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문성민을 보는 것 같다” 프로팀들은 왜 스무살 윤경을 지켜보고 있나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9-02 18:50:58
[더발리볼 = 단양국민체육센터 이보미 기자] 2006년생의 195cm 아웃사이드 히터 윤경은 인하대 유니폼을 입고 대학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미 남성고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에 발탁돼 주목을 받은 재목이다. 대학교 2학년인 윤경의 2026년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아울러 윤경과 나란히 대학 배구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는 유망주들도 돋보인다.
“롤모델은 문성민 선수” 윤경
일본 진출과 프로행 놓고 고민
2025년 U21 세계선수권에 출격했던 선수들이 대학 무대에서도 활약 중이다. 당시 석진욱 감독이 지휘한 U21 대표팀은 프로 선수인 윤서진(KB손해보험), 이우진(삼성화재), 윤하준(한국전력), 김관우(대한항공)과 더불어 대학 선수들로 팀을 이뤘다.
아웃사이드 히터 윤경과 미들블로커 임인규, 조영운(이상 인하대), 세터 김대환(성균관대), 미들블로커 장은석과 아웃사이드 히터 박우영(이상 한양대), 아포짓 조득진(홍익대), 리베로 윤건우(조선대) 등이 대학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8월 12일부터 20일까지 단양에서 열린 ‘2026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단양대회’에서도 이들의 존재감은 빛났다.
먼저 ‘스무살 거포’ 윤경은 프로팀에서 주목하고 있는 선수다. 단양 현장을 찾은 한국전력 석진욱 감독은 윤경에 대해 “공격은 화려하다. 예전의 문성민 선수를 보는 것 같다. 잘한다”면서도 “다만 수비 부분에서는 좀 더 보완을 해야 한다. 지금 수비 능력으로는 프로팀에 와서 바로 주전이 되는 게 어려울 것 같다”고 평을 내렸다.
윤경은 작년에도 프로행을 고민했지만 당시 대학교에 남기로 결정했다. 올해는 2026-2027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러 선택지를 두고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진출도 고려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대학배구연맹은 대학 선발팀을 꾸려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제25회 서일본 대학 남자배구 선발대회’에 출전한다. 이 명단에 윤경도 포함돼있다. 인하대 최천식 감독은 “일본 대학 선발팀과 경기를 하는데, 일본 SV.리그 스카우터들도 이 현장을 찾는다고 알고 있다. 이번에 관심이 있는 일본 팀이 있다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년 동안 지켜본 윤경에 대해서는 “지난해보다 힘을 많이 빼긴 했는데 아직 더 많이 빼야 한다. 경기 중에 멘탈이 흔들리면 더 세게 때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부분을 조절해야 한다. 또 겨울에 수비 연습을 많이 하면서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좀 불안하긴 하다. 저 정도의 높이나 파워를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가 나와야 한다. 앞으로 프로팀에 가든, 일본에 진출하든 아포짓 자리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경쟁력을 키우려면 수비 훈련을 더 해야 한다”며 힘줘 말했다.
윤경 역시 거취에 대한 고민이 깊다. 그는 “좋은 기회가 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윤경의 롤모델은 문성민 전 선수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 꿈을 키운 윤경이다. 윤경은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너무나도 좋아했던 선수다. 아직도 그 시절 문성민 선수의 서브나 플레이 등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꾸준히 롤모델로 꼽고 있다”고 밝혔다.
‘배구 형제’ 장보석·장은석
“프로에서 만나면 재밌을 것 같다”
한양대에서는 ‘배구 형제’가 나란히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2004년생의 195cm 아포짓 장보석과 2006년생의 202cm 미들블로커 장은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아버지 역시 운동선수 출신이다. 2000년대 한국전력 소속으로 활약한 육상선수 장기식 씨다. 어머니도 약 180cm의 장신으로 알려졌다. ‘배구 형제’의 DNA부터 남달랐다.
‘형’ 장보석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구공을 잡기 시작했다.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장은석은 200cm가 넘는 장신 미들블로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U21 대표팀에 발탁돼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양대 송병일 감독은 “보석이는 왼손을 쓰는 공격수다. 좀 더 힘 있는 공격을 해줬으면 하고, 수비 부분도 좀 더 다듬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서 “은석이는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고 있다. 향후 한국 남자배구에 꼭 필요한 자원으로 성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장보석과 장은석도 서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장보석은 동생에 대해 “동생은 신장이 좋다. 또 신장에 비해 빠르다. 블로킹 리딩 능력도 좋다. 단점은 점프가 좀 부족한 것 같다”고 했고, 장은석은 “형의 장점은 파워와 점프력이다. 우리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어서 좋다. 단점은 기본기와 수비다”며 냉정하게 말하면서 웃었다.
