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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원의 사나이’ 허수봉이 현대캐피탈에 남은 이유...“대한항공 꺾고 우승해야죠” [COVER STORY]

이보미 기자 / 기사승인 : 2026-11-05 09:27:50
10월 9일 천안에 위치한 현대캐피탈의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더발리볼>과 만난 허수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현대캐피탈 연습체육관(천안)=송일섭 기자

[더발리볼 = 현대캐피탈 연습체육관(천안) 이보미 기자] 현대캐피탈과 다시 손을 잡았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고 또다시 잔류를 택했다. 동시에 보수 13억 원으로 V-리그 최고 대우를 받는다. 올해 대표팀에서 진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다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허수봉은 자신의 10번째 시즌에 V-리그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아시아선수권 3위·AG 7위
허수봉 “충격이 컸다”

Q. 2026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마치고 10월 4일에야 입국을 했죠. 새 시즌 준비하느라 바쁘겠어요. 
4일 일요일에 한국 들어와서, 7일 수요일 저녁에 팀에 합류했어요. 선수들과 인사 나누고 저녁 먹고 바로 웨이트 했어요. 바로 KOVO컵도 예정돼있고,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아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웃음). 8일 미디어데이 다녀온 뒤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있습니다.

Q. 소속팀 복귀 전까지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고 피로도가 쌓인 것 같아서 잠만 잤어요. 계속 자도 피로가 풀리는 것 같진 않더라고요. 누워서 쉬고, 또 TV도 보면서 회복한 것 같습니다. 

Q.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는 같이 대표팀에 다녀온 임동혁, 한태준 등과 다시 마주쳤죠.
너무 자주 보는 것 같아요. 쉬는 날에도 가끔 한 번씩 마주치거든요. 이제는 적이 됐으니 멀리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Q.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멘탈 회복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어요. 
대표팀에서 대회를 준비하면서 기대가 컸기도 했고, 준비도 열심히 했어요. 경기력도 좋아져서 많은 기대를 하면서 경기에 임했는데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와서 충격이 컸어요. 아직도 기사나 SNS에서 배구 콘텐츠를 보면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졌던 경기들이 생각이 나요. 그만큼 충격이 컸어요. 앞으로 소속팀 일정도 있으니 빨리 팀 훈련에 적응하고 심적으로 리프레시를 해야할 것 같아요.  

Q. 아시아경기대회 조별리그 중국전, 8강에서 만난 이란전 모두 아쉬움이 크죠. 
이란 경기가 더 아쉬웠어요.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나라였잖아요. 그 경기를 이겼으면 목표로 세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경기력도 좋았고요. 힘 싸움에서 진 것 같아서 아쉬워요. 

Q. 어떻게 보면 2026년 시즌 남자배구 경기력은 베스트가 아닐 정도로 기대감이 컸어요. 선수들도 코트에서 느꼈을까요. 
선수들이 V-리그 때보다 더 잘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매 경기 집중력도 좋았고요. 퍼포먼스로도 최고치를 보여줬어요. 저도 경기를 하면서 많이 놀랐고요. 또 모두가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어요. 실수를 해도 정말 아쉬워했고요.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목표를 바라보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고 봐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Q.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배구에 앞서 남자농구, 여자농구가 모두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죠. 
국제대회 성적이 좋아야 리그 인기를 가져올 수 있는데, 지금까지 아쉬움만 남았던 것 같아요. 농구 대표팀이 먼저 대회를 치르면서 우승까지 하는 걸 보고 저희 선수들도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어요.  

Q. 아시아경기대회가 끝나고 선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대회가 끝나자마자 대한항공 선수 4명은 팀 전지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오사카로 떠났고요. 남은 8명 선수들끼리 맛있는 밥도 먹고 서로 고생했다는 말을 했어요. 전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고요. 돌아가서 소속팀에서 잘하고, 내년에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말도 나눴어요. 

