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심혜진 기자] 2024-2025시즌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못했다. 미힐 아히가 부상으로 6경기만 뛰고 이탈했기 때문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 두산 니콜리치를 데려왔지만 큰 반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시즌 순위 4위에 그쳐 2018-2019시즌부터 이어 온 연속 시즌 봄배구가 좌절됐다. 다시 팀을 재정비해야 했다. 팀 내 전력상 가장 비중이 높은 외국인 선수 선발이 중요했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4순위 지명권으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이 원하는 하파엘 아라우조를 선택했다. 아라우조는 한국 그리고 우리카드에 온 것을 ‘운명’이라고 말했다. 우승 DNA를 팀에 심기 위해 왔다. 다시 우리카드의 봄배구가 시작될 수 있을까.
적응력 甲
한국 사람 다 됐다
Q.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좀 넘었네요. 적응이 됐나요?
현재 적응은 잘하고 있어요. 생활적인 측면에서나 배구적인 측면 모두 좋은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도 많이 적응이 됐어요. 배구적인 측면은 세세한 부분에서 점점 발전해야 될 것 같아요.
Q. <더발리볼>에서 남자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저 역시 인터뷰하게 돼 영광입니다. <더발리볼> 잡지도 앞날이 밝기를 바랍니다. 이 잡지를 보는 구독자분들도요.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Q. 가족과 함께 한국에 왔다고 들었어요. 아들이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닌다고 하던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저와 가족들은 해외에 살 때 그 나라에서의 삶을 온전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결정하게 됐죠. 앞으로 제 삶에 있어서 분명 좋은 점으로 작용할 거라 믿어요. 그리고 좋은 점만 보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 부정적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은데, 저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합니다. 한국 어린이집을 다니면 또 이것만의 좋은 점이 있겠죠?(웃음).
Q. 완전 좋은 생각이네요. 아들 자랑을 한 번 해볼까요.
제 인생에서 큰 존재입니다. 계획해서 낳은 아이죠. 그야말로 신이 주신 아이랍니다. 이름은 벤토예요. 이제 25개월 됐어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지는 2주 정도 됐어요. 아직 적응 중이긴 한데, 아이들과 뭔가를 배운다기보다는 같이 시간을 보내고, 노래를 부르면서 지내요. 놀이터에서 놀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있는 중이에요. 상호작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한국어는 저보다는 빨리 배울 것 같네요(웃음).
Q. 휴식일에는 주로 무엇을 했나요. 한 달간 경험해본 한국 생활은 어떤가요?
서울에 2~3번 정도 갔어요.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시간을 보냈기도 했죠. 아! 어제(9월 2일) 한국 야구를 보러 갔어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야구를 처음 보러 갔는데 너무 좋았어요. (어떤 점이 좋았나요?) 정말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저도 막 흥분되더라고요. 배구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한국 음식도 잘 먹는다고 들었어요.
비빔밥, 해장국, 떡볶이, 비지찌개 등 많이 먹었어요. 그 중에서 비빔밥이 최고예요. 매일 다른 국이 나오는데 경험해 보지 못한 국들이 있었어요. 저는 그렇게 국물이 좋더라고요. 아마 일본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 음식이 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괜찮더라고요. 김치도 잘 먹어요(웃음). 향수병이 오면 브라질 식당을 찾아서 먹으면 해결됩니다. 문제없어요.
Q. 이제 배구선수 아라우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배구는 17살에 시작했어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거죠. 그런데 17살에 이미 키가 2m였어요. 배구가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던 동네에 배구 코치님이 계셨는데 그분의 도움을 받으며 배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첫날부터 배구와 사랑에 빠졌죠.
Q. 배구의 어떤 매력을 느꼈기에 시작하자마자 사랑에 빠졌나요.
종합적인 부분인데, 제가 배구를 하기 전에 수영도 하고 다른 운동도 했어요. 배구가 가장 어려운 스포츠인 것 같아요. 특히 리시브를 한다는 부분도 쉽지 않았고, 배구를 하면서 저 스스로 발전해 나가는 걸 느끼면서 빠져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배구도 한국행도
운명이었다
Q. 폴란스,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했어요. 아무래도 각 리그별로 특징이 다를 것 같아요.
맞아요. 중동 국가에도 컵 대회 때문에 몇 번 정도 간 적이 있었는데 모든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더라고요. 그런 점들이 매력 포인트로 다가왔죠. 특히 폴란드는 그 나라에서 배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 팬들이 굉장히 열광적이었어요. 저 역시 그걸 느끼면서 플레이를 했죠. 다른 국가들도 느꼈던 부분들이 다 달라서 저한테는 좋은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Q. 이렇게 여러 나라를 거쳐 이번에 한국에 왔어요. 한국행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뭔가 한국에 오게 될 운명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너는 아시아 스타일의 배구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가게 되면 정말 잘할 것 같다’ 이런 이야기도 하더라고요. 그전까지는 기회가 오지 않았고, 뭔가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딱 됐죠. 트라이아웃에서 우리카드의 선택을 받아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Q. 왜 친구들이 아시아 스타일의 배구를 하고, 잘할 거라고 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외국인 선수로서 중요한 순간에 결정지을 수 있는 점수를 내는 것, 이런 점을 본 게 아닐까요. 보통 아시아 팀들은 이런 유형의 선수들을 원하니까요.
