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현장과 스튜디오에서 하루의 배구 이야기를 팬들에게 전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포츠 아나운서다. 모든 배구 팬들이 매일 경기장에 갈 수는 없기에, 그런 팬들에게서 배구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들의 임무는 막중하다. 이 어려운 일을 1년차지만 멋지게 해내고 있는 ‘배구 새내기’들이 있다. KBSN의 양세원-전세연 아나운서다. 이들의 치열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소중히 담아왔다.
첫 순서로는 언니인 양세원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때로는 1년차다운 패기와 쾌활함으로, 때로는 동기 중 맏언니다운 든든함과 우직함으로 배구장에서의 첫 시즌을 알차게 수놓는 중이다. 나는 배구 여신보다 배구 여동생이 되고 싶다고, 누군가를 울고 웃기는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양세원의 목소리는 이 사람이 배구 팬들을 행복하게 해줄 존재가 될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검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나를 담금질해줄 곳을 찾아 나서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이게 내 꿈이라고, 나는 꼭 그 꿈을 이룰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돌덩이지만 검이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믿었고, 그런 나를 담금질해줄 곳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생긴 스스로에 대한 의문에도 기어코 스스로 답을 찾았다. 그렇게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KBSN 스포츠의 아나운서가 됐다.
Q. 고리타분한 시작을 양해해 달라. 가장 먼저 할 이야기는 방송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다.
중학교 때 방송반 아나운서를 했다. 아나운서 타이틀을 처음 달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아나운서의 꿈을 본격적으로 꿨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고리타분한 시작이었다(웃음). 주변에 항상 말하고 다녔다. 나는 아나운서가 될 거라고. 그때 친구들을 요즘 만나면 네가 진짜 해냈다면서 되게 놀란다. 이후 TJB에서 처음으로 아나운서 일을 시작했다.
Q.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영역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스포츠랑 남다른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98년 10월 9일, 만삭인 어머니가 한글날을 맞아서 야구장에 갔다가 신나서 뛰시는 바람에 내가 뱃속에서 점점 내려오게 됐다. 그리고 다음날인 10월 10일에 예정일보다 열흘 이상 일찍 태어났다. 어찌 보면 스포츠가 나를 조금 더 빨리 세상 밖으로 꺼내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이 다 같이 경기장 가는 것도 좋아했다. 그 때는 그냥 분위기가 좋고 맛있는 게 많아서 좋아했지만, 나중에는 ‘언젠가 여기서 일을 하면 좋겠다, 일하면서 공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웃음). 여기서 뭘 해야 공짜로 경기를 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스포츠 아나운서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후 아나운서가 돼서 지역 방송국에 있을 때도 스포츠를 다룰 일은 많았고, 꾸준히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커져가면서 이 일을 원하게 됐다.
Q. 기존의 아나운서 업무와 비슷한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 큰 도전이었다.
새로운 일을 도전함에 있어 당연히 고민도 많았다.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어야 했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했고, 현장에서 어떤 변수가 생겨도 이겨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스텝이 필요했다. 그냥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읽는 아나운서로만 남는 게 조금은 싫증이 났다. 나에게는 무조건 해야 하는 도전이었다. 원석에서 보석이 되는 또 하나의 단계가 필요했다. 그렇게 내 방향성을 정했다. 이 회사는 나를 계속 가공해주는 존재인 것 같다. 명검은 단련 없이 날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검이 되려고 태어난 존재라고 생각한다(웃음). 투박하고 모난 구석이 많은 돌덩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명검이 되기 위해선 꾸준한 단련이 필요한 존재. 이일에 도전해야 내가 더 담금질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Q. KBSN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과 에피소드도 궁금한데.
