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수성고 시절에는 수많은 ‘에이스’들과 함께 했다. 경희대에 들어가고 나서도 다르지 않았다. 든든한 선배들과 동기들이 곁에 있었다. 그러나 2025년은 조금 다르다. 경희대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고독한 에이스가 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마윤서는 더 강해졌다. 실력도, 정신력도 한 뼘 더 성장했다.
하마터면 모델 업계에 뺏길 뻔한 인재?
Q. 안녕하세요! <더발리볼>이 조명하는 두 번째 대학배구 스타로 선정됐습니다.
제가 그렇게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더발리볼>이 저를 대학배구 스타로 선정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사실 인터뷰보다도 제가 사진 찍을 때 표정 관리를 잘 못해서 걱정입니다(웃음).
Q. 배구를 언제 어떻게 처음 시작했나요?
어릴 때부터 뛰어 노는 걸 좋아했어요. 마침 다니던 초등학교에 배구부가 있었는데, 친구가 같이 해보겠냐고 제안해서 어머니한테 말씀드리고 한 번 들어가 봤어요. 그때 흥미가 생겨서 계속 하게 됐어요! 4학년 때였죠. 그때는 키가 딱히 크거나 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달리기는 좀 빠른 정도?
Q.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나요?
아무래도 고3 때인 것 같아요. 초·중학교 때는 팀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는 좋은 동료들과 함께 우승도 많이 해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배구하길 잘했다고 느낀 시기였죠. 보람도 차고 기쁘기도 하고요. 사실 고3이 되기 전까지는 운동이 늘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실력이 잘 늘지 않는 구간에서도 고민이 컸죠.
Q. 만약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배구를 그만뒀다면 어떤 일을 했을까요?
아마 운동 쪽으로는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다른 분야를 찾아서 공부하거나 준비하지 않았을까 요? 남들보다는 키가 크고 얼굴이 좀 작다 보니 ‘모델 해 봐라’하는 소리는 솔직히 좀 들어봤습니다. 만약에 배구를 못 하게 된다면 한 번쯤은 모델 쪽 일도 경험해 보고 싶긴 했어요!
Q. 어린 시절 배구를 할 때 가장 큰 힘이 된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어릴 때부터 숙소 생활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그때 함께 했던 선후배들과 친구들이 큰 힘이 됐어요. 어차피 운동은 힘든 거니까, 우리끼리는 즐겁게 지내면서 이겨내 보자고 생각했죠. 안 자고 누워서 재밌는 얘기 하고 그러면서요!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배구했던 것 같아요.
Q. 아웃사이드 히터 마윤서의 플레이스타일과 특기를 설명해주세요!
저는 키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상대 코트의 빈 공간을 노리는 센스 플레이에는 자신이 있어요. 파워가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대신 범실을 관리할 줄 알고 수비적인 부분에도 자신이 있습니다!
Q.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격에서 비중이 점점 늘어났죠. 공격 옵션의 개발과 클러치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지난 시즌까지는 (박)예찬이 형(KB손해보험)이 주공격수로 있어서 클러치 상황에서 하이볼은 형에게 올라갔어요. 지금은 저한테 그 하이볼이 올라오고 있죠. 동계훈련 때부터 이 상황을 예측하고 하이볼 처리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습니다.
Q. 롤 모델과 라이벌이 있나요?
아마 많은 아웃사이드 히터 선수들이 저와 같을 텐데, 롤 모델은 이시카와 유키입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플레이를 여유 있고 쉽게 할 줄 아는 선수예요. 그런 부분을 닮고 싶어요. 그리고 라이벌은 공교롭게도 더발리볼 창간호 대학배구 스타로 나왔던 한양대 정성원 선수입니다(웃음). 고교 때부터 리시브와 수비 기본기가 정말 좋았던 선수고, 공격에서도 센스 있는 공격을 잘 보여주더라고요!
야망을 품고 진학한 경희대! 그 곳의 에이스가 되다
Q. 대학 진학 때 경희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진학을 선택할 시기에 경희대 선배들이 드래프트에 한 번에 많이 나가셨어요. 그래서 선수 공백이 많이 발생했죠. 저는 경기를 뛰면서 성장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경기에 나서겠다는 야망을 품고 경희대를 선택했어요.