Q. 한국행에 있어 조언을 해준 사람이 있다면요.
직접적인 조언보다는 트라이아웃에서 뽑히고 나서 V-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에게 조언을 받았어요. 우리카드에서 뛰었던 펠리페, 지난 시즌에 활약했던 마테우스, 러셀 등이 있어요. 특히 러셀은 같이 폴란드에서 같이 지낸 적이 있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답니다.
Q 그들에게 들은 V-리그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정신을 꽉 잡아라’였어요. 긴 일정에 지치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했어요.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머지 것들은 따라올 거라 믿습니다.
Q. 스스로도 V-리그에 대해 공부하고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와 닿아요?
다른 리그보다는 팀 수가 적기 때문에 대회를 하다 보면 자주 만나는 게 포인트인 것 같아요. 하면서 적응해 나가겠죠. 시즌 후반이 되면 서로 잘 알게 되는 만큼 대비를 잘 해야 될 것 같아요. 이런 유형의 리그를 경험해 보지 못해서 기대가 돼요.
Q. 앞서 아라우조 선수가 말했다시피 V-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커요. 그만큼 아라우조의 책임감도 클 듯해요.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가 큰 건 V-리그에만 있는 건 아니에요. 해외 다른 리그도 마찬가지죠. 제가 해외에서 10년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뭔가 엄청난 걸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저 제가 맡을 역할을 충실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팀 동료들은 어떤가요. 많이 친해졌을 것 같은데, 가장 먼저 다가온 선수는 누구인가요.
처음에는 부끄러움도 있고, 수줍음도 많아서 낯가리는 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친해졌어요. 제가 조금 더 다가가려고 해요. (김)형근이가 웨이트 하러 가면 파트너로 같이 운동하면서 가장 많이 친해졌어요. 서원진, 이유빈 등 어린 선수들한테는 삼촌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한국어도 알려줬어요. 좋은 말도 배우고 욕도 배웠어요(웃음). 여기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Q. 올 시즌 V-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중에 친분이 있는 선수가 있나요.
선수 중에선 러셀과 친분이 있고요. 다른 선수들도 알긴 아는데, 이름 정도죠. 대신 코치님, 감독님들을 더 많이 아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브라질 출신의 지도자들이 많이 계시니까요.
Q. 맞아요. 바로 파에스 감독님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같은 국적의 감독님이라 소통이 편할 것 같아요.
당연히 좋죠. 소통이 편하고 감독님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파에스 감독님과 과거에 성인 대표팀에서 같이 호흡한 적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다 보니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파에스 감독 말고도 KB손해보험 레오나르도 카르발류,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 대표팀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 모두 브라질 출신이에요. 이들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네. 카르발류 감독님은 주니어 대표팀 코치셨어요. 제가 배구 처음 시작했을 때 헤난 감독님이 단장(GM)이셨죠. V-리그에 브라질 출신의 지도자 분들이 많아서 좋네요. 하하.
Q. 파에스 감독님은 어떤 배구를 강조하나요.
현대적인 배구를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분위기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하시죠. 예를 들면 실수를 하더라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했을 때는 전혀 뭐라고 하지 않으세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계시죠. 제게 하신 조언은 포지션 그리고 외국인 선수 상황에 맞는 역할을 주문하세요. 특히 블로킹 강조를 하셔요. 또 블로킹뿐만 아니라 하이볼이나 공격은 당연히 결정지어야 한다고 말하셨습니다.

위닝 DNA 이식
“이기는 느낌에 익숙해져야 해요”
Q. 본인의 장점을 어필해 주세요.
저는 적응을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팀에서 원하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충족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빠른 서브를 때려야 한다거나 여러 면에서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실행하려고 해요. 그게 저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승 경험도 있고요. 프랑스에서 유럽 챔피언을 한 적이 있어요. 지난해 브라질 컵대회에서 지긴 했는데 결승까지 올라갔죠.
Q. 우리카드는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어요. 우승 DNA을 심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이기는 방법을 알려 주고 같이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어떤 선수를 보면 평소엔 잘하다가 중요한 경기에서는 결정짓지 못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런 포인트에 대해 같이 얘기를 하면서 도움을 주고 싶어요. 위닝 필링(winning feeling), 위닝 멘털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기는 느낌에 익숙해져야 해요.
Q. V-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꿈은 크게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한 경기 한 경기 잘해야겠지만 가장 큰 목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동료들과 같이 싸워 나갈게요.
Q. 어느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해주세요.
벌써 끝났나요? 아쉽네요. 기술적 측면과 신체적인 측면을 모두 발휘해 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팬 분들을 빨리 만나고 싶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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