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여수 김희수 기자] 이번이 진짜 승부다. 누가 리그 최고의 리시버인가.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가 28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결승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격돌한다. 예선에서 이미 한 차례 맞대결을 가졌던 팀끼리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이 대결을 흥미롭게 만드는 스토리는 리그 최고의 리시버 듀오였던 임명옥-문정원 듀오가 적이 돼서 가장 높은 곳에서 격돌한다는 점이다. 두 선수는 한국도로공사에서 10시즌을 함께 치르며 한국도로공사를 리그 최강의 리시브를 갖춘 팀으로 만들었다. 두 선수를 믿고 기형적인 2인 리시브 시스템을 가동했을 정도로 임명옥-문정원 듀오의 리시브 능력과 시너지는 엄청났다. 2022-2023시즌의 이른바 ‘0%의 기적’ 우승 때도 두 선수의 공이 컸다.
그러나 두 선수는 이제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봐야 한다. 임명옥이 사인 앤 트레이드로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게 됐고, 임명옥의 빈자리는 문정원이 풀타임 리베로 전향으로 메우게 되면서 서로 다른 팀의 주전 리베로가 된 것. 더군다나 두 팀은 배구계에서 이번 시즌의 우승 후보로도 동시에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영혼의 듀오는 그렇게 숙명의 적이 됐다.

두 선수는 앞서 조별 예선에서 이미 한 차례 맞대결을 가졌다. 당시에는 IBK기업은행이 3-1로 한국도로공사를 꺾었다. 다만 경기 결과와 별개로 임명옥과 문정원의 개인 기록은 모두 빼어났다. 리시브 효율에서는 문정원이 75%를 기록하며 50%를 기록한 임명옥에 앞섰지만, 디그 성공률에서는 임명옥이 90%(18/20)를 기록하며 78.26%(18/23)를 기록한 문정원에 앞섰다. 쉽사리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경기는 리그를 대표하는 두 리시버의 진정한 승부나 다름없다. 김호철 감독은 준결승전 승리 이후 “예선 때의 경기는 우리가 경기 감각에서 유리한 입장에서 치른 경기였다. 결승에서는 당시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경기가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진검승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임명옥과 문정원의 승부 역시 마찬가지다.
임명옥에게 웃어주는 포인트는 그가 누구보다 한국도로공사 서버들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다. 분석을 기반으로 수비에 임하는 임명옥의 플레이스타일 상 생각 이상으로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준결승에서도 리시브 효율 50%를 기록하며 14.29%로 흔들린 문정원보다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대신 문정원은 준결승에서 무려 17개의 블로킹을 기록할 정도로 절정에 달한 팀의 블로킹 감각을 믿고 수비 상황에서 훨씬 유리한 수 싸움을 할 수 있다. 리베로의 수비 각은 결국 블로커들이 좁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정원은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의 인터뷰 당시 “(임)명옥 언니는 감히 나와 견줄 레벨이 아닌 최고의 리베로”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리베로로서의 커리어는 임명옥이 문정원을 압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전의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난 지금, 그간의 커리어와 실력은 중요치 않다. 누가 그날 최고의 활약으로 팀 승리를 지켜내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이 대결의 결과가 더 궁금해진다. 과연 리그를 대표하는 방패들 중 누가 여수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까. 임명옥이 어디서든 최고의 자리는 아직 자신의 것임을 공고히 할까, 혹은 문정원이 존경하는 옛 동료를 넘어서는 중요한 순간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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