Q. 처음 경희대에 온 순간과 1학년 때 기억이 나나요?
네, 저 다 기억나요(웃음). 중·고교 때부터 아는 형들이라 괜찮았는데, 김찬호 감독님(현 총감독)과 이행 코치님(현 감독)은 다른 팀에 비해 연세가 좀 있으신 편이라 살짝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훈련 때는 엄하셔도 훈련 외 시간에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도 잘 풀어주시고 다독여주셨던 것도 생각나요. 늘 정이 많고 자상한 분들이었어요. 배구적으로 봤을 때는 저를 포함해 1학년 선수들이 팀의 주축이었던 시즌이라 다른 팀의 형들에게 조금 위축된 부분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됐습니다.
Q.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했던 2~3학년 시즌에는 크고 작은 부상이 아쉬움으로 남았죠.
2학년 때는 동계 훈련을 부상 때문에 불참했어요. 동계 훈련 직전 비시즌까지는 몸 상태도 괜찮았고 운동량도 많았는데, 충분한 운동량을 채우지 못하고 리그에 들어가다 보니 불안감에 좀 시달리면서 시즌을 치렀던 것 같아요. 3학년 때도 발목 부상이 있었는데, 배구 감각도 떨어지고 몸도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어요. 하지만 트레이너 선생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늦은 시간까지도 개인적으로 저를 챙겨주셨거든요. 덕분에 복귀를 빨리 할 수 있었던 시즌들이었습니다.
Q. 4학년인 이번 시즌은 고독한 에이스가 됐습니다. 박예찬, 박준서(삼성화재) 선수는 프로로 떠났고 조진석 선수는 졸업, 이정민 선수는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선택했죠.
그래서 팀에 4학년이 저랑 (김)영태밖에 없어요. 그런데 영태는 미들블로커라 코트에서 잠깐 나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붙박이로 팀을 지탱해야 해요. (염)시원이가 아포짓에서 잘해주고 있긴 하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제가 누군가에게 기댈 수는 없는데 모두가 제게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 솔직히 좀 외롭긴 하죠. 심지어 주장까지 맡고 있는 시즌이라 부담감이 좀 커요.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께서는 어차피 이겨내야 하는 과정이니 한 번 자신 있게 부딪쳐 보라고 힘을 실어주고 계세요.
Q. 그렇게 맞이한 4학년 시즌은 아직까진 아쉬움이 큽니다. U-리그에서는 승점 단 1점 차로 6강 진출에 실패했고, 고성대회에서도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죠.
리그 같은 경우 인하대전까지는 결과와 상관없이 팀의 컨디션은 괜찮았어요. 그런데 그 경기 이후에 부상자들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나오는 바람에 중요한 시기에 결과를 내지 못했죠. 그 바람에 저도 제 몫을 잘 하지 못했고, (정)송윤이도 제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잘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쉽죠. 다행히 지금은 선수들 몸 상태가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어요. 다만 지금까지 의 성적이 좀 안 좋다 보니 팀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은 게 아쉽습니다.
Q. 경희대 배구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그 속에서 윤서 선수의 임무는 무엇인가요.
저희 배구에서는 서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브가 잘 들어가는 날엔 어느 팀을 만나도 이길 수 있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상대를 최대한 괴롭히는 서브에 중점을 둬요. 강한 서브를 때리는 선수들이 범실을 너무 의식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 서브 턴에서 범실을 줄이려고 노력해요.
Q. 곧 학교를 떠나게 될 지금, 마윤서에게 경희대란?
수성고에 있을 때는 옆에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았어요. 그래서 기가 죽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여기서는 제가 중심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에, 제가 더 좋은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경희대를 선택한 걸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돌이켜봐도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설렘과 불안이 공존한다
하지만 불안이 조금은 더 크다
Q. V-리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게요. 어린 시절 V-리그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어릴 때 충청도에 살았기 때문에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많이 갔어요. 유관순체육관이 워낙 홈팬들의 열기가 뜨거운 곳이잖아요. 그 속에서 뛰는 문성민 같은 선수들을 보며 ‘저도 이런 곳에서 응원을 받으며 뛰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먼저 V-리그에 진출한 준서 선수를 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요.
