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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연경은 없다! 여자 프로배구의 퀄리티를 높이자 [THE NEXT 20]

이보미 기자 / 기사승인 : 2025-12-07 12:38:44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 경기에서 선수들이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KOVO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2025년,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에 이어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 다뤘다. 

김연경 없는 여자배구

한국 배구의 ‘흥행 보증 수표’라 불린 김연경은 이제 없다. 2024-2025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하면서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김연경이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던 중 2020년 국내로 복귀했을 때 타 팀에서는 엄청난 경계심을 드러냈다. 2024-2025시즌까지도 “흥국생명에는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 김연경까지 외국인 선수가 총 3명이나 다름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제 김연경은 없다. 흥국생명의 2025-2026시즌 가장 큰 과제도 김연경 공백 지우기다. 올해 새롭게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우리는 작년과 다른 팀이다. 작년에는 김연경이라는 훌륭한 선수가 리시브, 서브, 공격 등 모든 면에서 팀 내 많은 전력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흥국생명은 직전 시즌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정윤주 조합으로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번 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의 정윤주, 김다은, 최은지에 이어 박민지를 실업팀에서 데려와 전력을 보강했다. 2라운드부터는 김다은-박민지가 선발로 기용되고 있는 가운데 최은지, 정윤주도 교체 투입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우승 세터’ 이고은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적생’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이다현도 왼손 새끼손가락을 다치면서 자리를 비웠다. 2006년생 서채현이 코트 위에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새 외국인 선수 레베카의 책임감도 커졌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1라운드 6경기에서도 2승 4패(승점 7)를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다. 비단 흥국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배구의 스타 김연경이 은퇴하면서 V-리그의 대표적인 흥행 요소가 사라졌다. 제2의 김연경도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이제 V-리그의 새로운 흥행 동력이 필요하다. 

김연경./KOVO

인기에 비해 
하향 평준화 되고 있는 여자배구

여전히 여자배구 인기는 높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감동을 선사하면서 그 인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팬들의 관심은 아직 식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5-2026시즌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 중 시청률 1.5%가 넘는 경기가 5경기였다. 11월 9일 정관장-페퍼저축은행 경기 시청률은 무려 1.75%였다. 역대 1라운드 경기 중 최고 시청률이다. 경기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우세로 점쳐졌던 페퍼저축은행이 정관장의 집요한 서브에 고전하며 0-3으로 패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팬들의 관심도 쏠렸다. 뿐만 아니다. 11월 2일 흥국생명-페퍼저축은행(1.64%), 11월 1일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1.6%), 11월 7일 IBK기업은행-흥국생명(1.57%), 11월 8일 한국도로공사-현대건설(1.56%) 순으로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1.57%를 기록한 IBK기업은행-흥국생명전까지는 역대 1라운드 경기 시청률 TOP5에 포함됐다. 남자부 1라운드 최고 시청률은 0.74%다. 10월 28일 우리카드-삼성화재전에서 나온 수치다. 이보다 여자부 최고 시청률은 두 배나 더 높았다. 

관중 수도 마찬가지다. 남자부는 1라운드 기준 총 3만 9358명의 관중을 기록한 반면 여자부는 4만 8167명을 기록했다. 물론 남자부는 당초 10월 18일 토요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현대캐피탈-대한항공 경기가 2026년 3월 19일로 연기됐고, 10월 19일 일요일로 잡혔던 한국전력-우리카드 경기는 10월 20일 월요일로 미뤄지면서 관중 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남자부와 별개로 여자부 1라운드 관중 수는 작년과 비교해 0.7%p 증가했다. 

새로운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인감독 김연경’의 효과도 반영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지난 9월부터 방영된 ‘신인감독 김연경’은 MBC 내에서도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와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로그램 내에서 만들어진 ‘필승 원더독스’를 응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25년 은퇴 이후 지도자로서 지휘봉을 잡은 김연경의 새로운 모습, 그리고 절실함을 안고 뛰는 선수들의 스토리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필승 원더독스’의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이자 KBS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표승주도 V-리그 현장에서 많은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팬들을 새롭게 유입할 수 있는 루트가 만들어진 셈이다. 

