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코트 밖에서 배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코너 OOTC(Outside Of The Court), 이번에 만나본 코트 밖 배구인은 V-리그를 중계로 즐기는 팬들에게 경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사람인 아나운서다. 경기 전 감독 인터뷰와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통해 팬들의 궁금증을 대신 해소해주고 생생한 현장감을 안방에 전달하는 중책을 맡는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가꾸며 공부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이 자리에서 오랫동안 팬들과 함께 호흡하기를 꿈꾸는 SBS스포츠 신예원 아나운서는 “모든 것의 시작이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스포츠를, 배구를, 팬들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카메라 앞에 선다.
Q. 안녕하세요! <OOTC> 코너의 두 번째 주자로 초대했습니다. 인터뷰를 하게 된 소감이 궁금해요!
너무 영광입니다! 저는 항상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입장인데, 가끔은 ‘내가 인터뷰이가 되면 무슨 이야기들을 해야 할까?’ 생각하곤 했거든요. 저를 섭외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기대와 긴장이 됩니다(웃음)!
미지의 세계였던 스포츠와 배구, 가장 애정하는 존재가 되다
Q. 가장 먼저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여쭐게요.
사실 첫 계기는 우연이었어요. 스포츠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 기회가 와서 지원하게 됐는데, 덜컥 1, 2차를 다 통과해버리니까 자연스럽게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에 들어서게 됐고, 본격적으로 스포츠와 친해지고 애정을 갖는 시간들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Q.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나서 처음 경기장에 갔던 날이 기억나나요?
네! 그때 지금은 퇴사한 동기 언니랑 장충체육관에 가서 처음으로 직관을 했어요. 저희 회사가 중계하는 날이었으니까 카메라에도 잡혔죠(웃음). 그때의 첫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야구와는 다르게 경기가 실내에서 치러지니까 응원소리가 더 깊게 울려 퍼지는 느낌이었고, 선수들과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흥미로웠어요. 무엇보다 공을 때리는 소리에 압도됐던 기억이 나요!
Q. 스포츠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만큼, 배구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올리는 게 가장 큰 과제였을 것 같아요.
저는 무작정 중계를 많이 들었어요. 선배들이 방송하시는 걸 정말 많이 봤죠. SBS스포츠 뿐만 아니라 타 방송사 중계도요! 처음에는 경기의 흐름이 너무 빠르니까, 되감기를 해가면서 경기를 봤어요. ‘왜 저런 상황이 나왔을까?’, ‘이게 중요한 플레이일까?’ 그런 걸 이해하고 싶어서요.
Q. 그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구의 매력도 느끼게 됐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매력이 정말 많은 스포츠죠! 저한테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소리인 것 같아요. 공을 때리는 소리부터 선수들의 기합 소리까지 모든 소리들이 저한테는 마치 백색소음처럼 즐겁고 편안하게 느껴져요. 특히 현장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 정말 최고죠! 그런데 저는 또 TV로 보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TV로 볼 때는 중계를 들을 수 있으니까 또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어요.
Q. 배구를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나요?
사실 예전에 경기 전에 차상현 해설위원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서브를 한 번 받아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야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시면서요. 저 그 때 팔목에 멍이 잔뜩 들었어요(웃음). 차 위원님이 그제서야 “화면에 나오면 내가 때려서 멍든 줄 아는 거 아니냐”면서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받는 건 물론이고 때리는 것도 정말 어렵던데요? 네트를 넘어가질 않아요(웃음).
Q.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롤 모델도 있으신가요?
저는 우리 회사 선배님들! 김민아 아나운서님부터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진달래-김세연 아나운서님까지 모두요. 이 일을 정말 오래 하신 분들인데, 이 일을 해보니 오래 버티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자리라는 걸 느끼거든요.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익숙함이 해이함이 돼서 발전에 대한 욕심을 잃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건데, 선배님들은 그걸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오히려 그 익숙함을 자신만의 진행 스타일 확립으로 승화시키는 경지에 오르신 느낌이랄까요? 저도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많은 자극이 됩니다!