광주 MBC에서 일하고 있을 때라, 뉴스는 뉴스대로 하면서 광주와 서울을 오가야 했다. 뉴스 시간과 시험 시간이 겹쳐서 양해를 구하고 시험을 오전 조로 옮겨서 보기도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합격자는 오전 조에서 다 나왔다. 사실 광주-서울을 오가는 게 체력적으로 부담은 컸다. 하지만 한 단계만 더 버티면 난 현장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상상으로 버텼다. 이런 내 노력을 알아봐주시는 선배님들이 면접장에 계셨다. 신승준 팀장님이 내가 광주를 오가는 것을 기억해주시고 파이팅을 해주신 것도 생각난다. 면접비 봉투에도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글귀도 적혀 있었고,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에서 다정함이 묻어났다. 냉정한 시험을 보러 온 곳인데도 따뜻한 곳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하나의 에피소드. 첫 시험 보러 서울 온 날에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때 회사에서 준 면접비로 광주에 내려갔다(웃음). 이 에피소드를 2차 때 풀었다. “KBSN이 날 구해준 걸 보니 인연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지갑은 합격하고 나서 1주일 후에 광진경찰서에서 찾았다. 왜 거기까지 갔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웃음)처.
Q. 함께 시험을 치른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는 현직에 있었다 보니 다른 신입 지원자들 중에서는 아예 모르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 사이에서 버티려니 약간의 고민이나 어려움도 있었다. ‘왜 이들이 아닌 내가 붙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렇게 어리고 예쁜 친구들 사이에서 나 같은 사람이 뽑혀야 하는 이유는 뭘지를 생각해야 했다. 내가 찾은 답은 나에겐 그들이 갖지 못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결국 시간으로만 체득할 수 있는 것들이 나에게 무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시험을 보는 순간에도 매일매일 생방송을 하는 나는 조금이라도 덜 떨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미인은 아니니 오히려 친근함 점수 업!이라고 믿었다(웃음).
Q. 그 모든 과정과 고민을 거쳐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다. 생각했던 이상과 지금의 현실은 얼마나 다른가.
사실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면서 시험을 본 게 아니었다. 애초에 엄청난 기대치를 갖고 임하지 않았다. 엄청난 인기를 누릴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출세하는 아나운서가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스포츠 판에 들어가면 힘들 거라고 주변에서 입사 전부터 입이 닳도록 조언해줬다. 그래서인지 예상대로다(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점은 있다. 경기장에 가면 그저 좋을 줄 알았는데 일이 되니 경기를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경기의 순간순간마다 계속 촉각을 곤두세워야한다. 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게 됐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뭐 하나를 하더라도 더 조심해야 하고, 단어 하나를 고를 때도 신중해야 한다.
Q. 지금까지의 대화만으로도 정말 의미 없는 질문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물어본다. 이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당연하다.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다. 동기들끼리도 “우리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농담을 나누는데, 사실 우리 셋 다 똑같다. 과거로 돌아가도 다시 이곳에서 만날 사람들이다. 이 순간의 어려움을 견뎌야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사한 순간이 훨씬 많다. 부담도 명예인 법이다. 이런 부담감이 모두에게 허락되는 부담감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감사함을 느낀다.
배구장의 아늑함, 그 속의 가까운 거리가 좋아서
처음부터 배구를 잘 알았던 건 아니다. 막막한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잘 몰랐기에 호기심이 커졌고, 그 호기심이 흥미로 이어졌다. 어느새 배구라는 스포츠를 진심으로 즐기는 어엿한 배구인이 됐다.
Q. 배구를 처음부터 잘 알았던 건 아니었다고 들었다.
진짜 막막했다. 야구 시즌 초반부에 (전)세연이가 야구를 잘 몰라서 어려워할 때, 솔직히 그렇게까지 공감이 되진 않았다(웃음). “그냥 이렇게 해~ 이렇게 하면 돼~” 하면서 쉽게 조언했다. 그런데 배구 시즌이 오고 그게 이제 나의 어려움이 된 거다. 막막하더라. 근데 계속 배구를 보니까 오히려 야구보다 집중 자체는 잘 된다. 전개도 빠르고, 뭔가 액티브한 스포츠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또 오히려 지식이 아예 없으니까 궁금증이 많고, 그 궁금증이 흥미로 이어졌다.
Q. 지금 이 순간도 배구와 친해지는 과정 속에 있다는 느낌인데.
그렇다. 우선 배구장이 주는 아늑한 느낌이 좋다. 야구장보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사람들을 마주칠 기회도 더 많다. 그래서인지 배구장의 문화에 녹아드는 데 어려움은 없다. 배구 시즌을 맞이하면서 <하이큐!>를 보기 시작했는데, 배구를 익히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스페셜V>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위원님들, 기자님들과 함께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눈과 귀가 틔는 느낌이다.
