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화성 김희수 기자] 최정민과 박은서가 함께 신뢰의 계단을 쌓고 올라간다.
미들블로커와 세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 같은 관계다. 속공-이동공격 호흡을 맞출 때는 정교하게 사인을 교환하고 볼을 컨트롤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점프하면서 서로의 움직임을 편안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좋은 세터는 좋은 미들블로커를 만들고, 좋은 미들블로커는 좋은 세터를 만든다.
28일 화성 종합경기타운 체육관에서 치러진 IBK기업은행과 정관장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는 최정민과 박은서가 최고의 단짝이었다. 박은서는 선발 세터로 나서 최정민에게 많은 공을 올렸고, 최정민은 이에 화답하며 빅토리아 댄착(등록명 빅토리아)과 같은 16점을 올리면서 팀의 3-1(25-18, 25-22, 17-25, 25-17)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는 경기 후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나란히 표정도 밝았다. 최정민은 “연패를 길게 이어가지 말자는 이야기를 미팅 때부터 나눴는데, 계획대로 승리해서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박은서는 “같은 마음이다. 2025년의 마지막 경기였는데 승점 3점을 따서 좋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정민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공격 점유율 20%를 넘기는 경기를 치렀다. 박은서가 많은 공을 올려줬기 때문이다. “(박)은서 언니는 저를 평소에도 많이 좋아한다”며 웃음을 터뜨린 최정민은 “언니가 중앙을 쓰지 않으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급해지면 언니가 그걸 까먹기도 해서, 그럴 땐 계속 주입시킨다(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나한테 줄 타이밍이 아닌데 줄 때도 있긴 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박은서는 “믿는 거지!”라며 화답했고, 최정민은 “저도 믿는다”고 되돌려줬다.
두 선수는 속공이나 이동공격이 아닌 오픈공격에서의 호흡도 자주 맞추는 편이다. 최정민은 “고등학교 때 1년 동안 같이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언니가 올리는 볼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마음만 급하지 않으면 보고 나서 충분히 때릴 수 있다. 언니도 긴장만 안 하면 된다”며 오픈공격 호흡의 비결을 밝혔다. 박은서 역시 “사인은 주로 (최)정민이가 낸다. 그 사인을 보고 천천히만 올려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 선수는 각자의 이유로 쉽지 않은 3라운드를 치렀다. 먼저 박은서는 출전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조금은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연패 상황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하는 임무도 막중했다. 박은서는 “주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 같은 건 없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 뛰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상황들의 경우 감독님께서 내가 상황을 스스로 헤쳐 나가길 바라시면서 많은 시간과 기회를 주셨다. 머리가 복잡하면 잘하던 것도 안 되는 경향이 있어서,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런가 하면 최정민은 3라운드 들어 블로킹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이었다. 1라운드에 세트 당 0.72개, 2라운드에는 0.905개를 잡아냈지만 3라운드에는 0.409개까지 떨어졌다. 다만 이번 경기에서는 4개의 블로킹을 잡으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최정민은 “사이드 블로커들의 타이밍이 좀 빠른 편이기도 하고, 자리를 잡는 연습이 잘 안 돼 있기도 해서 나도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코치님들께서 너무 사이드 블로커를 믿지 말고 내 타이밍을 보고 뜨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이번 경기에서는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잘 통한 것 같다”고 부진의 원인과 극복 방법을 소개했다.
이렇게 두 선수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이, 심연에 빠져 있던 IBK기업은행은 조금씩 위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두 선수가 함께 쌓아온 신뢰의 계단을 열심히 오른 덕분이다. 최정민은 “시즌 전에는 우리가 이렇게 밑에 있을 줄 몰랐다.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다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적어도 지금은 기죽어 있는 느낌은 아니다”라며 나아진 팀 분위기를 자신 있게 밝혔고, 박은서는 “이번 경기에서 노 블록 상황을 꽤 만들었는데, 뿌듯하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더 많이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끝으로 두 선수는 “2025년의 마지막 경기를 잘 치렀으니, 새해의 첫 경기도 잘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분위기 좋게 잘 준비해 보겠다. 새해의 첫 단추를 잘 꿰서 더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새해 각오를 전했다. 지금처럼 두 선수가 함께 쌓아오고 올라온 신뢰의 계단을 계속 올라가다 보면 IBK기업은행이 원하는 정상에 도달하는 날도 곧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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