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케손 시티 김희수 기자] 패했지만 소중한 경험치를 쌓았다. 임동혁에게는 의미 있는 경기였다.
200cm 거포 임동혁은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의 주요 자원이다. 타고난 피지컬과 호쾌한 공격력으로 팀의 한 축을 맡는다. 한국이 늘 피지컬의 열세를 극복해야 하는 국제대회에서 임동혁의 책임은 특히 막중하다.
그러나 그런 임동혁조차도 거함 프랑스를 상대로는 고난을 겪어야 했다. 한국 시간 14일 필리핀 케손 시티 스마트 아라네타 콜리세움에서 치러진 한국과 프랑스의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남자 세계선수권 C조 예선 1차전에 선발로 나선 임동혁은 팀의 0-3(12-25, 18-25, 16-25) 패배를 막지 못했다. 7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은 33.33%로 다소 저조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더발리볼>과 만난 임동혁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는 “전지훈련 기간 동안 유럽 팀들과 연습하면서 프랑스의 높이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프랑스와 붙어 보니 또 다른 생경한 경험이었다. 진짜 이런 게 벽이구나 하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경기 내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공격이 걸리거나 나가더라도 뭔가를 배울 수 있는 느낌이었고,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도 생겼던 것 같다”고 프랑스전을 돌아봤다.

임동혁은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로 리베로 제니아 그레베니코프를 꼽았다. 그는 “형들과도 나눈 이야기지만, 강팀일수록 시스템과 분석, 또 약속된 플레이가 정말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그런 부분을 완성시키는 선수가 리베로인 것 같다. 존재감이 정말 엄청나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상대가 워낙 강했던 건 맞지만, 한국의 플레이를 제대로 시도하지 못한 점은 임동혁에게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프랑스의 서브 강도가 A패스를 올릴 수 없는 강도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이 볼 처리 상황에서 타점을 잡고 밀어치는 플레이를 준비했는데, 그걸 보여줄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한 서브가 들어오는 바람에 처음부터 끝까지 감을 찾기만 하다가 끝난 것 같아서 아쉽다. 남은 두 경기에서는 준비한 것들을 잘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남은 두 경기에서의 분투를 다짐했다.
이후 임동혁 개인의 플레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먼저 상당히 좋아진 서브 강도와 리듬에 대해 임동혁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님과 배구를 할 때는 강서브보다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의 서브를 구사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원래 잘 때렸던 강서브의 감은 조금 잃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국군체육부대에 들어가면서 몸 만들기와 서브 감각 끌어올리기, 딱 두 가지의 과제를 스스로에게 줬다. 야간에도 서브 연습을 많이 했다. 이렇게 서브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걸 보니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장면도 있었다. 두 차례의 결정적인 직선공격 시도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난 장면들이 대표적이었다. 임동혁은 “V-리그에서는 블로킹에 살짝 걸리더라도 통과만 되면 득점이 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는 블로킹에 공격이 닿으면 수비에 번번이 걸리다 보니 ‘블로킹만 뚫는다고 될 게 아니구나, 확실하게 코트에 박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좀 무리한 공격을 하게 됐다. 또 (황)택의 형과의 호흡도 아직 완벽한 단계는 아니다. 갈수록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직선공격 실패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임동혁은 인터뷰를 마치며 “이 대회를 위해서 모든 선수들이 정말 많은 준비를 해왔다. 저희가 더 잘해볼 테니 팬 여러분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고 더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팬들에게 간절한 당부를 전했다. 국가대표 주전 아포짓 임동혁이 남은 두 경기에서는 더 나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