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광주 김희수 기자]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박정아가 도무지 깨어나지 않는다. 애타는 시간만 흘러간다.
페퍼저축은행이 17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한국도로공사에 1-3(25-23, 19-25, 19-25, 24-26)으로 패했다. 접전 끝에 1세트를 가져가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2~4세트에는 리시브와 결정력 싸움에서 크게 밀리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이날도 페퍼저축은행의 에이스 조이 웨더링턴(등록명 조이)은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57.63%의 공격 성공률로 35점을 터뜨리며 경기 최다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승리까지는 이어질 수 없었다. 지나치게 외로운 하루를 보낸 탓이다. 이날 페퍼저축은행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득점 지원은 매우 부실했다. 박은서가 28%의 공격 성공률로 8점, 박정아가 22.73%의 공격 성공률로 7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박정아의 부진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날 박정아는 코트 위에서 시종일관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우선 공격 효율이 13.64%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완벽한 세팅 볼에서도 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치였다. 여기에 기존의 최대 약점인 리시브 문제도 또 터졌다. 리시브 효율이 무려 –33.33%(리시브 정확 0회, 실패 3회)까지 떨어지면서 한국도로공사의 무난한 서브 공략 포인트가 돼버렸다.
리시브에서는 흔들리고, 공격에서도 뚫어주지 못한 박정아의 부진은 세터 이원정을 괴롭게 만들었다. 배드 리시브를 커버하느라 발은 바빠지는데 믿고 공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줄어든 셈이었다. 한국도로공사로서는 ‘박정아에게 서브를 때리고, 조이에게 투 블록과 코스 수비를 붙인다’는 간단한 득점 공식을 밀어붙일 수 있는 하루였다.
사실 박정아의 리시브-공격 부진은 이번 시즌 내내 일시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17일 경기 기록을 포함한 박정아의 시즌 공격 성공률은 26.7%, 리시브 효율은 12.7%다. 또 이번 시즌의 마지막 두 자릿수 득점 경기는 지난해 11월 13일에 치러진 2라운드 흥국생명전(11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팀 내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아웃사이드 히터의 기록이라기에는 당연히 충분치 않다. 1라운드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인 리듬이나 컨디션 자체가 매우 좋지 않은 시즌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아를 선발로 기용하는 이유는 상대 외국인 아포짓과의 블로킹 매치업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사이드 블로킹에 강점이 있는 박정아를 통해 상대 외국인 선수를 틀어막고 반격으로 연결하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3라운드 GS칼텍스전처럼 이런 계획이 제대로 통한 경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는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박정아는 이날 유효 블록 3개-블로킹 1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박정아와 매치업이 잡힌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는 45%의 공격 성공률로 28점을 올리며 오른쪽에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경기를 풀어갔다. 블로킹 매치업을 위해 기용한 카드지만 정작 블로킹에서 별다른 이득을 만들지 못했고, 공격과 리시브에서 발생한 손해만 누적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기용이 된 것이다.
장소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정아가 왼쪽에서 조금만 더 부담감을 감당해 준다면 경기가 더 잘 풀릴 것이다. 분명 본인 나름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와의 매치업에서는 분명 장점이 있고, 이번 경기에서도 쓰리 블록은 잘 세워줬다. 계속 훈련을 통해 맞춰가겠다”며 박정아에 대한 계속될 믿음과 기다림을 예고했다. 실제로 장 감독의 이러한 믿음과 기다림 또한 꽤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기다려만 줄 수는 없다. 벌써 시즌은 4라운드 막바지까지 진행됐다. 팀 내 최고 연봉자이자 대표 스타다운 활약을 이제는 보여줄 때가 됐다. 또한 박정아는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본인을 위해서라도 부활의 날갯짓을 늦게나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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