Q. 아나운서님을 지금의 신예원으로 만들어준 SBS스포츠라는 직장에 대해서도 남다른 감정을 갖고 계실 것 같아요.
음, 모두에게 그러하듯 저에게도 애증의 존재(웃음)? 사실 직장인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어떻게 직장을 매 순간 좋아만 하겠어요(웃음). 저도 가끔은 회사에서 일이 저한테 너무 쏠리거나 제가 정말 처음 해보는 일을 해야 할 때는 지치고 속상하기도 하죠. 저는 치어리딩이나 도그 어질리티 대회 중계도 해본 적이 있는데, 사실 이런 중계들은 전부 처음 접해보는 일인데다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어려움이 많거든요.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저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있기 때문에 맡겨주시는 거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라고요!
Q. 스포츠 아나운서 신예원의 최종 목표나 꿈이 있을까요?
음, 저는 스포츠 아나운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신예원 아나운서가 방송 참 야무지게 잘하더라, 전달력도 좋더라!” 이런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고, 제가 투자한 노력만큼 인정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볼펜심을 하나씩 갈아 끼울 때마다, 아나운서 신예원은 한 뼘씩 성장한다
Q.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나눠볼게요. 경기장에 출근하는 날의 하루 루틴이 어떻게 되나요?
보통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쯤 경기장에 도착해요. 오프닝 리포팅이랑 중간 리포팅 때 어떤 이야기들을 해야 할지 기사들을 읽으면서 데이터를 쌓죠.직전 경기 하이라이트도 살펴보고요. 경기 전 감독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식사를 하고, 그 다음 중계가 시작돼요! 중간 리포팅이 2세트 종료 후에 시작되는데, 배구는 중간 리포팅이 야구보다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플레이 템포가 야구보다 훨씬 빠르니까요. 이후 경기가 끝나면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고, 여기까지 다 마치면 퇴근입니다!
Q.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감독님들과 인터뷰를 할 때는 예민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숨기고 싶어 하시는 것들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해요. 그게 팬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상대적으로 선수에 비해 좀 조심스럽게 진행하는 것 같습니다. 선수 인터뷰를 할 때는 우선 그날의 경기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기록부터 사소한 포인트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 적어놨다가 다양한 순간들에 대해 물어보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정말 멋진 득점이 나왔거나, 부상이 나오거나 했던 순간들이요. 단순한 경기 소감 같은 일반적인 질문들은 최대한 안 하려고 노력하고요. 이런 준비 과정에서 정보 정리는 제가 다 수기로 적기 때문에, 저는 리필용 볼펜심을 한 뭉치씩 가지고 다녀요(웃음). 이걸 하나씩 갈아 끼울 때마다 희열을 느낀답니다(웃음).
Q. 기억에 남는 인터뷰 에피소드나 대상이 있으신가요?
와, 진짜 어렵다(웃음)! 이유가 너무 사소할 수도 있는데, 차지환 선수가 제 첫 수훈선수 인터뷰 대상이었어요. 제가 처음이니까 너무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목구멍이 튀어나올 것 같았는데, 차지환 선수가 너무 친절하고 따뜻하게 인터뷰를 해주셔서 무사히 인터뷰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제 시작을 너무 멋지게 장식해주신 분이라 감사하게 생각해요! 또 회사 동료였다가 페퍼저축은행의 감독으로 처음 뵌 장소연 감독님도 기억나네요. 사령탑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감독님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반가우면서도 감독이라는 자리가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Q. 지난 두 시즌 간 위클리 매거진 프로그램 <주간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주간배구>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 및 진행하셨나요?
보통 리포팅을 위해서 현장을 주에 세 경기 정도 나가는 편인데, 위클리 매거진 프로그램 특성상 한 주의 남녀 배구 경기를 전부 다 다루기 때문에 저는 현장을 나가지 않는 날에도 경기들을 최대한 체크했어요. 또 함께 방송하는 위원님들에게 질문도 많이 했어요. 오프 더 레코드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새로운 데이터들을 쌓을 수 있거든요! 사실 <주간배구>를 위해 시간을 정말 많이 투자했어요. 이번 시즌부터는 <주간배구>를 제가 진행하지 않게 됐는데, 정말 열심히 해온 프로그램이라 그런지 오히려 아쉽지 않고 시원합니다! 이번 시즌 <주간배구>를 이준혁 선배가 하게 됐어요! 잘해주실 것 같아요(웃음). 어떤 방송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Q. 이번 비시즌에는 여자배구 신인선수 드래프트 진행이라는 중책도 맡으셨죠.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제가 야구에서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진행해보긴 했는데, 그때는 (이)준혁 선배랑 둘이 했거든요. 드래프트는 실시간으로 모든 선택이 이뤄지니까 뭐 하나 사전에 준비된 것들이 없는 행사라서, 실수를 할까봐 너무 무서웠어요. 하지만 제 앞에 앉아 있는 신인 선수들이 인생을 걸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기서 절대 실수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차려지더라고요. 돌아보면 최근 들어 가장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업무였던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도 하나 있는데요, 행사가 끝나고 나서 뽑히지 못한 선수와 그 선수의 아버지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그 선수에게 “밥 뭐 먹을래?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라고 애써 웃음을 지으시면서 묻는 걸 봤어요. 너무 눈물이 나서 고개를 돌려버렸어요. 제가 완전 F거든요. 드래프트가 정말 중요하고 쉽지 않은 행사라는 걸 느꼈어요.
