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현장과 스튜디오에서 하루의 배구 이야기를 팬들에게 전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포츠 아나운서다. 모든 배구 팬들이 매일 경기장에 갈 수는 없기에, 그런 팬들에게서 배구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들의 임무는 막중하다. 이 어려운 일을 1년차지만 멋지게 해내고 있는 ‘배구 새내기’들이 있다. KBSN의 양세원-전세연 아나운서다. 이들의 치열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소중히 담아왔다.
두 번째 순서로 KBSN의 막내 전세연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전세연은 스포츠로 치면 특급 유망주다. 스포츠 채널 4사 아나운서 중 최연소로 데일리 야구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이제는 배구로 영역을 옮겨 현장과 스튜디오를 누비며 또 한 번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아직은 많은 게 처음이라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만이 가진 털털하고 거침없는 매력이 많은 배구 팬들의 마음에 깊게 뿌리내릴 것을 안다. 머지않아 모두를 사로잡을 전무후무할 매력의 유망주, ‘배구 테토녀’ 전세연이다.
다음 생에 보자더니…? 낭중지추였던 재능, 간절함, 그리고 순수함
24살 여대생에게 아나운서 공채 지원은 도전보다는 경험의 의미가 컸다. 자기 자신도 본인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가늠하지 못했다. 매 순간이 고비였고, 심지어 이런 기회는 다음 생에나 다시 오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전세연은 ‘낭중지추’였다. 본인은 몰랐어도 누구보다 신중하게 회사의 미래를 뽑아야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보였다. 송곳처럼 뚫고 나오는 재능과 간절함, 그리고 순수함이.
Q. 마찬가지로 고리타분한 시작을 해보자. 스포츠 아나운서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스포츠 아나운서를 꿈꾼 건 아니었다. 남들보다 스포츠를 특별하게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추신수가 야구 포지션 이름인 줄 알았을 때도 있었다(웃음). 다만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 정도는 가지고 있었는데, 공채가 떴다. 공채가 뜨는 자체가 정말 흔치 않은 기회인지라 도전해봤다. 아직 졸업도 안 한 때였다.
Q. 조금 더 자세하게 도전의 과정을 돌아보자. 서류 지원과 첫 카메라 테스트는 어땠나.
25년 1월 설 연휴에 공채가 올라왔다. 그때 4학년이 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넣자마자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경험삼아 서류랑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 그때 경력 칸에 아무 것도 못 적은 기억이 난다. 그래서 붙을 줄 몰랐다(웃음). 입사하고 나서 비하인드를 들었는데, 원래는 서류 탈락이었다고 하더라. 근데 신승준 팀장님이 그냥 탈락자 서류 뭉치 중에 왠지 모르게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서류가 있어서 재검토를 하셨는데 그게 내 서류였다고 한다. 그렇게 서류를 통과한 다음 카메라 테스트를 봤다. 진짜 망했다. 당시 인사 담당자 분이 수고하셨다고 해서 떨어진 줄 알고 “다음 생에 보자”고 화답해드렸는데 또 덜컥 붙었다(웃음). 그때쯤 100명 넘던 최초 지원 인원 중에 6명이 남게 됐다.
Q. 그 이후의 치열한 경쟁은 또 어땠나.
우선 인사 담당자 분은 다음 생에 보자면서 왜 또 왔냐고 하셨다(웃음). 그 다음은 2차 면접이었고, 심층적인 원고 리딩 능력을 점검받았다. 당시에 일종의 압박 면접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고, 실수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정말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장기자랑을 시키셨다. 나는 정말 춤도 못 추고 노래도 못하는 사람인데, 그때 머리가 어떻게 됐는지 ‘오빠야’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웃음). 내가 어디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셨던 게 아닐까. 그리고 최종 면접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갔다. 마지막 질문이 고마웠던 사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였다. 그때 같이 시험을 준비하던 동기 언니 이야기를 했다. 형편이 어려운데도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하던 언니였다. 그 언니는 서류 때 이미 떨어졌는데, 내가 최종까지 갔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축하해줬다. 자기가 떨어졌는데도 말이다. 그 이야기를 하다가 울어버렸다. 그런데도 결국 나를 선택해주셨다.
