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이정원 기자] 대한배구협회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 적임자로 차상현 감독과 이숙자 코치를 택했다. 두 지도자 모두 여자배구에서 잔뼈가 굵다.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퇴출과 함께 세계 무대는 물론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잃은 한국 여자배구이기에 두 지도자의 어깨는 무겁다. 4월 말 첫 소집을 앞두고 바쁘게 현장을 돌아다니며 한국 여자배구 부활만 신경 쓰고 있다. 차상현 감독, 이숙자 코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오직 ‘한국 여자배구’밖에 없었다.
왜 ‘독이 든 성배’에 들어왔을까
“진짜 위기다. 희생한다는 마음으로”
Q. 해설위원으로 한국 여자배구를 지켜보셨습니다. 감독, 코치로서 볼 때와 다른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차상현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워낙 다 알던 선수들이라서요. GS칼텍스 감독을 그만두고 쉬지 않고 바로 해설로 들어가서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신인급 선수들 정도만 새롭게 보였고, 나머지는 익숙했죠.
이숙자 저는 좀 편했어요. 선수나 지도자일 때는 승패 부담이 있는데, 해설은 그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정관장에서 지도자 경험을 하고 나니까 선수들이 다르게 보이긴 하더라고요. 요즘 선수들 스타일이나 심리 같은 게 더 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중계할 때 그런 게 보이기 시작했죠. 또한 어느 정도 대표팀에 가야 하는 선수들도 보입니다. 요즘 V-리그에 부상자들이 많은데, 부상 선수가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중계를 하기도 했고요.
Q. 위기의 한국 여자배구인데, 대표팀 감독·코치직을 지원한 이유가 있을까요.
상현 솔직히 프로팀이 대우도 좋고, 지금 해설위원으로도 충분히 좋습니다. 조건도 더 좋고요. 그런데 지금 한국 여자배구 상황이 진짜 위기라고 봤어요. 누군가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배구는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보고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해서 욕먹을 각오로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성공이 될지 실패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희생하겠다는 마음으로 출발점에 섰습니다. 결과는 저도 궁금하고요, 그건 나중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선배들이 고생한 덕분에 혜택을 받았죠. 예를 들어 70%를 받았다면, 후배들에게도 최소 70%는 물려주자는 게 저와 이숙자 코치의 생각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한 번 제대로 해보자’, 그게 제일 컸어요.
Q. 이숙자 코치는 차상현 감독을 믿고 함께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숙자 저는 감독님 보고 결정했어요. ‘이분은 진짜 배구에 진심이다’ 그건 확실히 느꼈거든요. 한 번 전화 통화하면 배구 이야기를 끝없이 하세요. 배구 이야기할 때는 눈빛도 달라지시고요.
상현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사실 이숙자 코치가 더 편하게 생활하고 더 좋은 이미지로 팬들에게 남을 수도 있는데, 지도자는 결과가 좋아도 욕먹는 자리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같이 하겠다고 한 거니까요. 저의 손을 잡아준 부분에 대해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부담감이 클 것 같습니다.
상현 배구 팬들이나 배구인들 100명에게 물어보면 다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죠. 선수들도 현실을 인정하면서 각성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발이라도 더 높은 위치로 가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하고요. 선수들과 얼마나 호흡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진짜 용기는 무서운 걸 알면서도 도전하는 거라고. 지금 한국 배구는 누가 해도 욕먹을 수 있는 상황이고,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오히려 자극이 됐습니다.
Q. 최근 한국 여자배구 위기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상현 제일 큰 건 선수 풀이에요. 정말 너무 적습니다. 학교 팀도 적고, 제대로 운영되는 팀은 더 적고요. 풀이 넓으면 선택지가 다양해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신인급 선수들이 리그에서 활약하는 걸 요즘은 보기 어려워요. 강소휘(한국도로공사) 선수도 본격적으로 꽃피운 게 4년 차부터였고요. 정지윤(현대건설) 선수도 포지션 변경이 있었지만 자리를 잡았고요. 이다현(흥국생명) 선수도 과정을 거쳐 기량을 보이고 있죠. 그러나 그 선수들을 제외하면 최근 젊은 선수들이 안 보여요. 전체 1순위 출신인데도 자리를 못 잡는 경우도 있는데요. 한국 배구가 성장하려면 각 팀에서 매년 한 명 정도는 젊은 선수가 올라와야 합니다. 그게 안 되니까 베테랑 선수들에게 의존하게 되고, 이게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Q. 코치님은 2012 런던올림픽 4강을 경험하셨는데, 그 시절이 많이 떠오르실 것 같아요.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은데요.
숙자 아무래도 기본기랑 마인드 차이가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코트에 들어가면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팀이 하나로 뭉치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 느낌이에요. 그래서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태도가 제일 중요”
“베테랑 선수도 뽑을 것”
Q. 눈에 띄는 선수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현 특정 선수를 언급하기보다는 가능성이 있는 선수, 그리고 20점 이후에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기려는 마음이 하나로 모인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봄 배구 탈락 팀 선수들을 중심으로 4월 20일 1차 소집 훈련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협회에도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성장하는데, 요즘은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비중이 크잖아요. 결국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려야죠. 위기를 극복하려면 훈련 밖에 답이 없습니다.