Q. 아시아선수권에서 만난 ‘세계랭킹 5위’ 일본은 어땠나요. 
그런 강팀을 처음 만난 선수도 있었고요.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이니 당황해서 우리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진 것 같아요. 솔직히 잘하는 건 인정해요. 빈틈이 없을 만큼 조직력이 좋았고요. 저희 서브가 잘 들어가도 다 받아내기도 했고, 가끔 리시브가 흔들리면 연결부터 완벽하게 올라가니까 저희 반격 상황이 자주 나오지 않았어요. 받는 것부터 퀄리치 차이가 많이 났어요. 일본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왜 잘하는지 느꼈던 것 같아요. 

Q. 3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KB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어요. 적이 됐네요. 
3년 동안 같이 배구를 하면서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제 습관들을 감독님이 잘 알고 계셔요. 저도 감독님이 어떤 배구를 추구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수싸움을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Q. 2027년 대표팀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일단 내년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조별리그 통과를 하고 싶어요. 2년 전 필리핀 세계선수권에서는 조 편성이 좋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아시아선수권 3위로 티켓을 땄기 때문에 더 유리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조별리그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10월 9일 천안에 위치한 현대캐피탈의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현대캐피탈 연습체육관(천안)=송일섭 기자

“챔프전 준우승으로 자존심 상했다”
‘13억 원의 사나이’ 허수봉이 FA 잔류를 택한 이유

Q. 두 번째 FA 역시 잔류를 택했어요. 
팬 분들을 가장 먼저 생각했어요. 다른 팀에 간다는 건 저도 그렇고, 팬 분들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현대캐피탈과 계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FA 협상 기간에는 다른 팀도 만나지 않고, 현대캐피탈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사무국에서도 좋은 조건을 제시해 주셔서 사인을 했습니다. 

Q. 타 팀과는 이야기조차 나누지 않았나요.
에이전트를 통해서 한 번 만나자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요. 하지만 현대캐피탈과 이미 계약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 상태라 만나지도 않았어요(웃음). 

Q. 그래도 선수라면 다른 팀에서 뛰는 상상도 했을 것 같은데요.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다른 팀에서도 배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맞아요. 다른 문화, 다른 팀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어요. 

Q. 2025-2026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 FA 잔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까요. 
딱 거기서 확정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V-리그에서만 9시즌을 치르면서 챔피언결정전에 갈 때마다 대한항공만 만났어요. 저 팀을 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정말 이기고 싶었던 순간이었는데 그렇지 못했고요. 선수로서 화도 많이 났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이 팀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을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Q. FA 계약 이전에 필립 블랑 감독님과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요.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끝나고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했는데, 감독님이 저를 불러서 ‘네가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좋은 말들을 해주셨어요. 

Q. 이제 10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어요. 
정말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해요. 10년이 되는 시즌인데, 10번째 시즌에 우승을 한다면 은퇴를 하고도 정말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꼭 우승하고 싶어요. 

Q. 올해 ‘연봉킹’ 등극에 이어 V-리그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새 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아시아쿼터로 아포짓 장추안 선수가 왔잖아요. 전 레오와 (박)경민이랑 리시브 라인을 잡아야 하고요. 저랑 경민이가 리시브 범위를 넓게 가져가는 훈련을 하고 있어요. 동시에 레오는 공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수비 면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해요. 

Q. 그러다보면 수비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도 장추안 선수까지 오면 삼각편대가 좋잖아요. 공을 잘 보내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흔들린다고 해도 공격수들이 해결해줄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Q.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요.
근육 피로는 많이 풀렸고요. 팀에 돌아오자마자 웨이트 위주로 훈련을 하고 있어요. 