Q. 동의할 수 없겠지만, 재능이 흘러넘치는 천재였는데 그걸 본인만 모른 게 아니었을까.
나는 내가 전산오류 전형으로 붙은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같이 방송 해보셨으니 알지 않나. 나는 부족한 게 정말 많다. (그렇지 않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런가? 나는 지금도 이런 나를 뭘 믿고 뽑아주셨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진심으로 6명이 남았을 때, 무조건 내가 6등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아마 KBSN이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한 게 아닐까 싶다(웃음).
Q. 어린 나이에 바로 사회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있었다. 조직 생활 자체를 처음 해보는 거니까. 코로나 때문에 학교생활조차도 제대로 못 해봤다. 일도 힘든데 인간관계도 챙겨야 하고, 조직 생활에도 적응해야 했다. 그리고 경력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이 일을 접한 거니까 어려움이 너무 많았다. ‘내가 늘긴 늘까? 애초에 재능이 없는 건 아닐까?’ 싶었다. 게다가 동기들도 너무 뛰어난 동기들이었다. (양)세원 언니는 이미 경력자였고, (최)서임 언니는 연극을 오래한 언니라 끼도 정말 많고 방송을 너무 자연스럽게 했다. 내가 중간에서 얼마나 비교됐겠나. 처음에는 진짜 그만두려고 했다. 딱 3개월만 버텨보고 지금이랑 같으면 그만하자고,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3개월을 버티니까 숨통이 트였다.
Q.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해 품어왔던 이상과 현실의 차이는 크지 않은지.
예전에는 막연하게 그냥 엄청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 삶에서 크게 바뀌는 건 없더라. 나는 지금도 외부에서 나를 아나운서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스스로가 실감을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방송을 끝내고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아나운서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그런 적이 없다. 늘 후회가 남는다. ‘이렇게 해볼걸, 이런 건 하지 말 걸’ 하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런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고 이 정도면 잘했다 싶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때. 그때 아나운서라고 명함을 내밀어 보겠다(웃음).
Q. 세원 아나운서는 “그래도 우리 셋 다 돌아가면 결국 다시 여기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원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동의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모두 방송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니까. 물론 나 같은 경우 스포츠로 방송을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건 정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니 말처럼 결국 우리는 다시 만날 것 같다.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다는 게 스포츠 아나운서의 강점이다. 스튜디오도 갈 수 있고, 현장도 갈 수 있다. 더빙도 해볼 수 있고, 예능적인 방송도 해볼 수 있다. 유튜브에도 나갈 수 있다. 이런 다채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가 사회에서 맡게 된 첫 번째 일이라는 건 잘된 일이다.
도쿄올림픽으로 배구 입문, 이제는 아웃사이드 히터 도전?
반 년 동안 함께해야 하는 배구라는 존재와 친해지지 못하면 결국 일하는 매 순간이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원래부터 배구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스튜디오와 현장을 오가며 배구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 들어갔다. 배구 선수 못지않은 키와 담대함을 갖춘 전세연은 이제 “아웃사이드 히터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할 정도로 배구와 친해졌다.
Q.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배구를 좋아했나.
야구보다는 그래도 잘 알고 있었고 원래부터 좋아했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가 뜨거웠을 때 입문해서 기본적인 룰 정도는 숙지한 상태였다. 신입 때 팀장님께서 김연경 선수의 마지막 V-리그 경기도 데려가주셨던 기억이 난다.
