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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나 뛸 수 있겠냐고? 이제는 팀 승리를 견인하는 김희진 “올라갈 땐 부지런히, 내려올 땐 완만하게”

장충=김희수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7 06:05:24
인터뷰에 응한 김희진./장충=김희수 기자

[더발리볼 = 장충 김희수 기자]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했다. 김희진은 자신의 강함을 결국 증명하고 있다.

김희진이 진에어 2025~2026 V-리그를 앞두고 현대건설로 이적했을 때, 배구계 안팎에서는 냉소적인 시선들도 많았다. IBK기업은행에서 몸 상태와 경기력이 모두 바닥을 친 김희진이 반등할 수 없을 거라는 평가가 이어졌고, “경기나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금 김희진은 순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팀 승리를 견인할 수 있는 선수다. 1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진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의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김희진은 블로킹 5개 포함 12점을 터뜨리며 팀의 3-2(26-24. 22-25. 20-25. 25-20. 17-15) 승리를 이끌었다. 범실은 1개밖에 없었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노련한 플레이가 빛난 날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희진은 “상대 미들블로커가 다 바뀐 게 오히려 우리에게 혼선을 준 것 같다.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와 권민지가 스위치가 가능해서 우리가 순간순간 놓치는 것들이 많았다. 양 팀 모두 집중력이 높았던 경기라고 생각한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결국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를 막는 게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고도 덧붙인 김희진은 이날 5세트 13-12에서 실바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포효했다. 경기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장면이었다. 김희진은 “그 전에도 실바 쪽을 막았는데, 손에 계속 공이 닿더라. 조금만 더 손을 밀어 넣으면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절박하게 손을 밀어 넣은 게 통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환호하는 김희진./KOVO

이날 김희진과 함께 승리의 열쇠가 된 선수는 나현수였다. 카리 가이스버거(등록명 카리)가 체력 저하로 어려워하던 순간 구원자로 등장해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오가는 활약을 나현수보다 먼저 해본 김희진은 후배가 기특할 수밖에 없었다.

김희진은 “(나)현수를 보면 어릴 때 내 생각이 많이 난다. 현수가 어떤 고충을 갖고 있는지 안다. 왼손잡이인 현수는 나보다도 더 어려울 거다. 현수에게는 우리가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다는 게 천운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우리의 노력을 누군가는 분명 알아줄 거라고 격려도 해준다. 현수는 정말 긍정적이고 성실한 아이다. 보면서 나도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동생을 치켜세웠다.

시즌 전과 지금의 김희진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른 사람이다. 몸 상태도, 경기력도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이에 대해 김희진은 “시즌 전부터 분명 운동을 하다 보면 올라가는 구간도, 내려가는 구간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확 올라가고, 내려가는 구간일 때는 최대한 완만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떨어지는 구간일 때도 나를 놓아버리지 않고 최대한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올라갈 땐 부지런히, 내려갈 땐 천천히 움직이며 위치를 끌어올린 김희진이었다.

환호하는 김희진./KOVO

이제 현대건설과 김희진은 봄배구, 그리고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김희진은 들뜨지 않는다. 그는 “생각보다는 정말 욕심이 없다. 욕심과 염원이 너무 커지면 실망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그냥 어떻게 해야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다. 한 세트, 한 경기에 집중하자는 마인드다. 물론 봄배구에 가면 너무 좋다. 챔프전에 직행하면 더 좋다. 하지만 멀리 바라보기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젓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러면서도 마무리는 유쾌하게 한 김희진이었다. 이날 현대건설 재경본부장이 경기장을 방문한 가운데, 그 앞에서 맹활약을 펼치겠다고 경기 전에 다짐했다는 김희진은 “본부장님께서 경기장에 오셨다는 사실을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아 맞다! 오셨지!’ 싶었다(웃음). 본부장님께서 다음 경기에서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힘을 보태주셨으면 한다”고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마쳤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충=김희수 기자
장충=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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