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인천 이보미 기자] “어떤 역할이든 잘 수행하는 게 선수의 능력이다.” 2003년생의 흥국생명 리베로 박수연이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였다. 그만큼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도 분명했다.
박수연은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 V-리그 5라운드 정관장전에서 ‘서베로(서브+리베로)’로 교체 투입돼 서브로만 3점을 올렸다. 서브 득점 이외에도 절묘한 서브 공략으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었다. 팀은 3-0 완승을 거두며 1, 2위 추격에 불을 지폈다.
흥국생명을 정관장을 만나 서브에서 8-3, 블로킹에서 13-1로 상대를 압도했다.
이날 박수연은 2세트 17-11에서 이다현 대신 코트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박수연 서브 타임에 1점도 내주지 않고 그대로 먼저 25점을 찍고 일찌감치 2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서 박수연은 서브로만 3점을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은 박수연. 이날 박수연의 3점은 프로 데뷔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타이 기록이다.
여자부에서는 서브를 때리고, 후위 3자리 수비를 맡는 ‘서베로’ 기용이 잦다. 흥국생명에서는 리베로 신연경과 도수빈이 번갈아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수연을 ‘서베로’로 믿고 기용 중이다. 당초 시즌 초반에는 박수연이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나섰다. 베테랑 신연경이 다시 투입되면서 박수연이 ‘서베로’를 맡았다.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박수연은 갑자기 투입된다고 해도 본인 플레이를 발휘하는 게 좋아졌다. 훈련도 잘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에서 ‘서베로’ 활용도가 더 높다. 요시하라 감독은 “일본에서도 서브부터 후위 3자리를 맡는 선수가 있다. 더블 스위치 역시 일본에서도 해왔던 거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방법을 모색해왔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무기로 만들기 위해 일본에서도 이렇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박수연은 2025년 2월 8일 정관장과 5라운드 경기에서도 맹활약하며 인터뷰실을 찾은 바 있다. 생애 첫 수훈 선수 인터뷰였다. 그리고 딱 1년 뒤 다시 인터뷰실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정관장전 승리를 이끈 주역이었다.
박수연은 “서브는 연습할 때부터 목적을 두고 때리려고 했다. 경기 때 잘 맞아서 우리 팀이 승리를 가져오는 데 유용하게 쓰인 것 같다”면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포지션이 서브 치고 수비를 하는 거다.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근데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2세트 연속 득점에 대해서는 “내가 들어가기 전부터 선수들이 다 잘해줬다. 그래서 내가 좀 더 마음을 놓고 서브를 때릴 수 있었다. 이건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다같이 이뤄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성숙한 대답을 했다.
지난 시즌까지 ‘서베로’로 뛰다가 이번 시즌 초반 리베로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다시 ‘서베로’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박수연은 “선수면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할이든 잘 수행하는 게 선수의 능력이다. 리베로든, 서베로든 감독님이 날 믿고 넣어주신 거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역할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는, 똑 부러진 다짐이었다.
박수연의 롤모델은 ‘배구여제’ 김연경이다. 그는 “롤모델이다. 언니는 자기 관리를 정말 잘한다. 그리고 같이 있는 3년 동안 모든 선수들에게 정말 잘 해줬다. 신인 선수들한테는 신경을 못 쓸수도 있는데 우리까지 다 신경을 써준다. 사실 프로 오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좋아했다. 그래서 항상 팬이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은 16승13패(승점 51) 기록, 2위 현대건설(17승11패, 승점 51)과 승점은 같지만 승수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선두 한국도로공사(20승8패, 승점 55)와 승점 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박수연은 “우리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순위에 신경 쓰지 말고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항상 후회 없는 경기를 했으면 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23세 박수연이 보여준 내면의 단단함이 코트에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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