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알기에, 또다시 피어나는 시간...전광인에게 배구는 ‘행복한 순간들’이다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9-05 23:06:26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전광인. 8월 11일 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용인)=곽경훈 기자

[더발리볼 = 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용인)=이보미 기자]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은 V-리그 역대통산 득점 3위와 공격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V-리그에서만 12시즌을 보냈다. 한국전력, 현대캐피탈을 거쳐 2025년부터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여전히 V-리그 코트를 누비고 있다. 직전 시즌 득점 10위, 디그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가오는 시즌에도 같은 기량을 유지하는 동시에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전광인의 13번째 비시즌

Q. 2026년 비시즌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올해도 하루하루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지난 시즌 부산에서 많은 지지와 성원을 받은 만큼 더 나은 성적으로 보답하기 위해 선수들과 다 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무늬만 문성민’ 유튜브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문)성민이 형한테 연락이 올 것 같았는데 마침 연락이 왔어요. 이왕 도와주기로 한 거 열심히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촬영을 했죠.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재밌게 찍었던 것 같아요. 촬영 자체보다는 형이랑 같이 뭔가를 한다는 게 좋아요. 너무 둘만 재밌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줘야 하잖아요. 성민이 형이 지금보다 더 망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웃음).

Q. 아들 ‘루안’ 군과 함께 한 ‘아빠는 선수다’ 콘텐츠도 재밌었어요. 
우리 아들이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제가 직접 라이딩도 하고요. 그렇게 학부모가 됐습니다. ‘아빠는 선수다’ 촬영도 사실 고민을 했는데, 이안이가 하자고 해서 나가게 됐어요. 이안이만 좋다면 해야죠(웃음).

Q. OK저축은행은 비교적 선수단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네요. 
팀 내 고참이라고 해도 각자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고참들이 ‘어떻게 하자’ 따로 얘기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해주고 있어서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요. 

Q. 올해 OK저축은행의 변화도 크죠. 두 외국인 선수와 함께 해보니 어떤가요.
러셀은 워낙 한국에서 생활을 많이 해서, 한국 문화도 잘 알고 있는 선수예요. 쉽게 팀에 녹아들고 있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페이즈는 처음으로 타국에서 배구를 한다고 해요. 그럼에도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기도 하고, 애교도 많아서 선수들에게 예쁨을 받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두 선수 모두 새 팀에 들어왔기 때문에 뭔가 보여줘야 하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두 선수도 서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Q. 최근 새 외국인 선수 페이즈에게 ‘이니형’이라고 부르라고 하던데요.
지금도 ‘이니’가 아니라 ‘이니형’이라고 해요. 제가 교육시키고 있어요.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이 8월 11일 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용인)=곽경훈 기자

1부터 12까지 숫자로 돌아본 전광인의 12시즌
“이렇게 깊게 들여다본 건 처음”

①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하나의 시즌을 고른다면요.
어렵네요. 프로 2년차였던 2014-2015시즌이요. 그때 제가 플레이오프에 처음 올라갔는데 OK저축은행에 2경기 연속 5세트까지 가서 졌어요. 그 시즌이 정말 아쉬웠던 것 같아요.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갔다면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컸던 시기였어요. 하지만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시몬의 벽이 높았죠. 다시 그 시즌으로 돌아가서 우승을 한다면 한국전력이라는 팀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요. 

② 12시즌을 버틸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사람은요.  
어머니와 아내요. 어머니는 항상 저한테 그늘이고 버팀목이니까요. 제가 시즌을 치르면서도 늘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돼주셨어요. 아내는 계속 제가 지치지 않게, 또 온전히 시즌에만 집중할 수 있게 엄청 큰 서포트를 해줘요. 그 두 사람이 저한테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어요. 이렇게 가족 얘기를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웃음).

③ 2015-2016시즌 올스타전부터 3년 연속 ‘이상형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사실 처음에는 ‘내가 왜 뽑혔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두 번째부터는 일부러 저를 골라주시는 느낌이었어요. 나중에 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전에 한 번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인사를 해줘서 감사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팬들에게는 깊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④ 기억에 남는 4개의 장면을 꼽으면요.
첫 번째 순간은 제가 한국전력에서 마지막 시즌, 마지막 경기를 끝냈을 때예요. 퇴근길에 버스를 타기 전 팬 분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었는데, 제 응원가를 불러주셨거든요. 그게 한국전력에서의 마지막 응원가이기 때문에 그 기억이 깊숙이 박혀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현대캐피탈에 가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역시 팬 분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세 번째는 현대캐피탈에서 마지막 시즌을 치르면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한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네 번째는 2025-2026시즌 새 연고지 부산에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 주시는 팬 분들의 환호입니다. 