다만 현재 그 관심을 이어받을 곳은 V-리그 뿐이다. 하지만 하향 평준화된 V-리그라면 그 관심은 쉽게 식을 수밖에 없다. 남자부에 비해 여자부는 1점을 내기가 더 어렵다. 물론 아시아 배구 특성상 수비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공격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겹쳐 있다. 우선 V-리그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면서, 아포짓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저하됐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실바, 모마가 외국인 선수다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 외 선수들은 아쉬움이 남는다. 2025년에는 유독 부상 선수들도 속출했다. 특히 중요한 포지션인 세터들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팀들이 즐비하다. 직전 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던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세터 이고은, 염혜선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대신 그동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선수들이 코트에 올랐다. 이들의 성장세는 보이지만 연결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관장은 새롭게 뽑은 아시아쿼터 선수인 ‘살림꾼’ 위파위마저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면서 코트에 들어설 수 없었다. GS칼텍스도 시즌 초반 아시아쿼터 레이나가 무릎 통증으로 결장했다. 

직전 시즌까지만 해도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으로 해결한다’는 전략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시즌은 다르다. 전반적으로 리시브가 흔들리면 공격으로 만회할 힘이 부족하다. 이런 부분 때문에 사령탑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서브와 리시브다. 팀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즌 초반부터 서브와 리시브에 따라 쉽게 무너지거나 혹은 대역전하는 경우가 종종 나왔다. 정관장은 부상 악재 속에서 승률을 높이기 위해 서브에 더 공을 들였고, 한국도로공사 ‘에이스’ 강소휘도 “쉬운 팀이 하나도 없다. 방심해서도 안 된다. 그 조금의 차이로 질 수가 있는 경기가 많아졌다. 그래서 20점 넘었을 때 집중력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배구연맹도 변화를 꾀했다. 올해 6월 이사회를 통해 트라이아웃 폐지를 결정했다. 아시아쿼터는 2026-2027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는 2027-2028시즌부터 자유계약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과연 이것이 리그 경쟁력 제고와 흥행 부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현대건설 양효진(왼쪽)이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KOVO

일본처럼 V-리그 자체 레벨을 높이자

한국과 나란히 외국인 선수를 1명만 보유했던 일본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24-2025시즌부터 V.리그가 아닌 SV.리그로 새 출발을 알렸다. 목표는 뚜렷하다.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동시에 1부리그 참가 팀을 확대했고, 외국인 선수 수를 늘렸다. 일본의 문호 개방에 세계 배구 스타들이 일본으로 몰렸다. 이번 시즌만 봐도 프랑스 국가대표 세터 브리자드가 오사카 블루테온 유니폼을 입었다. 브리자드는 2020 도쿄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에서 프랑스 우승을 이끈 주전 세터다. 일본 남자배구의 스타 다카하시 란도 작년부터 리그 부흥을 위해 이탈리아 생활을 접고 자국 리그로 복귀했다. 특히 일본 남자배구는 해외파들의 활약과 동시에 국제 대회에서의 호성적 덕분에 일본 여자배구 인기를 뛰어넘었고, 이런 열기는 SV.리그까지 이어지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선순환의 좋은 예시다. 