형제가 같은 팀에서 뛰는 경우는 드물다. 장보석은 “편한 존재라 서로 든든하다. 반면 너무 가까운 사이라 어려운 점도 있다”고 했고, 장은석도 “포지션도 다르기 때문에 같은 팀이라 좋은데, 또 오랜 시간을 같이 있다 보니 안 좋은 점도 있다. 나중에 다른 팀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장보석은 올해 V-리그 문을 두드린다. 장보석은 “아포짓은 대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자리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저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왼손잡이라 그 부분에서 장점을 키워서 경쟁력을 키워보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옆에서 형을 지켜본 장은석은 “형이 배구를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학교까지 올라와서 배구를 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면서 “나중에 저도 프로에 가서 나란히 코트에 서 있게 된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리베로에서 200cm →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
‘금산의 허수봉’ 전유석
“저도 김연경 선수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리베로 포지션으로 코트에 올랐던 전유석은 현재 200cm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 중이다.
‘배구 여제’ 김연경처럼 키가 작았던 전유석은 리베로 포지션을 맡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급격히 키가 크면서 공격까지 펼치고 있다. 기본기부터 신장, 공격력까지 두루 갖춘 아웃사이드 히터는 귀할 수밖에 없다. 전유석도 공격력을 끌어 올려 코트를 누비겠다는 각오다.
중부대 송낙훈 감독은 전유석에 대해 “키가 갑자기 큰다고 해서 그 기본기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공격할 때 파워 면이 아쉽긴 하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선수다”고 평을 내렸다. 전유석의 플레이 스타일과 외모 등은 V-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허수봉과 비슷하다. 송 감독도 “중부대가 금산에 있는데, ‘금산의 허수봉’이라고 말했다. 유석이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우리 유석이가 기본기는 허수봉 선수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제자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중부대 4학년 재학 중인 전유석 역시 올해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한다. 그는 “대학교에 와서 리시브 연습도 많이 했지만 선생님들이 점프 훈련, 순발력 운동을 많이 강조하셨다. 아직 공격 부분에서는 부족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키는 200cm이지만 수비 면에서는 리베로 선수들만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줘 말했다.
‘금산의 허수봉’이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허수봉 선수가 롤모델이지만, 아직 부족하다. 예전부터 현대캐피탈 경기도 많이 보러 갔다. 파워풀한 공격에 리시브까지 잘하신다. 프로에 가게 되면 많이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서 가끔 외모도 닮았다고 하시는데, 일단 키가 비슷하다는 것만 얘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여오현 아들’ 여광우
“여광우 선수 잘한다’는 말 듣고 싶다”
인하대 배구부에는 ‘한국 배구의 레전드’ 여오현의 아들이 있다. 대학교 2학년인 여광우 역시 아버지와 같은 포지션인 리베로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송산고를 거쳐 인하대에 진학한 여광우는 대학 무대에서 성장 중이다.
여광우는 “1학년 때는 긴장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나오곤 했다. 2년차가 되면서 훈련도 많이 하고 경험도 쌓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인하대에는 4학년 리베로 선주성이 있지만, 단양 대회에서는 주포 부상으로 공격수로 나섰다. 선주성을 제외하면 리베로 자원은 여광우가 유일하다. 여광우는 주어진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항상 믿어주시는 만큼 보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잘하려고 한다. 리시브에서 자신감 있게 하고, 파이팅적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리베로 여오현은 한국 남자배구 선수들도 베스트7 중 한 명으로 꼽을 정도로 ‘레전드’ 선수로 남아있다. 그만큼 여광우에게 ‘여오현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광우는 “원래 아버지랑 배구 얘기를 안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먼저 물어본다. 훈련 중에 안 풀리거나 답답한 부분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데, 늘 아버지께서는 ‘네가 많이 해보면서 느껴야 한다’는 말만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코트 위 아버지의 모습도 또렷하다. 여광우는 “정말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였다. 그 누구한테도 뒤처지지 않고 모든 면에서 꾸준하게 잘했던 선수였다”면서 “처음에는 ‘여오현 아들’이라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이고 있다. 여오현 선수로서 존경할 부분을 인정하고, 저 역시 그런 부분들을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다. ‘여광우 선수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창단 2년차’ 경일대의 꿈
단양 대회에서 남대부에 출전한 팀은 15개였다. 2025년 창단된 경일대의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과거 삼성화재 소속 세터로 활약한 방지섭 감독이 초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창단 2년차가 된 경일대는 ‘재미있는 배구’를 추구한다. 학교 지원도 탄탄하다.
방 감독은 “학교에서 워낙 지원을 잘 해주셔서 재밌는 배구를 하고 있다. 경일대 여자배구부도 있어서 같이 재밌게 훈련을 하고 있다. 분위기도 늘 좋다”고 말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방 감독은 경일대 남자배구부의 첫 프로 진출을 꿈꾼다. 올해 2004년생의 190cm 아포짓 노건호, 주장인 2005년생 리베로 옹민혁은 프로행에 도전한다. 방 감독은 “기대를 한다. 아이들한테는 늘 ‘어딜 가도 다 힘들다.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지금이라도 하루하루 그냥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차근차근 미래에 대해 계획을 세워라’는 잔소리를 한다”고 말하며 ‘아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노건호는 “지금까지 배구를 해 오면서 한 번쯤은 드래프트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학 선수까지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옹민혁은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제 플레이를 보여주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믿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방 감독이 말한 ‘재미있는 배구’를 즐기고 있는 두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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