Q. 수봉 선수만의 멘탈 관리법이 있나요. 
훈련을 더 강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이 정도로 멘탈적으로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바로 KOVO컵 대회, V-리그도 있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훈련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또 운동선수가 매번 이길 수는 없잖아요. 패했을 때 얼마만큼 빨리 털어내고 다음을 준비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현대캐피탈 허수봉이 10월 9일 천안에 위치한 현대캐피탈의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현대캐피탈 연습체육관(천안)=송일섭 기자

허수봉의 V-리그 미리보기
2026-2027시즌 남자부 판도는?

Q. 2026-2027시즌 V-리그 남자부는 여전히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양강 체제로 보나요.
물론 두 팀이 강할 거라고 예측은 하지만, 다른 팀들도 더 강해졌어요. 한 팀도 쉬운 팀이 없다고 생각해요. 좋은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고요. 삼성화재 왕빈 선수도 있고,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의 이란 출신 미들블로커 선수들의 높이도 좋고요. 이번에도 힘든 시즌이 될 것 같아요. 

Q. 아시아쿼터 선발 제도가 자유계약으로 전환되면서 기량 좋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죠. 
전체적으로 경기력도 올라올 거예요. 팀이 흔들렸을 때 확 무너지는 경기가 나오지 않고, 재밌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반면 국내 선수들의 한 자리가 줄어든 셈이니, 주축이 아닌 어린 선수들이 힘들어할 것 같은데 그런 부담감을 느끼면서 많이 성장을 해야죠.  

Q. 가장 궁금한 아시아쿼터 선수가 있나요. 
삼성화재 왕빈과 한국전력 우스만은 대표팀 경기에서 만나봤고, 장추안도 같이 훈련을 해봐서 기량 좋은 선수인 걸 알고 있어요. 왕빈, 우스만도 잘하는 선수이고요. 그런데 대표팀에서 선수들과 서로 아시아쿼터 선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OK저축은행 미들블로커인 페이즈 선수가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떤 선수인지 궁금합니다. 

Q. 가장 궁금한 외국인 선수는요. 
대한항공 케트진스키요. 어느 포메이션에 들어갈지 궁금해요. 비시즌에 아웃사이드 히터로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얼마만큼 리시브를 하고 공격력을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Q. 2026-2027시즌 다크호스를 꼽는다면요. 
삼성화재요. 아포짓에는 키가 큰 호키 선수가 왔어요. 일본에서 연습경기할 때도 봤던 선수인데 높이가 정말 좋아요. 또 (유)광우 형이 갔잖아요. 토미 감독님의 배구 스타일이 빠르면서 콤비네이션이 많기 때문에 재밌는 플레이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에너지도 강한 팀이고요. 리시브를 얼마만큼 버티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고요. 또 흥미로운 건 토미 감독님은 푸싱 공격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제 캐치볼 파울이 강화됐기 때문에 저희 입장에서는 다행이에요(웃음).

Q. 2026-2027시즌부터 인·아웃 규정이 FIVB 규정대로 바뀌고, 국제대회에서도 그랬듯 캐치볼 판정이 강화돼요. 
어떤 룰이든 그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제 대회에 많이 뛰는 입장이기 때문에 로컬룰 없이 FIVB 룰대로 따라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실제로 대표팀에서 리시브를 하는 선수들은 V-리그에서 아웃인 볼들을 놔두면 조금씩 라인에 묻어서 들어와요.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죠. 또 최근 들어 국제 대회에서 캐치볼 파울이 많이 불리는데, 전 푸싱 공격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선수이지만 두 손으로 넘기는 건 다 불린다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해요. 선수들도 웬만하면 팁 공격만 쓰려고 하고요. 조심하는 편이었죠. 

Q. 2026-2027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을 때 만날 것 같은 상대를 예측한다면요. 
일단 대한항공이죠. 만약에 저희가 정규리그 1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면 다른 팀과 만나고 싶기도 해요. 우리카드나 KB손해보험 경기력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이겼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강했어요. 물론 알리가  없지만 우리카드와 붙어도 재밌는 경기가 될 것 같아요.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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