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더발리볼>은 2025년 V-리그 출범 20주년 기획 ‘THE NEXT 20’을 1년간 연재하며, 더 나은 20년을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년간 굵직한 현안을 다뤘다면, 창간 1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AGENDA’는 쟁점들을 보다 밀도 있게 들여다보며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이번에는 V-리그의 미래를 위해 프로 구단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 방안을 살펴봤다.
외국인 선수 정원 확대 및 자유 선발로 전환
V-리그의 변곡점이 될 2027-2028시즌
V-리그가 1년 뒤인 2027-2028시즌부터 큰 변곡점을 맞는다. 앞서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정원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2023년 아시아쿼터 도입 이후 각 팀에서는 외국인 선수 1명, 아시아쿼터 선수 1명을 트라이아웃 제도 하에 선발했다. 올해는 선발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2026-2027시즌 아시아쿼터는 트라이아웃이 아닌 자유 선발 제도로 바뀌었다. 2027년부터는 외국인 선수 역시 자유롭게 선발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2027-2028시즌부터는 코트 위에 아시아쿼터 선수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 총 3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다. 남자 프로배구는 외국인 선수 2명·아시아쿼터 선수 1명, 여자 프로배구는 외국인 선수 1명·아시아쿼터 선수 2명을 영입할 예정이다.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V-리그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결정이다. 더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V-리그 무대를 밟게 되면서 해외에서의 관심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V-리그에는 일본인 감독은 물론 코치,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이들에게서 들은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일본에서 먼저 V-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행을 택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 구단들이 일본 지도자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면서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GS칼텍스 이영택 감독 역시 “국내 코치들도 지도력이 있고 열심히 가르치지만 요즘 선수들 사이에서 일본 코치에게 배우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선수들의 요구도 고려해 영입했는데 만족도가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세계무대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 남자배구, 여자배구는 나란히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본 SV.리그도 외국인 선수 정원을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세계적인 스타들이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국가대표팀의 성과와 SV.리그 흥행이 맞물리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 V-리그 역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리그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변화는 필요하다. 이는 V-리그의 ‘현재’를 위한 투자다.
남자 프로배구팀이
신인선수 입단금을 폐지한 이유
2027-2028시즌부터 또 다른 변화도 있다. 한국배구연맹은 9월 14일 제23기 제2차 이사회 및 정기 총회를 열고 남자부 신인선수 입단금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그 결과 2027-2028시즌부터 입단금을 없애기로 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최근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 가운데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하고, 입단 후 단기간 내 자유신분선수로 전환되는 선수의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구단의 실질적인 전력 보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입단금이 폐지된다”고 전했다. V-리그 여자부의 경우 과거에 입단금이 사라졌다.
각 구단에서는 신인 드래프트로 선수를 수급하고, 전력을 끌어 올리고자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대부분의 선수들마저 V-리그 코트에 설 기회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2~3라운드 혹은 수련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팀에서 방출이 되곤 한다. 선수층이 얇아진 프로팀의 세대 교체는 점점 더뎌지고, 주전 선수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소수의 리그 정상급 선수들을 두고는 구단 간 경쟁이 벌어지면서 주전급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결국 남자배구는 여자배구 방식에 따라 개인 보수 상한선까지 만들었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 영입 폭을 더욱 넓히게 됐다.
이 가운데 각 구단에서는 신인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입단금, 연봉, 학교지원금을 지급 중이다. 2025-2026 남자 신인 드래프트 기준으로, 1라운드 1~2순위 지명 선수에게는 각 1억 6000만 원의 입단금을 지급한다. 1라운드 3~4순위의 경우 1억 4000만 원, 1라운드 5~6순위의 입단금은 1억 2000만 원, 1라운드 7순위는 1억 1000만을 받는다. 2라운드 1~2순위 8500만 원, 3~4순위 6500만 원, 5~6순위 4500만 원, 7순위 3500만 원이다. 3라운드 지명을 받은 선수에게는 모두 1500만 원의 입단금이 주어진다. 4라운드 지명, 수련 선수에게는 입단금이 없다.