“경기를 보다 보면 제 컨디션이 좋아져요!”
Q. 아나운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내 감정과 컨디션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자리인데요, 어떤 식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시나요.
이게 되게 신기한데, 저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고 있으면 잡생각 같은 게 좀 사라져요. 그래서 제가 컨디션이 안 좋더라도 경기를 보면 좀 나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또 저는 아나운서니까, 늘 웃어야 하잖아요. 팬들의 눈과 방송국의 카메라가 언제나 저를 담으니까요. 그래서 억지로라도 웃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제가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카메라가 켜지면 저도 모르게 텐션이 확 오르죠! 방송 끝나고 집 갈 때는 다시 다운되고요(웃음).
Q. 카메라에 담기는 일인 만큼 외면과 내면을 동시에 가꿔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나 부담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음, 사실 저는 그게 가장 감사한 포인트 중 하나예요! 모든 날의 제가 카메라로 기록되고, 제가 나중에 그걸 돌려볼 수 있는 거잖아요. 얼마나 행복한 일인데요! 그래서 저는 외면을 가꿔야 하는 제 책임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냥 즐겨요! 가끔은 제가 못생기게 나올 때도 있어요. 특히 저는 살이 좀 붙으면 얼굴이 붓는 스타일이라, 이게 문제가 될 때가 가끔 있어요. 슬프지만, 어쩔 수 없죠(웃음). 그 모습도 저잖아요! 예전에는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이제는 모두가 절 좋아할 수는 없다는 걸 알아요. 제 노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에 상처받고 흔들리지 말자고 생각해요.
Q.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외부의 시선 중 가장 날선 시선은 ‘이 일을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는 편견일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꿈이자 종착지일 수도 있는 일일 텐데도요.
음,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 일을 발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죠. 하지만 저는 스포츠를 본격적으로 경험한 이후에는 ‘스포츠가 최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제 적성에 잘 맞기 때문이겠죠?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걸 알지만, 저는 전문성을 계속 쌓으면서 저만의 무기를 계속 만들어갈 거예요. 이 일을 제가 몇 살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스포츠 아나운서 일에만 최선을 다해서 저를 불태워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 일을 그만둘 때 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스포츠를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이 일을 발판이 아닌 종착지로 충분히 삼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모든 직업에는 직업 정신이라는 게 있죠.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직업 정신은 무엇일까요?
저는 세 가지로 정리하고 싶어요. 첫째, 현장에 오지 못하신 팬 여러분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해야 한다! 둘째, 팬 여러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있는 지금 이 자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Q.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꾸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무엇보다 경기를 많이 봐야 해요. 이를 통해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을 꼭 가져야 해요!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 일은 오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이제 쉬는 날에도 자연스럽게 경기를 찾아보는 사람이 됐거든요. 여러분들에게도 스포츠와 배구를 좋아하는 마음이 모든 것의 시작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Q. 끝으로 새로운 시즌을 함께 할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 시즌이 너무 기대되고 궁금해요! 김연경 선수가 없는 여자배구, 또 수많은 변화가 있는 남자배구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합니다. 팬 여러분들도 많은 사랑을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해요! 또 그 동안 배구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도 저처럼 우연히 한 번이라도 경기장을 찾으신다면 배구의 매력에 푹 빠지실 거라고 믿습니다. 저희 같이 배구를 즐겨 봐요!
글. 김희수 기자
사진. 곽경훈 기자
(본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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