Q. 배구장과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가장 재밌는 순간과 가장 어려운 순간은 언제인가.
우선 내 인터뷰 내용이 팬 여러분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때 즐겁다. 또 내 질문으로 누군가를 울리거나 웃길 수 있을 때도 행복하다. 그리고 급하게 리포팅을 해야 되는 상황에서 그걸 어찌저찌 다 외워서 하나도 안 틀렸을 때도 즐겁다(웃음). 스튜디오에서는 사고 없이 방송이 매끄럽게 잘 끝났을 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때 일할 맛이 난다. 반대로 아직은 스포츠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무언가를 전달해야 하는 사람인데, 지식이 너무 얕은 거 아닌가하는 고민들이 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는데, 업계 종사자들이 봤을 때는 뭘 모르고 말한다고 느낄까봐 머뭇거렸던 때도 있다. 하지만 공부는 계속 하면 되는 거니까, 너무 그걸 의식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이야기를 전해보고자 한다.
Q. 배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느끼는지.
선수들의 땀과 호흡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종목이라는 것. 야구장보다도 훨씬 더 선수-관중-관계자들 사이의 거리감이 가깝다. 공이 날아 올까봐 살짝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웃음).
Q. 어느덧 시즌의 1/3이 지났다. 시즌이 끝날 때쯤의 양세원은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
좀 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여유가 너무 없다. 경기를 보면서 템포를 바로바로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그 흐름을 잘 따라갈 수 있게 돼서, 현장에서 누굴 인터뷰하든 긴장하지 않고 그 선수의 이야기를 잘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없이 배우고, 그 배움으로 누군가를 위로했던 나의 선배처럼
아무리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 해도, 보고 배우면서 뒤를 따를 선배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또 함께 힘든 시간을 견딜 동료도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려면 행운이 따라야 한다. 다행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자 가고 싶은 길을 열어준 선배를 만났고, 나와 함께 울고 웃어줄 소중한 동료들이 곁에 있다.
Q. 배구로 이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싶다. 롤 모델로 삼는 사람이 있나.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오)효주 선배다. 사실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효주 선배의 <긍정의 야구>를 읽으면서 더더욱 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다. 그 책의 문구를 인용해서 면접 때 이야기했던 기억도 난다. 그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는 나에게 ‘스포츠를 통해 인생을 배우는 사람이 있고, 그 배움으로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줬다. 효주 선배는 퇴사 이후에도 연락도 자주 주시고, 고민 상담도 해주시는 너무 좋은 선배다. 그리고 책을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나한테 효주 선배는 아나운서의 영역을 확장시켜준, 나아갈 길을 밝히고 열어주신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효주 선배뿐만 아니라 회사에 있는 아나운서 선배들 모두가 나에게는 훌륭한 스승이다. ‘늘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마음 한 켠에 품고 있는, 힘들어도 즐기며 일하는, 더 좋은 중계를 위해 고민하는, 꾸준하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후배의 앞날을 함께 고민해주는…’ 우리 선배들 한 명 한 명을 설명해주는 수식어들인데, 이 인터뷰 자리를 빌려 선배들에게 못 다한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웃음).
Q. 이번 시즌에 꼭 인터뷰해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김희진 선수! 내가 배구를 잘 모를 때에도 김희진은 알았다. 뭔가 편안한 언니 같은 느낌을 준다. 김희진 선수를 인터뷰하면 내가 자주 봐왔던 스타를 인터뷰하게 됐구나하는 마음에 영광스러울 것 같다. 요즘 폼도 좋지 않나. 시즌 끝나기 전에 한 번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응원하는 마음으로 찾아뵙고 싶다.