여기에 신인 선수 연봉은 4000만 원이다. 즉 프로팀은 1라운드 1, 2순위로 선수를 뽑을 경우 입단금과 연봉으로 총 2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2026-2027시즌 국가대표 아포짓이자 현대캐피탈 주전 신호진의 연봉과 옵션을 합친 보수 총액 1억 7800만 원보다도 큰 금액이다. 물론 신인 선수 입단금과 프로 선수의 한 시즌 보수는 성격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구단 입장에서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신인 선수에게 적지 않은 비용을 일시에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배구연맹은 “입단금과 선수 보수 등 구단의 비용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남자부 7개 구단은 학교지원금으로 각 1억 원씩 내놓는다. 이는 대한배구협회, 대학배구연맹, 초중고 및 대학교 팀들에게 배분됐다. 구단에서 대한배구협회로 학교지원금을 보내면, 협회에서 각 학교별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대학배구연맹은 1억 1000만 원을, 대한배구협회는 1억 원을 가져갔다. 1억 5600만 원을 받은 대학팀들은 드래프트 결과에 따라 순위를 매겨 차등 지급됐다. 23개의 고등학교 팀은 1억 4283만 원, 28개의 중학교 팀은 9380만 원, 35개의 초등학교 팀은 9730만 원을 챙겼다.
또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은 대학배구연맹 대회 타이틀 스폰서 후원금으로 1억 원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대신 남자 프로팀은 입단금을 없애지만 학교지원금, 신인 선수 연봉 금액을 올리기로 했다. 구단별 학교 지원금을 기존 1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5000만 원을 증액한다. 신인 선수 처우 개선을 위해 1라운드 지명 선수의 보수를 기존 40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신인 선수 영입에 따른 구단의 재정적 부담은 완화하는 한편, 학교 배구팀에 대한 지원과 신인 선수의 처우는 실질적으로 개선해 학교 배구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선수 육성 및 리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V-리그 미래를 위한
효과적인 투자 방안은
최근 각 구단에서는 V-리그의 현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 다만 이제는 V-리그의 미래를 위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단순히 학교에 지원금을 나눠주는 ‘금전적 지원’이 주를 이뤘다면, 궁극적으로 ‘V-리그의 미래’인 좋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각 구단에서는 한국배구연맹의 주도 하에 유소년 클럽 배구를 운영하며 배구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같은 연고지 내에 있는 학교팀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저변 확대가 엘리트 선수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또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이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성장하고, 프로 무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탈리아, 튀르키예, 일본리그 등에서는 산하 유스팀 운영을 의무화하고 있다. 2024년부터 SV.리그로 새 출발을 알린 일본에서는 2024-2025시즌부터 U15팀 운영을 의무화했고, 2027-2028시즌부터는 U18팀까지 운영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구단의 선택이 아닌 프로리그 참가 자격과 유스팀 운영을 연결 짓고 있는 셈이다. 튀르키예는 더 세분화돼있다. U11부터 U13, U15, U17, U19, U21팀까지 운영한다. 이탈리아 여자배구 리그에서는 U14, U16, U18팀 운영하면서 유스팀 대회 참가까지 유도한다. 규정을 위반할 시에는 1부리그 승점 3점 감점 및 5만 유로(약 7900만 원)의 제재가 따른다. 이탈리아 남자배구에서는 2부리그 구단까지 U17, U19팀 운영이 의무다.
한국 K리그도 비슷한 방식으로 유소년 육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실제로 프로배구 한 관계자도 “유스팀 운영을 의무화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나설 구단은 없을 거다”고 말했다.
V-리그 역시 유스팀 운영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선수 수급의 어려움 속에서 학교 배구부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 선수 부족 혹은 학교 측의 운동부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여전히 존폐 기로에 놓인 학교팀들이 있다. 이 시기에 새로운 공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K리그에서는 프로 산하 유스팀과 기존 학교가 결합해 운영되는 사례도 있다. V-리그 역시 각 구단이 기존 중학교, 고등학교 배구부와 협약을 맺어 산하 유스팀을 함께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특히 연고 지역의 학교와 손을 잡는다면 해당 학교의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프로 구단과 연고지의 연결고리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 동시에 프로 구단의 선수 육성의 책임을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당장 모든 구단에 전 연령별 유스팀 운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한국중고배구연맹과 조율 등 충분한 준비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정 기한까지 U15팀 운영을 의무화하고,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U18팀까지 확대하는 식이다. 한발 더 나아가 프로 구단이 갖춘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 선수 관리 노하우 등을 유스팀에 단계적으로 접목한다면 한국 배구의 미래 자원들이 보다 체계적인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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