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더발리볼>은 2025년 7월 창간과 함께 V-리그 출범 20주년 기획 ‘THE NEXT 20’을 1년간 연재하며, 더 나은 20년을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년간 굵직한 현안을 다뤘다면, 창간 1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AGENDA’는 쟁점들을 보다 밀도 있게 들여다보며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최근 한국배구연맹은 한국실업배구연맹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실업팀과 프로팀을 오가는 선수들의 이동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 배구에도 2부 리그가 신설될까
올해 7월부터 한국배구연맹 수장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린 이호진 총재는 2군 리그에 대해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3일 취임식에서 “V-리그 전체 발전과 한국 배구 미래를 위해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면서 “어떻게든 2군 리그를 만들어 보는 게 제 꿈이다”고 힘줘 말했다.
계속해서 “조원태 총재께서 지난 2년 동안 프로팀들이 실업배구연맹대회에 나가게끔 했다. 좋은 스타트라고 생각한다”며 “프로팀 선수 정원 중 코트에 나가서 뛰는 선수들은 많지 않다. 결국 그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 올려야 한다. 2군 리그가 만들어지면 팀도 많아지고, 경기 수도 늘어나고, 다양한 콘텐츠까지 나오면서 배구 재미도 커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중 배구 종목에서만 2군 리그가 없다. 꾸준히 한국 배구 발전을 위해 2군 리그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그러던 2025년 프로팀들이 비시즌에 열리는 한국실업배구연맹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올해도 단양에서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에 남자부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13개 팀이 출격했다. V-리그 종료 직후 그동안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에게 뛸 무대를 제공한 셈이다. 웜업존에 머물다가 이 대회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은 간절함을 안고 코트에 오른다.
이 총재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프로와 실업배구의 흐려진 경계
2부 리그의 신호탄 되나
궁극적으로 V-리그 내 1, 2부리그가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각 프로팀에서는 하나의 팀을 더 만들어야 한다. 물론 선수 수급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비용이다. 아울러 프로팀 입장에서는 ‘한국 배구의 발전’이라는 거시적인 목표보다는 당장 눈앞의 시즌 성적과 우승이라는 현실적인 목표가 우선될 수밖에 없다. 2군 리그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행이 안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프로배구 흥행을 위해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선수 3명 출전을 결정했다. 2027-2028시즌부터 남자부는 외국인 선수 2명과 아시아쿼터 선수 1명, 여자부는 아시아쿼터 선수 2명과 외국인 선수 1명을 보유 및 출전할 수 있다.
한국과 같이 외국인 선수 1명 보유를 유지했던 일본 역시 SV.리그 출범과 함께 문호를 개방했다. 세계적인 배구 스타들이 일본으로 몰리기 시작했고, 일본 대표팀의 국제대회 호성적과 맞물리면서 배구 인기가 치솟았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은 배구 인프라다. 일본 리그는 1, 2부리그를 운영 중이다. 1부리그에서 자국 선수들이 뛸 자리는 줄었지만, 꾸준히 뛸 무대는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V-리그의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 총 3명 운영을 놓고 우려의 시선이 존재한다. 벌써부터 초중고, 대학교 등 풀뿌리 배구에서는 “배구를 하려는 선수들이 줄어들 거다”며 걱정을 토로하고 있다.
프로팀 창단 혹은 V-리그 자체적인 2부 리그 운영이 어렵다면 실업배구와 협력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미 프로와 실업배구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여자부에서 더 뚜렷하게 발생한다. 프로팀에서 방출돼 실업팀에서 뛰던 선수들이 다시 V-리그로 복귀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다. 흥국생명 세터 이나연은 2025-2026시즌 개막 직후 다시 프로 무대에 돌아왔고, 최근에는 수원특례시청에서 활약한 아웃사이드 히터 겸 리베로 고민지까지 데려왔다. 현대건설도 세터 보강을 위해 실업팀에서 구솔을 영입했다.
프로팀 관계자는 “점점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자원들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프로팀을 경험한 실업 선수들을 데려오는 게 플러스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자 배구도 마찬가지다.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더라도 2~3년 안에 방출되는 선수들의 수도 상당하다. 프로팀에서는 제한된 정원 내에서 매년 선수를 방출하고, 다시 영입해야 한다. 경쟁력에서 밀린 선수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프로팀에서 방출된 선수들은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실업배구에서는 프로팀에서 나온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리고 있다.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보다 프로 출신 선수들 비중이 더 높다. 일부는 대학팀으로 돌아가 대학배구 무대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미 프로와 실업배구의 순환은 이뤄지고 있다.
