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광주 김희수 기자] 박정아가 가장 중요한 임무만큼은 빈틈없이 수행했다. 승리가 따라왔다.
박정아는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3라운드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리시브 효율이 0%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었고, 공격 성공률도 급감하며 코트 위에서의 존재감이 옅어졌다. 팀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선수인 박정아의 부진은 당연히 팀의 부진으로 이어졌고, 페퍼저축은행은 9연패의 늪에서 허덕여야 했다.
이로 인해 한동안 박정아를 코트 위에 올리지 않기도 했던 장소연 감독은 30일 GS칼텍스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박정아의 선발 투입을 예고했다. 장 감독은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 쪽에서 방어가 필요하다. 박정아가 높이를 활용해 유효 블록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박정아의 선발 기용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박정아는 여전히 완벽한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본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실바 방어만큼은 확실하게 해냈다. 경기 시작부터 실바와 함께 3번 자리에서 출발하며 치열한 전위 맞대결을 예고했고, 1세트 6-7에서 박은서의 서브 차례에 실바의 퀵오픈을 가로막으며 첫 블로킹을 잡아냈다. 이를 통해 서브가 강한 박은서의 서브 차례가 한 번 더 이어졌고, 여기서 조이의 추가 반격이 나왔다. 장 감독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장면이었다.
비록 1세트는 뒷심 부족으로 역전패했지만, 2세트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이번에도 박은서의 서브 차례였고, 11-7에서 실바의 공격 시도를 박정아가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그리고 이렇게 이어진 박은서의 서브 차례가 또 한 번 조이의 반격으로 연결됐다. 1세트의 완벽한 데자뷰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페퍼저축은행이 그 기세를 몰아 세트 승리까지 챙길 수 있었다.
박정아의 실바 상대 블로킹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경기를 끝내야만 하는 4세트, 1-0에서 박정아가 또 한 번 실바의 앞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았다. 실바를 상대로만 세 번째로 잡아낸 블로킹이었다. 결국 실바의 공격 효율이 떨어지면서, 페퍼저축은행은 GS칼텍스를 3-1(21-25, 25-20, 25-16, 25-21)로 꺾고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이날 박정아는 3개의 블로킹(모두 실바 상대)과 3개의 유효 블록을 만들며 장 감독이 부여한 제1임무인 전위 높이 강화를 통한 반격 기회 창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박정아의 높이에 고전한 실바는 공격 효율이 14.04%까지 떨어졌고, 범실도 10개를 저질렀다. 박정아가 ‘안티 캐리’ 롤을 적절히 수행한 셈이다.
물론 상술했듯 다른 부분에서의 경기력에는 여전히 회복할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공격 성공률은 13.04%, 리시브 효율은 8.33%에 그쳤기 때문. 그러나 어쨌든 주어진 제1임무를 잘 수행해 팀의 승리를 이끈 만큼, 이 경기가 터닝 포인트가 돼 공격과 리시브에서도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슬럼프에 빠져 있던 베테랑이 모처럼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2026년에는 다른 부분에서의 경기력까지 끌어올리며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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