Q. 첫 현장 출장의 기억은.
여수 컵대회 때 남자부 준결승을 취재한 게 첫 현장 출장이었다. 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님과 송희채 선수를 인터뷰했다. 죽는 줄 알았다(웃음). 야구는 사실 경기 자체가 시간도 길고 중간 중간 여유도 있는 편인데, 배구는 훨씬 준비할 것도 많고 템포도 빨랐다. 수훈선수 인터뷰 고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구와 빠르게 친해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애정이 있는 종목이고, 재미도 있다. 보는 맛이 있다. 일단 시원시원하지 않나. 템포도 빠르고, 보는 내내 지루한 순간이 없는 종목이다. 직관 가면 공 때리는 소리도 너무 좋다. 진정한 스포츠 같다.
Q. 배구 매거진 프로그램 <스페셜V>는 어떤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나.
정말 행복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이 방송하시는 분들도 다 너무 잘 챙겨주신다. 만나는 사람들이 워낙 좋으니까 종목도 덩달아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빈말이 아니고 다 너무 좋다. 나를 딸처럼 챙겨주시고. 뭘 물어도 항상 잘 받아주신다. 동료애가 생기는 사이인 것 같다. 배구인들 다 너무너무 좋다. 입사 이래 가장 즐겁게 방송하고 있는 요즘이다. 방송적으로는 내가 뭔가 대화를 주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고, 대본에 없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는 것도 좋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Q. 우리끼리 방송에서 새로운 걸 한 번 도전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했지 않나. 뭘 해보면 좋을 것 같은지.
우리 또래 선수들을 모아서 배구선수가 아닌 친구들로 모여 배구로부터 자유로워진 채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를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테토녀’로서, 테토스럽게 대화를 이끌어보겠다(웃음). 가끔은 선수들이 얼마나 지겨울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모두가 배구선수이기 이전에 한 사람일 텐데, 어디서든 배구와 떨어질 수 없다는 게 피곤하지 않을까 싶었다.
Q. 시즌이 끝날 때쯤에는 배구 아나운서 전세연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사실 아직도 배구를 완벽히는 알지 못한다. ‘인이네?’ 생각했는데 아웃이고 그런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시즌 마무리쯤에는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수훈선수 인터뷰에서도 더 다채롭고 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직접 배구를 해보고도 싶다. 위원님들과 만날 때마다 늘 컨설팅을 받고 있다(웃음). 세터를 추천해주셨는데, 나는 아웃사이드 히터에 도전해보고 싶다(웃음).
나를 위해 언제나 앞장서준 큰언니, 나보다 먼저 나를 이해해준 작은언니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많은 것이 처음인 24살의 전세연에게도 배구는 배구대로, 일은 일대로 수많은 흔들림을 안겼다. 혼자였다면 무너졌을지도 모르지만, 좋은 사람의 곁에는 역시나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험한 길에서 앞장서줬고, 누군가는 어렵고 속상한 마음을 자신의 일처럼 공감해줬다. ‘나도 저렇게 해야겠다’는 목표가 돼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그들의 손을 맞잡고 ‘흔들리며 피는 꽃’이 됐다.
Q.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자.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인터뷰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나.
전광인 선수! 히로시마에 전지훈련 취재를 갔을 때 잠깐 커피 한 잔 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지간한 질문은 다 받아본 베테랑이시라고 하더라. 그 한 번도 못 들어본 질문, 내가 꼭 해드리겠다(웃음). (지금 미리 하나 생각해본다면?) 음, 웃을 때 입 꼬리가 한쪽만 올라가시는 거 알고 계신가요(웃음)?