같은 고민 안았던 한국 축구
손 맞잡은 프로와 실업배구도 공생으로 시장 넓힐까
프로와 실업배구의 교류는 시작됐다. 공생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
프로축구 역시 비슷한 고민을 거쳤다. 프로축구도 당초 프로와 실업이 별개의 무대로 운영됐지만, 리그 개편과 동시에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하면서 두 무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K리그가 최상위 프로리그로 자리를 잡았다. 실업축구는 2003년부터 리그 형태로 정비되면서 K2리그로 새롭게 출범했고, 2006년부터 내셔널리그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부터 K리그와 내셔널리그의 승강제를 추진했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2006년 내셔널리그 고양 KB국민은행이 우승으로 K리그 승격 자격을 얻었지만 승격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2012년에는 결국 신생팀 FC안양에 흡수되면서 해체됐다. 내셔널리그 구단 상당수가 시청, 공기업 등의 팀이라, K리그 승격과 함께 프로팀으로 전환하려면 법인화, 재정, 선수 계약 등 여러 조건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3년 자체 2부리그를 새로 출범시켰다. 1부는 K리그 클래식, 2부는 K리그 챌린지라고 명칭을 정하고 승강제를 운영했다. 그리고 내셔널리그의 일부 팀들이 K리그 챌린지에 진입했다. 이후 한국 축구는 1부부터 7부로 구성된 ‘디비전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2020년 내셔널리그는 사라졌다. K3, K4리그가 출범되면서 현재의 시스템이 구축됐다.
배구 역시 현재 실업팀들을 V-리그 2부리그로 편입해 프로와 하나의 리그 체계로 묶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업팀마다 운영 목적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로와 실업을 계속 별개의 영역으로만 둘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미 두 무대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프로팀과 실업팀 내 선수 이동이 활발해졌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나온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계약 방식으로 선수를 영입하다 보니 프로팀은 실업팀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실업팀 역시 핵심 선수가 언제든 프로팀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부담을 안는다. 선수에게 더 큰 무대로 도전한 기회를 보장하는 동시에 기존 소속팀의 선수 운용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한 이유다.
예를 들어 실업팀 선수가 프로팀으로 이적할 경우 일정 금액을 원소속팀에 지급을 한다거나, 실업팀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프로와 실업간 선수 이동이 가능한 기간을 정하거나, 프로로 재진입하는 선수의 경우 관련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선수 이동과 관련된 규정으로 팀과 선수 모두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팀에는 필요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선수에게는 더 높은 무대에 도전할 권리가 부여되는 셈이다. 또 실업팀에서는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를 제공한다.
나아가 현재 프로와 실업배구의 관계와 방향을 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처럼 완전히 별개의 두 시장으로 계속 갈 것인지, 아니면 한국 배구 안에서 서로 역할을 나누는 구조로 발전할 것인지 고민을 할 시점이다.
당장 2부리그 창설이 어렵다면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와 실업배구 간의 규정을 명문화한 뒤, 2부리그 참가를 원하는 프로팀 2군과 실업팀이 함께 하는 정기적인 리그를 만든다면 초기 부담도 줄어든다. 지난 퓨처스 대회에서는 프로팀들이 국가대표 차출 및 국제배구연맹(FIVB) 권고에 따른 대표팀 롱리스트 선수 출전 불가 등으로 선수 구성에 고전했다. 하지만 비시즌 혹은 시즌 내 프로 경기가 없는 날 등 정기적으로 리그를 운영한다면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본다.
프로팀에서는 V-리그 출전 기회가 부족한 젊은 선수나 신인들을 2군에서 지속적으로 실전 감각을 익히게 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 수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선수 육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실업팀에서는 프로 2군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하면서 경기 수준을 높이고, 또 선수들의 노출도 높일 수 있다. 좋은 활약을 보인 선수가 프로팀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가 실업으로 이동하는 통로도 자연스러워진다.
프로와 실업의 경계를 당장 허물 필요는 없다. 이미 그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선수들이 막힘없이 오갈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어느 한쪽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만들자는 것이다. 나아가 선수만 오가는 것이 아니라 프로와 실업배구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선수 풀을 함께 유지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후 여건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2부리그로 정착시키는 것까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프로와 실업의 공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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