Q. 내가 묻긴 쑥스럽지만, 데일리 매거진 프로그램 <스페셜V>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면.
내가 배구를 아직 잘 모르지만 함께 하는 분들이 워낙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방송 덕분에 현장에 나갈 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스페셜V> 가족들의 친근함이 많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석진욱-윤봉우 위원님은 삼촌 같은 느낌이고, 이숙자-박미희 위원님은 큰 언니나 이모 같은 느낌이다. 나를 너무 귀여워해주시고,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려고 하신다. 표승주 위원님은 나랑 같은 신입의 마음이라 그런지 친근감이 든다. 정다워 기자님과 박주미 기자님은 워낙 베테랑이시니까 믿고 의지하게 되고, 이정원 기자님이나 희수 기자 같은 경우 내가 방송은 조금 더 해봤으니까 긴장감을 덜 수 있게 도와주는 대신, 두 사람은 배구적인 부분에서 나를 가르쳐주는 게 고맙다. 그리고 특별히 이 인터뷰로 내 이야기를 조명해준 희수 기자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Q. 나야말로 귀한 사람의 귀한 이야기를 전할 기회를 내게 줘서 고맙다. 또 소중한 동기들인 최서임-전세연 아나운서는 어떤 존재인가.
동생들이지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방송계에서는 선배지만, 스포츠에서는 다 같이 처음 시작하는 거라서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동생들이 나보다 더 언니 같을 때도 있다. 여기가 첫 직장인데 이렇게 하고 있는 자체가 너무 대단하고 훌륭한 동생들이다. (최)서임이는 워낙 똑 부러지고 준비성이 철저한 친구다. 저렇게 공부해야 서울대 가는구나 싶다(웃음).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동기다. 세연이는 정말 강한 아이다. 우리 중에 가장 어리지만 늘 한결같음을 유지하는 힘이 있다. 그 무던함이 부럽다. 세연이와는 배구를 같이 하게 돼서 더 많이 의지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언제든 저에게 인사해주세요, 저는 계속 선수들을 빛내고 있을게요!”
어색하게 느껴졌던 새로운 공간에서 이제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은 왜 하필 나를 좋아해주시는지 궁금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하지만 처음 이 일에 도전했을 때 스스로 찾아냈듯, 사실 의문에 대한 해답에는 곧 스스로 도달할 것이다. 누군가의 조건 없는 진심을 건네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라서 받는 응원과 사랑일 뿐이라는 해답에.
Q. 배구 아나운서 양세원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하나를 꼽는다면.
질문을 듣자마자 바로 머리를 스친 한 단어는 책임감이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현장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궁금해 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다. 그냥 시간 잘 때우고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일하면 이 부분에서의 부족함이 모두에게 들통 난다. 책임감을 가진 사람만이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다. 혹시 몇 가지를 더 꼽아도 된다면, 우선 체력!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장력을 의미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늘 심신의 스트레스가 있는 환경 속에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그리고 스포츠 아나운서라면 당연히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돼야 하는 것 같다. 당차게 말해놓고 반성하게 되는데(웃음),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해이해질 때도 있다. 책임감과 체력, 스포츠에 대한 애정 모두 잘 간직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계속 살피고 다잡아야겠다.
Q. 그 가치를 잘 지켜가고 있기에, 점점 아나운서 양세원의 팬들도 생겨나고 있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취향이 독특하신 것 같다(웃음). 세연이나 서임이처럼 매력이 딱 봐도 흘러넘쳐서 드러나는 친구들도 있지 않나. 세연이는 워낙 예쁘고 늘씬하고, 서임이는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다. 그 와중에 저를 좋아하신다니, 쉽지 않은 길을 택해주셨다(웃음). 나조차도 나를 좋아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자 위로가 된다. 현장에서 팬 여러분들을 뵐 때마다 내가 현장에 와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된다. 언제든지 반갑게 인사해주시면 좋겠다. 나는 계속 선수들을 빛내주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겠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아나운서 양세원의 꿈은 무엇인가.
아직 4년차, 스포츠 아나운서로는 1년차긴 하지만(웃음), 내 최종 목표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아나운서, 믿고 보는 아나운서가 되는 거다. 동료들에게는 ‘양세원이면 우리 방송에 써도 되겠다’는 소리를, 시청자 분들에게는 ‘양세원이 나오면 걱정 없이 방송을 본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진지하고도 유쾌한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재미든 감동이든 하나는 꼭 전하고 싶다. 아직 부족함 많은 돌덩이지만, 아나운서로서 쓸모 있는 검이 되도록 잘 단련해나가고 싶다. 그리고 욕심 조금 보태 앞으로도 그 여정이 즐겁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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