Q. 흥미로운 질문이 될 것 같다(웃음). 아나운서 전세연의 롤 모델도 궁금한데.
(조)은지 선배와 SBS 스포츠 김세연 선배님. 은지 선배는 처음에 회사에 적응을 잘 못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선배다. 예전에 엄청나게 혼나고 나서 울고 있을 때도 와서 달래주셨고, 너무 일이 어려워서 “전 정말 안 되나 봐요, 전 재능이 없어요”라고 말씀드렸을 때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따뜻하게 응원해주셨다. 마더 테레사 같은 분이다(웃음). 언젠가 나한테도 후배가 생기지 않겠나. 그렇겠지? 제발 그렇다고 해 달라(웃음). 그럼 난 은지 선배한테 보고 배운 그대로 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내가 무뚝뚝해서 표현을 잘하진 못했지만, 정말 많이 의지했다. 나에게 나눠주신 따뜻함을 양분 삼아서 멋지게 성장한 다음, 나도 그런 따뜻함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 그리고 나는 좀 무뚝뚝한 느낌을 주는 방송인인 것 같은데, 세연 선배님은 언제나 정말 친절하다는 느낌을 주는 방송인이다. 그 친절함과 따뜻함을 닮고 싶다. 본받을 점이 많은 선배님이라고 생각한다. 늘 방송 챙겨보면서 배울 점을 찾고 있다. 너무 존경스럽다. 사실 같은 샵을 다니는데, 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반갑게 인사를 많이 못 드렸다. 앞으로라도 반갑게 인사드리겠다.
Q.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양세원-최서임 아나운서는 어떤 존재일까.
앞서서 내가 두 언니들과 비교하면서 작아졌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들이 나에게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내가 스스로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이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내가 방송을 처음 시작했을 때, 선배들한테 물어보기는 약간 애매한데 아직 잘 모르는 그런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큐 카드 드는 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때마다 세원 언니가 정말 많이 도와줬다. 그리고 언니는 항상 모든 걸 먼저 해야 했다. 우리 중에서는 경력자라는 이유로 <아이 러브 베이스볼>도, <스페셜V>도 언니가 가장 먼저 들어갔다. 언제나 우리를 위해 희생해준 거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했다. 지금도 많이 의지하는 존재다. 서임 언니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다. 정말 착한 사람이다. 힘들 때는 위로도 정말 많이 해주고, 슬플 때는 나보다 먼저 울어주는 사람이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할 때는 밥을 사주면서 “너 다 먹는 거 보기 전까지 안 간다”며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다. 리액션이 너무 좋아서 썰 풀 맛이 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웃음). 누구 하나라도 나쁜 사람이라면 참 힘들었을 텐데, 동기들이 다 좋은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이랬는데 알고 보니까 내가 빌런인 거 아닌가 모르겠다(웃음).
“지금까지 올림픽 현장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아나운서 전세연이었습니다!”
특급 유망주답게 가파른 우상향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공감 능력 제로’에서 팬들의 궁금증을 이해하고 해소해주려고 하는 사람이 됐고, 너무 힘든 하루도 날개를 활짝 펼칠 날을 꿈꾸며 버틸 수 있게 됐다. 그 과정에서 “죽기야 하겠어? 괜찮아, 안 죽어”를 당차게 외치는 사람이 전세연이다. 이쯤에서 첫 순간을 돌아보게 된다. 역시 송곳처럼 뚫고 나온 그 재능과 매력을 놓칠 면접관들이 아니었다. 여기에 전세연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양세원과 최서임까지 품었으니, 스포츠로 치면 KBSN의 2025년 신인 드래프트는 머지않아 ‘초대박’으로 회자되지 않을까.
Q. 마무리는 다시 일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과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
선수들이 나를 알아봐 줄 때 제일 재밌다. 선수들이랑 조금 친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라 좋다. <스페셜V>를 할 때는 패널 여러분들과 티키타카가 잘 될 때 재미를 느낀다. 정적인 프로그램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니까 더 좋다. 힘들 때는…몸이 너무 안 좋은데 출장을 가야 할 때. 또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힘든데 카메라 앞에서 웃어야 할 때. 대신해 줄 사람도 없다. 이럴 때 좀 서럽고 힘들다. (그럴 땐 어떻게 이겨내나?) 어차피 다 지나간다고, 그냥 버티자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저런 다른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봤자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그냥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번데기처럼 버틴다. 그러면 언젠가 나비가 될 수 있겠다고 믿는다. ‘죽기야 하겠어? 괜찮아, 안 죽어’라고 생각하면서(웃음).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자면.
