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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든, 누구든 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김시훈 대표, 한국 배구의 풀뿌리에서 미래를 그리다 [RE:PLAY]

이보미 기자 / 기사승인 : 2026-08-21 17:39:55
'스포츠더하기' 김시훈 대표가 7월 8일 서울 장충보조체육관에서 <더발리볼>과 인터뷰 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장충보조체육관=곽경훈 기자

[더발리볼 = 장충보조체육관 이보미 기자] 코트가 아닌 새로운 무대에서 인생을 다시 플레이한다. <더발리볼>이 새롭게 준비한 ‘RE:PLAY’라는 코너다. 현역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제2의 인생을 연 이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또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들어봤다. 먼저 2021년 선수 유니폼을 벗은 뒤 배구 아카데미의 수장이 된 김시훈 대표를 만났다. 

V-리그에서 보낸 12년
“더 열심히 할걸 후회가 남죠”

Q.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았다고요. 비교적 늦게 시작한 편이었네요. 
배구를 하기 전에 수영도 했어요. 자연스럽게 운동선수가 되는 게 꿈이 됐죠. 그러면서 키도 계속 크더라고요. 중학교 1학년 때 키가 185cm였어요. 모든 스포츠 종목의 감독님들이 저를 스카우트하려고 했어요. 아마 그때 당시 전라도 광주에선 제 또래 중에 제가 제일 컸을 거예요. 

Q. 배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받았어요. 
키에 비해 점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농담으로 ‘이 키에 이 점프면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다’는 얘기도 듣긴 했어요(웃음). 아무래도 배구를 늦게 시작해서 기본기는 부족했지만, 큰 키와 점프로 가능성을 봐주셨던 것 같아요. 저도 남들보다 늦은 만큼 무조건 열심히 했죠. 

Q. V-리그에서 뛴 11시즌을 되돌아보면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쉬움이죠. 아쉬움이 커요. 그 때 더 열심히 할 걸 생각하죠. 그동안 제가 했던 선택들을 보면 왜 그랬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래도 배구를 늦게 시작한 것 치고는 프로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죠. 은퇴를 한 뒤에 배구와 관련된 여러 공부를 하게 됐는데, 프로 선수 중 70~80%가 3년 안에 팀을 나가더라고요. 전 12년 동안 뛰었으니 감사한 일이죠. 

Q. 인생에 있어 ‘은퇴’라는 큰 결정을 내린 뒤 깨닫는 게 많을 듯합니다. 지금 코트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선수로 뛰고 있을 때는 사실 깨닫기가 쉽지 않아요. 그 안에 갇혀있어요. 그래도 나중에 조금이라도 후회를 덜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걸 잃지 않았으면 해요. 어떤 상황에서든 현명한 선택을 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현역 은퇴 이후 스스로 느낀 변화가 있다면요. 
변화라기보다는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여기에 간절함이 더 커지죠. 특히 배구라는 종목에서는 선수 생활을 그만둔 뒤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좁아요. 저도 이것저것 다 했어요. 새벽에 동대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옷도 팔아봤고요. 대리운전까지 생각했는데, 키가 크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게임 회사, 투자 회사도 들어가서 일을 해봤고 학교에서 기간제 체육 선생님도 해봤죠. 그러다가 여기까지 왔어요.

제2의 인생에서 새로운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김시훈 대표. 7월 8일 서울 장충보조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장충보조체육관=곽경훈 기자 

“PPT와 엑셀 다 독학했죠”

Q. 2021년 은퇴 이후 5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요. 
먼저 게임회사에 들어갔어요. 친구가 스타트업으로 회사를 만들었는데, 홍보이사로 와달라고 해서 들어갔죠. 당시 (김)요한이 형 조언도 받았고요. 그러면서 우리카드 편파중계도 시작했어요. 

Q. 그 당시 유튜브 채널 운영 등 방송 쪽에도 관심이 높았어요. 
이상하게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걸 시도하고 싶더라고요. 유튜브 채널은 지금 사라졌지만, 직접 영상을 찍고 편집까지 해봤어요. 아프리카TV(현 SOOP) 채널도 있어요. 우리카드 편파중계까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쪽 일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초등배구 해설, 대학배구 해설도 하게 됐고요. (SOOP 채널 ‘장충공유’는 아직 있어요.) 팬들이 지어준 별명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든 게 ‘장충공유’여서 채널명도 그렇게 정했어요(웃음). 지금은 콘텐츠를 만들 여유가 없네요.  

Q. 처음 접해본 회사원 생활도 쉽지 않았을 듯해요.
처음에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그때 배운 것들이 지금 이렇게 사업을 할 수 있는 초석이 됐죠. 회사를 홍보하려면 회사 소개서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PPT를 배워야 하잖아요. 안 좋은 추억도 많아요. 무시도 많이 당했고요. PPT로 효과 주는 거 있잖아요. 제목이 옆에서 날아오는 효과를 넣었는데, 저 혼자 뿌듯해하고 있더라고요. 독기 품고 독학을 했죠. 그렇게 PPT도 배우고, 자연스럽게 엑셀도 배우게 됐어요.  

Q. 옷을 판매하는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투자 회사에서 나와서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큰 옷 장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큰 옷을 파는 곳이 많지 않아서 하게 됐는데, 실제로 부수입으로 잘 됐어요. 사진도 찍고, 모델도 직접 하기도 했고요. 학교 선생님으로 일을 하면서 옷 장사는 내려놨죠. 

