재료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선수들도 많고 구단의 시설도 훌륭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멘탈적으로 강해져야 해요. 그리고 소속감을 잊지 않아야 하고요. 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들이에요. 코트 안에 있는 선수들, 밖에 있는 선수들,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모두 마찬가지죠. 각자의 역할이 있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 그런 부분이 팀을 발전시킬 수 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팀의 퍼포먼스를 계속해서 성장시키려 해요. ‘꾸준하게 오르는 그래프’를 원해요. 어떨 때는 최상단에 있고 안 좋을 때는 내려오는 기복 있는 모습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Q. 본인의 배구 철학을 이야기해 준다면요?
가장 먼저는 범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적어도 범실이 코트 안에서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을 선수들이 서로 인지해야 하고 스스로 용납하지 않아야 해요. 물론 배구는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에 범실이 나올 수밖에 없죠.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실책을 하는 모습을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은 본인부터 범실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본인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연타를 때리거나 공격 기술을 습득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죠. 또한 배구 코트 안에서의 의욕을 보여줘야 해요. 즉,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해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강한 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Q. 대한항공이 범실이 많은 팀이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범실이 그렇게 많은 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웃음). 범실은 상대와의 싸움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물론 매일 훈련을 통해서 보완을 해야겠죠. 확실한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 개선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훈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분을 경기와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고요. 대한항공은 분명 좋은 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지금의 레벨에서 팀을 더 성장을 시키는 것이고요. 배구 기술뿐 아니라 체력부터 전술 이해도, 멘탈 등 모든 부분에서 발전하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입니다. 베테랑 선수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같은 방향성을 가져야 해요.
“코트 안에서 죽어야 한다”는 그의 외침
Q.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일단 존중과 신뢰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도 선수들을 존중해야 하고 선수들도 나와 스태프를 향한 예의가 필요하죠. 그래야 팀을 하나로 만들 수 있어요. 또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믿으며 훈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분을 경기와 연결시켜야 합니다. 이 부분이 신뢰입니다. 훈련에서 준비가 돼야 경기장에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선수의 역량을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리더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최대한 펼쳐질 수 있도록 만들면서 팀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Q. 대한항공의 세대교체라는 과제도 주어졌는데요?
우선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대한항공에서 팀을 정말 잘 이끌었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현재 선수단을 보면 느낄 수 있죠. 요즘은 선수 컨디션 관리나 부상 재활 등을 포함한 의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선수 생명이 연장됐잖아요. 팀에 경험이 많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고 아직 기회가 부족한 어린 선수들도 있고요.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살려가면서 그만큼 어린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해요. 그러면서 차이를 메워갈 계획입니다.
Q. 어린 선수들이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나요?
정말 어려운 질문이에요. 이 문제는 완벽한 정답도 없고 어떤 특별한 방법이나 비밀 같은 것도 없어요. 그럼에도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본인 스스로를 믿고 꿈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일단은 코트 안에서 죽어야 해요. 이건 정말이에요(웃음). 선수 본인이 발전하고 싶고 기회를 얻고 싶은 야망이 있다면 그 모습이 반드시 훈련에서 나타날 거라 생각해요. V-리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즌이 길고 그만큼 선수단 운영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코트에 들어갈 기회가 분명히 올 것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해요.
Q. 현대캐피탈의 필립 블랑 감독, 우리카드의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등 친분이 있는 감독들과 V-리그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 점도 흥미롭습니다.
한국에서 이런 그림이 그려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했어요(웃음).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감독들이에요. 코트 안에서는 이겨야 하는 상대이자 적이지만 밖에서는 가까운 친구들이죠. 특히 브라질 대표팀을 지휘할 때 블랑 감독이 일본 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는데 코트 안에서는 정말 전쟁이었거든요. 그러고 경기가 끝나면 서로 껴안고 잘했고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마찬가지로 코트 안에서 자비는 없을 겁니다(웃음).
Q. 한국 남자 대표팀도 지켜봤을 텐데요?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은 능력이 있는 지도자입니다. 어제도 통화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한국 대표팀을 잘 이끌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분명한 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클럽팀도 마찬가지고 대표팀도 이전보다 더 좋은 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젊은 피가 수혈이 돼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어린 선수 발굴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부분에서 더 발전을 해야 합니다.
Q. 대한항공 감독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우선 팀적인 목표는 당연히 우승입니다. 리그 트로피를 다시 되찾아 오는 거죠. 모든 감독들에게 한 시즌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하겠죠. 그만큼 우승은 기본적인 과제이며 동시에 선수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말하는 자부심이란 우리 스스로에 대한 마음입니다. 코트 안에서 100%를 쏟아 붓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그 부분을 느낄 수 있거든요. 매 훈련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나와야 하고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코트 안에서 죽어야 합니다(웃음).
Q. 새로운 대한항공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대한항공 팬들이 경기를 보러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경기장에 직접 와서 플레이를 볼 가치가 있는 경기력으로 보답할 거고요. 팬들이 ‘경기를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과 같은 경기를 선사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창간호에 게재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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