우선 즐기는 마인드다. 못 즐기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조건 이 일에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공감 능력. 나는 사실 ‘공감 능력 제로’였다. 대문자 T다. 야구 때도 처음 들어가서 선수 인터뷰했을 때 모범 질문지 같은 걸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걸 보자마자 ‘이게 왜 궁금한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다행히도 일을 하다 보니까 공감 능력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팬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포인트를 캐치할 줄도 알게 된다.
Q. 배구 아나운서 전세연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올림픽에 가보고 싶다. 올림픽 현장에서 리포팅을 해보고 싶다. 국제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그래도 영어에 자신이 있는 편이다. 영어로 해외에서 방송해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아나운서 전세연의 팬이 되신, 또 돼 주실 분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
내가 선수들을 인터뷰할 때 참 자주 했던 질문인데, 막상 내가 받으니 정말 어렵다(웃음). 이런 나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차가워 보여도 속은 여리고 따뜻한 사람이다. 언젠가 내 안의 따뜻함이 팬 여러분들에게 전해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리겠다.
PS. 먼저 빛나고 있는 세연 아나운서가 뒤따라 빛날 세연 아나운서에게
같은 회사의 선배들과는 달리 타사 선배들에게는 조언이나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회사가 달라도 같은 영역에서 같은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주고받을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SBS 스포츠 김세연 아나운서에게 자신의 뒤를 따를 후배를 향한 조언과 격려를 부탁했다. 김세연 아나운서는 흔쾌히 부탁에 응했다.
“후배님들 입장에서는 롤모델로 꼽을 수 있는 선배들이 많을 텐데 저를 꼽아주다니, 저에게는 엄청난 영광입니다! 사실 이 일을 해오면서 가끔 힘들고 서럽다고 느낄 때도 많았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동안 꾸준히 성실하게 해온 보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고 아주 큰 위안이 돼요!”
“저도 주위 사람들에게 첫인상이 새침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온 편인데요. 내가 애써서 웃지 않으면 생각보다 남이 보는 내 평상시 표정은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나서는 웃으려고 더 노력했어요. 내가 정말 기분 좋을 때 나오는 웃음이 물론 제일 밝겠지만 사람이 늘 기분이 좋을 수는 없기에…누군가와 대면할 때는 내가 그 상대를 먼저 환하게 웃으면서 맞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거 같아요! 근데 계속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미 웃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언젠가부턴 인터뷰 때 제 표정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밝아서 오히려 놀랄 때가 많거든요!”
“저는 1년차 때 제가 내뱉는 말이 혹시라도 틀린 내용일까 마음 졸였던 부분이 가장 힘들었어요. 현장에서는 인터뷰를 하러 이동하는 도중에 인터뷰이가 바뀌기도 하다보니 모든 질문지나 대본을 미리 써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이 불안함을 이겨내는 방법은 스스로 확실하게 사실 검증을 거치는 방법뿐이기 때문에, 그냥 모든 선수들을 최대한 미리 철저히 조사해서 내 데이터를 내가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방법밖엔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누적되면서 훨씬 편해질 거예요.”
“전세연 아나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마 카메라 앞에서 더 편해지면 세연 아나운서만의 매력이 방송에서 더 잘 드러날 수 있을 거예요! 스스로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고, 방송 준비도 더 철저히 하다보면 하는 일이 걱정되고 긴장되기보다 점점 더 재밌어지는 순간이 와요! 언젠가 또 다른 후배 아나운서에게 롤모델이 되는 멋진 아나운서가 되길 바랄게요!” - SBS 스포츠 김세연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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