Q. 직접 부딪쳐보겠다는 도전 의식이 인상적이네요. 
보통 생각은 많이 하잖아요. 전 무조건 바로 실행을 옮기는 스타일이에요. 지금도 중국이든, 일본이든 직접 찾아가서 부딪치고 있고요. 

선수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시훈 대표가 7월 8일 서울 장충보조체육관에서 <더발리볼>과 만나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장충보조체육관=곽경훈 기자   

김시훈 대표의 꿈 
“세계 생활체육 클럽대회를 열고 싶어요”

Q. 현재 명함은 몇 개인가요.
스포츠더하기 대표랑 한국초등배구연맹 유소년 이사, 그리고 올해 창단된 중국 웨이하이 배구 아카데미 총괄까지 3개네요(웃음).

Q. 배구 아카데미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나요.
몇몇 구단 유소년 배구 교실을 운영하고요.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배구를 알려주고 있고요. 확실히 생활체육 쪽에서는 배구 수요가 많기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에도 여러 지점이 있지만, 대전, 부산, 성남, 동해에서도 아카데미를 운영 중입니다. 이제 회원 수도 500명이 넘어요. 

Q. 요즘에는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나요.
확실히 일과 자체가 선수 때랑은 달라요.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이 대부분이에요. 저희 배구 아카데미 지점도 늘어나고 있어서 관리를 하고 있고요. 7월 말 일본 배구 캠프가 있어서 준비하느라 일본도 다녀왔네요. 엘리트 선수들은 보통 전지훈련을 가잖아요. 생활체육으로 하는 친구들에게도 해외로 나갈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이 친구들 역시 세계 배구를 접할 수 있게 만들어야죠. 작년에는 중국에 다녀왔고, 사실 올해 여름에는 미국을 가려고 했는데 전쟁 이슈로 취소가 됐어요. 또 초등배구연맹 유소년 이사로서 아마추어 현장에서 주목할 만한 화제가 있으면 보도자료를 준비해서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합니다.  

Q. 자체적으로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주변 반응도 궁금합니다. 
작년에는 서산에서 ‘전국 배구클럽 서산스토브리그’를 진행했고요. 올해는 고흥에서 했어요. 이렇게 매년 대회를 운영할 계획이에요. 점점 생활체육 대회가 줄어들고 있어요.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부터 대한배구협회, 한국배구연맹, 한국유청소년배구협회 등에서 대회를 개최하는데, 배구를 하는 학생들의 수에 비해 대회가 적죠. 그래도 배구연맹에서는 프로팀 산하 유소년팀뿐만 아니라 사설 클럽팀들까지 대상을 확대했고요. 대한배구협회의 디비전리그는 학교스포츠클럽 대상으로만 운영되고 있고요. 그래서 대회를 열고, 해외 교류를 이어가려고 하는 겁니다. 

Q. 중국과 교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WZFS(웨이하이중세외국인학교) 이사장님이 한국 분이에요. 예전에 통역 일을 맡았던 친구가 지금 이 학교 선생님으로 있어요. 제가 한 번 사람들과 연을 맺으면 연락을 자주하거든요. 그렇게 이 친구랑 연락을 하다가 배구 클럽이 있냐고 물어봤고, 제가 가서 배구를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며칠 뒤에 중국으로 갔어요. 전교생 상대로 배구 수업을 했는데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 작년 12월에는 ‘린강 배구 대회’를 같이 준비했고요. 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가 되면서 스포츠 아카데미 야구팀에 이어 올해 배구팀을 창단하게 됐죠. 

Q. 올해는 일본 캠프까지 준비 중이네요. 
이제 일본을 가보자고 생각하고 무작정 오사카를 갔죠. 현지에 있는 지인이 계셔서 소개를 받고 찾아갔어요. 배구 캠프 사업 제안서를 들고 갔어요. 일본어로도 만들었고요. 그렇게 진행을 하게 됐고요. 일본에서 겨울 캠프도 현재 추진하고 있고, 내년에는 미국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미국에는 한 체육관 내 코트가 30개가 있대요. 제 눈으로 직접 보고, 또 회원들도 직접 느꼈으면 해요. 이 친구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죠. 

Q. 배구 인프라가 좋은 일본 배구 클럽 시장은 어떤가요. 
시스템 자체가 달라요. 오사카에만 수백 개의 클럽팀들이 있고요. 상위 클럽팀들을 뽑아서 대회를 따로 진행한다고 해요. 사용 가능한 체육관 수 자체도 다르고요. 한국에서는 학교 체육관을 빌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부족해요. 무엇보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클럽팀들이 주를 이루는데, 이 친구들이 고등학교 진학할 때 엘리트 팀으로 합류해요. 생활체육과 엘리트의 통합이 잘 이뤄져 있죠.  

Q. 한국 배구도 다른 종목에서도 그랬듯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통합이 이뤄져야 할 텐데요.
제가 봤을 때 저변 확대는 충분하다고 봐요. 한국배구연맹에서도 10년 가까이 구단 유소년 클럽 운영을 지원했잖아요. 물론 프로 무대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아직 험난하지만, 그래도 해체 위기의 엘리트팀을 돕고 있어요. 제 모교인 광주전자공고도 2년 전에 선수 수급을 못해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저희 아카데미 친구들이 테스트보고 들어가기도 했어요. 결국 이 클럽팀들을 이끌어갈 리더가 필요해요.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도 나와야 하고요. 그럴만한 투자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 상황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Q. 새로운 무대에서 인생을 리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플레이를 펼치고 싶나요. 
먼저 생활체육의 클럽팀들이 겨루는 세계대회를 열고 싶어요. 작년부터 여러 곳에서 대회를 개최하다 보니 오히려 역으로 연락을 주시는 지자체들도 있어요. 물론 매번 헤쳐 나가야 하는 상황들에 부딪치기도 하죠. 그럼에도 어디서든, 누구든 남녀노소 불문하고 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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