여기서 한국과 일본의 인프라는 다르다. 일본은 고교 여자 선수만 5만 명이 넘을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다. 그렇다고 한국도 인프라 탓만 할 수는 없다. 갈수록 선수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나, 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현 구조상 국내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도전하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면 세계 배구 스타들을 V-리그에 모으는 것이다. 앞서 김연경도 “방향을 바꿔서 V-리그 수준을 높이는 게 좋을 듯하다. 좋은 외국인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 있다. 우리 리그를 활성화시키면서 수준을 높이면 분명히 국제 대회 경쟁력까지 높아질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 리그 운영 시스템이나 구단 자금력 등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코트 위에서 팬들을 사로잡을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외국인 선수 자유계약 선발이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지금보다 훨씬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트라이아웃 제도가 시행 중인 현재도 그 의존도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아울러 아시아쿼터의 경우 자유계약으로 전환되자마자 가장 관심이 쏠리는 나라는 일본이다. 현재 V-리그에서 뛰고 있는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시마무라, GS칼텍스 아웃사이드 히터 레이나, 현대건설 아웃사이드 히터 자스티스, 남자부의 대한항공 리베로 료헤이까지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하고 있다. 각 구단에서는 일본 선수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능력이 출중한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를 영입하고,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룬다면 리그 전체의 경기 퀄리티를 올릴 수 있다. 추가로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선수 수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2군 제도 도입이나 2부 리그 신설 등 국내 선수들이 충분히 뛸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엘리트 배구와 클럽 배구의 공존이 필요

최근 들어 엘리트 배구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배구부 해체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과 각 구단은 유소년 클럽팀을 운영하며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그 결과 배구에 발을 들이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각 구단 유소년 클럽팀에 이어 사설 클럽팀까지 늘어났다. 배구를 취미로 배우던 학생들이 엘리트 배구 학교 팀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한다. 학교 팀 수가 적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비교해도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 2015년 초등학교 엘리트 팀은 남자배구 45개 팀, 여자배구 33개 팀이었다. 2025년 기준 남자배구 35개, 여자배구 26개 팀으로 감소했다. 

특히 경기도 내 초등학교 여자배구 엘리트 팀은 단 2개에 불과하다. 수원 파장초와 안산서초 뿐이다. 파장초 박경낭 코치는 “일산, 남양주 등에서도 취미로 배구를 하다가 엘리트 팀에 오고 싶어 하는 몇몇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이사, 전학 등이 필요하다.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무산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타 종목에서는 엘리트와 클럽 팀의 경계 없이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배구도 결국 엘리트와 클럽 팀이 경쟁하는 구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장에서 선수 수급 다음으로 큰 어려움이 체계적인 커리큘럼의 부재다. 선수 발굴 및 육성을 위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리그처럼 구단 내 연령별 클럽팀 운영하고, 단계별로 체계적인 훈련과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프로 구단들도 직접 선수들을 육성하면서 장기적으로 선수 수급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세터 염혜선(왼쪽)과 최서현./KOVO

그래도 ‘리틀 김연경’이 있다면?

스타가 나와야 한다. 그동안 한국 여자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스타가 있었기에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동안 페퍼저축은행 박정아, 한국도로공사 강소휘, 정관장 정호영 등이 ‘제2의 김연경’ 후보로 올랐지만 아직까지 ‘포스트 김연경’을 찾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직전 시즌까지 김연경과 함께 뛴 흥국생명 정윤주, GS칼텍스의 프로 2년 아웃사이드 히터 이주아 등이 눈길을 끈다. 두 선수 모두 성인 대표팀에 발탁돼 경험을 쌓기도 했다. 현재 이주아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지만 182cm 이주아의 성장에 여전히 큰 기대가 쏠리고 있다. 

아울러 한국 여자배구의 새로운 희망도 등장했다. 올해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하위를 기록하며 퇴출을 당했다.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지 4년 만에 세계랭킹 40위로 추락했다. 이 가운데 11월 한국 U16 여자배구대표팀이 포효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최고 자리에 오른 것. 특히 2010년생의 181cm 아웃사이드 히터 손서연이 ‘리틀 김연경’의 수식어를 받으며, 여자배구 기대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제2의 김연경’이라는 수식어가 현실로 이어지려면, 연맹과 협회, 구단, 선수 등 모든 구성원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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