준서 경기를 많이 챙겨 봤어요. 평소에 연락도 자주 하는데, 운동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 덕분인지 경희대에 있을 때보다 많은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준서를 보면서 저도 빨리 프로로 가서 더 많은 성장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Q. 이제 드래프트가 코앞으로 다가왔죠. 어떤 마음으로 드래프트를 기다리나요.
설렘도 있고, 불안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솔직히 불안이 더 큰 것 같아요. 제가 얼리 드래프티가 아니기 때문에 다음 기회가 없다는 것도 부담이 되고, ‘배구 말고 다른 걸 하면서 살아 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도 있어요.
Q. 만약 단상에서 윤서 선수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 온다면 어떨 것 같아요?
와, 너무 행복하면서도 안도의 한숨이 나올 것 같네요(웃음). 단상에 올라가면 제가 좋아하는 배구를 계속 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을 것 같습니다!
Q. 이 인터뷰를 지켜볼 V-리그 구단에 어필 한마디 해볼까요!
저는 코트 안에서 동료들을 위해 누구보다 파이팅 넘치게 뛸 수 있는 선수입니다. 재밌고 즐거운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증명하겠습니다!
절친 트리오 김건희-서현일-마윤서!
Q. 가벼운 이야기들도 나눠볼게요. MBTI가 무엇인가요?
ISTP입니다(웃음). 설명 보면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주변에서는 찰떡이라고 하더라고요. 누군가가 공감을 원할 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편이긴 해요. (이)정민이랑 그런 면에서 성향이 잘 안 맞습니다. 전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인데 엄청 서운해 하던데요(웃음).
Q. 마윤서의 ‘최애들’도 공개해주세요!
우선 최애 연예인은 고윤정 님입니다. 너무 예쁘셔서요(웃음). 나오시는 작품들 많이 봤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원래 <오징어게임> 시리즈가 좋았는데, 시즌 3는 별로였습니다(웃음). 음악은 경기 전에 꼭 듣는 곡인 아울 시티와 칼리 레이 젭슨의 ‘Good Time’을 꼽을게요!
Q. 베스트 프렌드를 소개해준다면?
한국전력에 있는 (김)건희랑 대한항공에 있는 (서)현일이입니다. 셋이 만나서 자주 놀아요. 고등학교 때 얘기도 많이 하고, 서로 장난도 치고, 술도 마시고 그래요. (서)현일이랑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노는 편이고요, 건희랑은 고교 때부터 워낙 많이 붙어 다녀서 잘 맞습니다.
Q. 배구선수가 아닌 대학생 마윤서의 캠퍼스 라이프는 어땠나요?
사실 맨날 수업 듣고 운동하고만 반복하다 보니까, 대학에서 활동을 제대로 즐겨본 건 없는 것 같아요. 동아리도 못 들어가 봤고요. 그래도 캠퍼스 라이프를 즐겼다면 축제 때 정도? 연예인들 공연 보고, 주점에서 술도 한 잔 해보고 그랬어요. 그래도 이 정도면 좋은 추억이지 않을까요? 특히 작년 축제 때 밴드 루시가 왔는데, 제가 루시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그 무대가 기억에 남아요.
Q. 사실 윤서 선수는 배구만큼이나 비주얼로도 상당히 주목을 많이 받았죠. 이런 관심들을 실감하나요?
일단 너무 감사드립니다(웃음). 제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생각도 못 한 관심이었어요. 항상 놀랍죠. 현일이는 그런 반응 보지 말고 배구나 똑바로 하라고 하던데요(웃음)? 하지만 앞으로도 긍정적인 관심을 받으려면 결국 배구를 먼저 잘해야 하잖아요. 더 열심히 할 테니 제가 하는 배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세요!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재밌는 질문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또 제 생각들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도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제가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전해주세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한편으로는 그 응원에 비해 아쉬운 결과만 전해드린 것 같아 죄송하기도 하고요. 단양대회에서는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꼭 좋은 결과를 내겠습니다. 끝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유진형 기자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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