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이석희 기자] 흥국생명이 마침내 V5를 이뤘다.
흥국생명은 2024-2025시즌 챔피언결정전 마지막 5차전 혈투 끝에 정관장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8일 홈 경기장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챔피언결정전 정관장과 5차전에서 3-2(26-24, 26-24, 24-26, 23-25, 15-13) 진땀승을 거뒀다.
마지막 승부는 마치 챔피언결정전 5경기의 축소판과도 같았다. 흥국생명은 안방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3-0, 3-2 승리를 거두며 포효했다.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까지 1승만 남겨뒀다. 김연경은 2차전을 승리로 마친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전 원정에서 열리는 3, 4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관장의 뒷심에 고전했다. 대전에서 치른 3, 4차전에서 모두 5세트 혈투 끝에 패배를 기록했다. 정관장의 부상 투혼을 막지 못하고 결국 5차전까지 끌려 왔다. 결국 인천으로 돌아온 흥국생명은 5차전에도 파이널 세트까지 승부를 벌였다. 마지막 순간에 웃었다. 5세트 14-13에서 김연경 수비-이고은 연결, 투트쿠의 마무리로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김연경은 블로킹 7개와 서브 1개를 포함해 34점을 터뜨렸고, 투트쿠도 블로킹 5개와 서브 1개를 성공시키며 26점 활약을 선보였다. 이로써 흥국생명은 2005-2006, 2006-2007, 2008-2009, 2018-2019시즌에 이어 5번째 왕관을 썼다.
◆ 2년 전 악몽을 극복하다
흥국생명은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2022년 김연경이 다시 흥국생명으로 돌아오면서 2022-2023, 2023-2024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준우승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2022-2023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우승 가능성을 드높였다. 그동안 여자부 1, 2차전 승리팀은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한국도로공사에 3~5차전을 모두 내주며 리버스 스윕을 당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후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과 선수들은 “마지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변수가 발생하지 않게 체력 관리, 부상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끝난 뒤에도 “이길 기회가 있었는데 결과론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작은 선택이 중요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좀 더 강해져야 한다. 다음 경기에서는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2년 전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 그 때와 팀이 달라졌다”며 힘줘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말대로 2년 전과 다른 흥국생명이었다. 핑크빛 여전사들은 5차전 고비를 극복하고 마침내 우승 샴페인을 터뜨렸다.
◆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의 화려한 피날레
이탈리아 출신의 아본단자 감독은 2023년 2월, 2022-2023시즌 도중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튀르키예 리그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2015-2016시즌에는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합작한 바 있다. 이후 아본단자 감독은 캐나다 대표팀, 폴란드와 이탈리아 리그 등에서 꾸준히 지도자 경험을 쌓았다.
김연경과 함께 한국에서 새 도전에 나선 그는 2전 3기 끝에 V-리그 우승 감독이 됐다. 우승을 확정지은 날 “다음 시즌에는 여기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미리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싶다. 어디로 갈지는 모르지만 내년에 한국에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흥국생명과 결별을 예고했다.
김연경도 4월 8일은 선수 유니폼을 입는 마지막 날이었다. 시즌 도중 현역 은퇴를 발표한 김연경은 우승으로 2024-2025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국내에서는 흥국생명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다.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해 마지막까지 흥국생명과 함께 했다. 기자단 투표 만장일치로 챔피언결정전 MVP로 뽑혔다.
김연경은 “꿈만 같다. 내일 스케쥴이 나올 것 같아서 아직 은퇴 실감이 나지 않는데, 오늘이 참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면서 “V-리그에 돌아와서 챔피언결정전만 4번 나갔는데, 1번 우승해서 별 하나 달았다. 이렇게 별 하나 다는 게 힘들구나 생각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왜 아직 잘하는데 은퇴를 하느냐고 말하시는데, 이게 내가 상상했던 은퇴의 모습이었다”며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른 소회를 전했다.
그렇게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은 화려한 피날레로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 모두가 주연이었던 흥국생명, ‘원 팀 우승’을 만들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원 팀’의 힘 덕분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은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베테랑 세터 이고은, 리베로 신연경을 영입하면서 팀 안정감을 더했다. 아본단자 감독도 “두 선수가 있기 때문에 이전과 다른 배구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튀르키예 출신의 외국인 선수 투트쿠는 ‘강력한 한 방’을 갖진 않았지만, 높이에서 장점을 발휘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즌 직전 교체된 새 아시아쿼터 선수인 미들블로커 피치는 작은 신장에도 파워 넘치는 공격을 선보였다. 팀 공격 균형을 이룬 셈이다.
2003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의 성장도 돋보인다. 김연경 대각에서 공수 양면으로 버텼다. 과감하고 빠른 공격으로 상대 허를 찔렀다. 여기에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까지 코트 위에서 함께 했다. 그렇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똘똘 뭉친 흥국생명이 마침내 ‘원 팀’으로서 나란히 정상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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