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발리볼 = 여수 김희수 기자] 우리가 알던 만능열쇠 김희진이 돌아오는 걸까.
김희진은 커리어 내내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오갔다. 전성기의 김희진은 185cm의 피지컬에서 나오는 공격과 블로킹을 중앙과 오른쪽에서 고르게 선보일 수 있었다. 각각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이동공격과 라이트 백어택을 모두 구사할 수 있는 극소수의 선수 중 하나가 바로 김희진이었다.
전성기에 그야말로 만능열쇠처럼 모든 공격을 퍼부었던 김희진은 IBK기업은행에서의 커리어 후반기에 부상과 기량 저하로 인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수가 됐다. 그러나 현대건설에서 김희진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듯하다.
25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예선에 선발 출전한 김희진은 먼저 미들블로커로 코트를 밟았다. 이동공격과 속공을 꾸준히 시도하면서 중앙에서 3점을 올렸다.

그런데 2세트부터 김희진의 자리가 아포짓으로 바뀌었다. 선발 아포짓으로 나섰던 나현수의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에 두 선수가 자리를 바꿨다.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오갈 수 있는 두 선수의 유연함이 만든 전술 변화였다. 오른쪽으로 간 김희진은 오픈 공격은 물론 중앙과 라이트에서 백어택까지 시도하며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가동했다. 한 경기에서 이동공격-속공-백어택-오픈공격을 모두 구사한 것이다. 만능열쇠였던 전성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활약이었다.
김희진은 이날 14점을 올리며 공격 성공률 35%를 기록했다. 아직 공격력이 완벽히 회복된 모습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중앙과 오른쪽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경기였다. 팀 역시 3-2(22-25, 25-20, 25-19, 21-25, 15-11)로 승리하며 준결승에 올랐다.

경기 종료 후 강성형 감독은 “김희진이 정규리그에서 아포짓으로 나설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나현수의 어깨가 너무 좋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다. 정규리그에서는 카리 가이스버거-나현수가 아포짓을 맡아야 한다. 다만 문제가 발생했을 시 언제든 자리를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며 김희진은 미들블로커에 집중해서 시즌을 준비할 것임을, 그러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존재임을 언급했다.
김희진이 전성기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후회없는 선수 생활의 후반기를 보내길 응원하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그런 팬들에게 김희진은 자신의 가치가 아직 여전하다고, 보여줄 것이 남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작권자ⓒ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