숙자 저는 세터 포지션을 많이 보게 되죠. 김다인(현대건설) 세터와 함께할 백업 세터를 찾는 게 중요하고요.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털도 중요합니다.
Q.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상현 태도입니다. 실력이 비슷하다면 무조건 태도가 좋은 선수를 뽑을 겁니다. 어떤 선수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직접 훈련을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힘든 훈련도 시켜보고, 쓴소리도 하면서 판단해야죠.
숙자 태도와 마인드가 좋은 선수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말 한마디에 팀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그런 선수가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겁니다.
Q. 강소휘, 김다인 선수 역할이 클 것 같습니다.
상현 특정 선수뿐만 아니라 모두가 현실을 받아들였으면 해요. 지금 여자배구 위치,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여자배구는 아시아에서 7위, 세계랭킹도 40위입니다. 이 현실을 인정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제자리걸음이라고 봅니다. 같이 호흡을 맞추며 머리를 맞대어야죠.
숙자 선수들과 이야기해 보면 ‘우리는 발전하고 있어, 괜찮아’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건 좋지만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아포짓 포지션 고민도 클 것 같습니다.
상현 결국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을 아포짓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이 있는 해에는 일정 기간 외국인 선수 없이 리그를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승부처에서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데, 국제 대회는 우리끼리 해결해야 하니까요. 이 부분은 같이 해결해야 합니다.
Q. 4개 대회를 치르는 만큼 선수 운용 고민도 많을 것 같습니다.
상현 건강한 선수 위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모든 대회가 랭킹 포인트가 있기 때문에 한 점이라도 따야 합니다. 매 대회가 총력전입니다. 중간에 부진한 선수들, 팀워크가 떨어지는 선수들은 바뀔 수도 있습니다.
Q. 베테랑 선수 활용 계획은요.
상현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만 뽑아서 맷집을 키우는 방법, 다른 하나는 진짜 컨디션 좋고 대표팀에 필요로 하는 선수들 뽑는 법. 결국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폭넓게 보겠습니다.
“AG 동메달,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
차상현 감독-이숙자 코치가 전하는 포부
Q. 올해 목표는요.
상현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에 열리잖아요. 4강에 들어갔으면 좋겠고, 동메달을 따는 게 목표입니다. 이제는 현실을 봐야 합니다.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많이 올라왔잖아요. 일본, 중국 요즘은 태국도 쉽지 않잖아요. 아시아 7위에서 4강권까지만 가더라도 순위 상승은 분명 될 테니까요. 그리고 아시안게임 직전에 아시아선수권이 열려요. 3위 안에 들어가면 세계선수권 티켓을 얻는데 그것도 목표죠. 두 대회 중 하나는 꼭 4강 안에 들고 싶어요.
숙자 만약 초반 두 개 대회에서 흐름을 탄다면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물론 쉽지 않은 건 맞아요. 일본, 중국, 태국은 세계적으로도 강하고 선수 풀이 좋아요. 인정해야죠. 한 번 두들겨 맞더라도, 우리도 두들겨패 보겠다는 마음으로 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Q.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요.
상현 떨어진 랭킹을 끌어올리고, 다시 VNL에 합류하는 게 목표입니다.
Q. 두 분이 보여줄 한국 여자배구, 한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 배구일까요.
상현 갑자기 물어보셨을 때 말해야 한다면 끈기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숙자 저도요. 지더라도 용쓰고 하려고 하는데 안 되는 팀들 보면 안타깝잖아요. 그래도 이기든 지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죠. 진심을 다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 나올 겁니다.
Q. 앞으로 두 분과 함께할 선수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상현 자신 있게 붙어보자. 저부터 시작을 해 모두가 쉽게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린다는 자세로, 자신감 잃으면 다 잃는 거잖아요. 그럼 끝나는 거예요. 자신감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숙자 선수들에게 두려움이 있다는 걸 알아요. 연습 때 완벽하지 않으면 경기 때 어떡하냐, 또 못해서 욕먹는 불안감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진다고 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힘들거든요. 한 팀으로 같이 자신감을 갖고 해야죠.
Q. 아시안게임 끝나고 어떤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나요.
상현 솔직히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누구한테 평가받는 게 아니라 전 제 일을 해야죠. 소신 있게 할 겁니다.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Q. 배구 팬들에게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상현 한국 여자배구가 위기라는 걸 알고 있어요. 진짜 열심히 준비해 볼 겁니다. 응원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모든 욕은 제가 먹으면 됩니다. 대신 선수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숙자 선수들의 마음을 알려고 노력해야죠. 책임감을 어떻게 심어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저도 힘든 생활을 해봤잖아요. 우리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어보겠습니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마음이 지친 적이 없어요. 배구를 너무 사랑해서요” KBSN 전세연 아나운서 [OOTC]](https://thevolleyball.kr/news/data/2026/05/07/p1065572709180969_251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