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심혜진 기자] 7월 2일부터 10일까지 충청북도 단양에서는 조금 특별한 배구 대회가 열린다. 대회명은 '2025 한국실업배구연맹 & 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올해는 실업팀만 출전하는 대회가 아니다. V-리그 남녀부 14개 구단이 모두 이 대회에 참가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예년과 다르게 프로팀이 실업무대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2군 리그의 부재... 실업연맹과 상생으로 틈을 채우다
V-리그는 현재 공식적인 2군 리그가 없다. 리그 운영의 확대, 한국 배구의 성장에 있어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맹도 이를 인식했다. 공식적으로 2군리그의 출범을 약속한 것은 창립 10주년을 맞으며 미래비전을 공개하면서부터다. 2014년 당시 KOVO는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 개선과 유소년 및 심판 육성 강화, 제2 연고지와 2군제도 도입 등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그 이후 V리그가 가파른 양적 성장을 겪었다. 2군 리그 육성의 필요성은 연맹과 각 구단이 공감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2군 리그 도입 보다는 샐러리캡 인상 및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 등에 신경을 쓰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2군 리그의 필요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23~2024시즌 때다. 아시아쿼터 제도의 도입으로 팀 당 최대 2명의 외국인 선수가 동시에 코트를 밟게 됐다. 그렇다보니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사라졌다. 그래서 이들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 또는 무대가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운영 비용, 구단별 여건, 리그 일정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당장 시행은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연맹은 고심 끝에 2군 리그 도입의 시발점을 만들고자 실업연맹대회 출전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실업연맹대회는 이름 그대로 실업팀을 위한 무대였다. 그러나 이번 프로팀들의 참여는 새로운 경쟁 구조를 만들고, 실업팀과의 상생도 가능케 한다.
과거 실업 무대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고, 팬들의 시선에서도 멀어져 있었다. 그러나 프로 구단이 함께 대회에 참여하면서 미디어 노출, 관중 유입, 관심도 상승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당시 KOVO 이헌우 경기운영팀장은 "2군 리그 도입에 대한 논의를 한지는 꽤 됐다. 아직 2군 리그 도입에 대한 구단들의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그렇게 몇 년째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고민 끝에 실업배구연맹과 연관 짓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실업연맹으로서는 실업배구에 대한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연맹으로서는 2군 리그 도입을 향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또 "시작이 반이라고 생각한다. 대회 이후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 모두 나올 것이라고 본다. 어떤 의견이 나와도 좋다. 이걸 계기로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2군 리그가 생기지 않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년 국내 선수들이 뭔가 희망을 품고 할 수 있는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맹은 앞으로 한발 더 뛰어 노력을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대회 참가에 따른 모든 비용을 연맹이 부담함으로써, 구단 입장에서는 금전적 부담 없이 선수 육성을 위해 나설 수 있게 됐다.

◆ 출전 기회를 찾아서... 유망주들의 무대
그렇게 남녀부 14개 구단이 참여하게 됐다. 출전 자격 기준도 ‘실전 경험 부족’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시즌 내내 벤치를 지키며 실전 경험을 쌓기 어려웠던 어린 선수, 백업 선수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유망주들이 성장을 이룬다면 팀 전력 상에도 큰 힘이 된다.
이번 시즌 새롭게 흥국생명을 지휘하게 된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 경기를 통해 실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배움과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대한항공 이충희 사무국장 역시 “선수들이 엄청 반기고 있다.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지 않나”라면서 “새 감독님이 오셨기 때문에 눈에 들고 싶은 의지가 큰 것 같다. 훈련을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대표팀 차출과 겹쳤다→전력 공백 대비 맞춤 훈련 시기
다만 이번 실업연맹대회가 열리는 7월은 대표팀 소집 기간이다. 대부분의 구단은 주축 선수를 대표팀에 내보낸 터라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번 대회를 통해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선수들에게는 실전 경기를 통한 경험 축적, 기량 향상, 동기 부여라는 3가지 이점을 모두 안겨줄 수 있다. 훈련이 아닌 경기에서 성장하는 선수들의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위험요소는 있다. 선수들이 없는 만큼 제 포지션이 아닌 선수들이 다른 포지션에서 뛰면서 부상 위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시하라 감독은 “다만 이번 대회가 처음 열리는 만큼, 어떤 운영 방식과 접근이 우리 팀에게 가장 적합할지 계속 검토하고 조율해 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한국도로공사에 새롭게 둥지를 튼 황연주 역시 “지금 몇몇 선수들은 자기 포지션 아닌 포지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실 배구 선수가 매일 훈련하던 포지션이 아닌 포지션에서 경기를 뛰면 의미가 없다. 만약 억지로 뛰다가 부상이라도 발생하면, 그게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실업연맹대회에 프로팀이 참가하는 결정은 일부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2군 리그의 도입, 실질적인 유망주 성장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시도다.
다만 연맹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부분은 많다. 아직 2군 리그 도입을 놓고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시기를 리그 종료 직후로 조정을 하거나 2군리그 따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2군리그를 도입한다고 해도 기량 발전 면에서는 좋지만, 선수 부상이 우려되긴 하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예를 들어 V-리그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라운드별로 한 번 정도 하면 어떨까. 서로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찌됐든 2군리그가 활성화된다면 선수 풀도 넓어질 것 같다”고 조율의 필요성을 밝혔다.
황연주는 “소신 발언을 하자면 대회 취지는 너무 좋다. 그런데 다른 포지션에서 뛰어야 할 정도로 선수가 없는 상황이다. 시기가 너무 빠르지 않나 생각이 든다. 선수가 많으면 모르겠지만, 현재 모든 팀이 샐러리캡으로 인해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현실이다. 하는 건 좋은데, 시기가 좀 조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솔직한 의견을 전했다.
2군 리그 도입을 향한 항해는 시작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지 아니면 멈춰설지는 단양 대회에 달렸다.

(이 기사는 배구 전문 매거진 <더발리볼> 창간호에 게재된 콘텐츠입니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