⑤ 프로 첫 5시즌을 함께 보낸 한국전력은 어떤 팀으로 남아있나요. 
한국전력은 가족 같은 팀이었어요. 모든 선수들과도 가족처럼 지냈고요.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으니까요. 행복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서)재덕이 형도 그렇고 (오)재성이 형 등 다들 저한테 잘해줬고 친하게 지내서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고맙죠. 

⑥ ‘나에게 배구란?’ 여섯 글자로 말해주세요.
행복한 순간들. 물론 배구를 하면서 힘든 시간, 괴로운 시간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 그 시간들이 지나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저를 생각하면, 그 순간들마저도 저한테는 행복한 순간들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⑦ 배구 인생에 있어 함께 뛴 선수들 중 베스트7을 뽑아주세요.
세터는 무조건 한선수 형이죠. 저를 포함한다면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과 정지석이요. 미들블로커는 역시 형들인 신영석 형과 최민호 형이요. 리베로에서는 당연히 여 코치님, 여오현 리베로죠. 아포짓이 고민이네요. 박철우 형과 문성민 형 중 그래도 한 명만 뽑으라면 성민이 형으로 하겠습니다. 

⑧ 갑자기 8시간의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12년 전 전광인과 지금의 전광인은 뭘 했을까요.
12년 전이면 프로 데뷔 후 그 다음 해네요. 그때 8시간이 주어진다면 PC방에 가서 게임도 많이 하면서 마냥 놀았을 것 같아요. 지금 8시간의 자유 시간이 생긴다면 집에 가서 육아, 집안일도 하고 아내와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어요. 

⑨ 10명 중 9명이 모르는 전광인의 다른 모습이 있다면요.
없을 걸요. 제가 제 모습을 숨기는 편이 아니라서 모를 일이 없어요. 

⑩ 지난 12시즌을 되돌아봤을 때 스스로에게 10점 만점 중 점수를 매긴다면요.
7점 정도요. 7점도 높게 준 것 같아요. 12시즌을 치른 것 자체가 잘한 거니까 그에 대한 점수라고 생각해요. 나머지 3점은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죠. 좀 더 노력하고, 잘했더라면 팀 성적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⑪ V-리그 11번째 시즌을 맞이했을 때 비로소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11번째 시즌은 현대캐피탈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이네요. 그때 든 생각은 ‘영원한 것은 없다’였던 것 같아요.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만, 얼마나 잘 내려오는 지도 중요하잖아요. 형들은 늘 ‘할 수 있을 때 해라’는 말을 많이 해줘요. 어찌됐든 선수라면 기량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에 천천히 다가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⑫ 지금까지 12시즌을 버틴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배구를 좋아하고, 배구를 할 때 행복하지만 제 직업이잖아요. 특히 승패가 나뉘는 일이라 마냥 행복하게 하는 건 어렵거든요. 그럼에도 지금 돌아보면 행복한 순간들이에요. 평생 그 순간들을 잘 간직하면서 늘 행복하게 지내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이렇게 지난 시간들을 세세하게 떠올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그 순간들을 되새기게 되네요. 팬 분들에게 참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를 다시 실감하는 것 같아요. 

OK저축은행 전광인이 8월 11일 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에서 <더발리볼>과 만나 미소를 짓고 있다./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용인)=곽경훈 기자 

전광인의 진심
“천천히 내려오고 싶어요”

Q. 지난 12시즌 활약도 빛났지만, 앞으로의 행보에도 기대가 큽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겁나는 게 있어요. 제 기량이 떨어지는 모습에 저보다 팬들이 더 많은 실망감을 느낄까봐 두려워요. 악착같이 붙잡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이라도 그 시기를 늦추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Q. 그래도 작년 OK저축은행 유니폼을 입고 8시즌 만에 정규리그 36경기를 모두 소화했어요. 득점도 474점을 기록하면서 좋은 활약을 보였죠. 
그래서 행복한 시즌이었어요. 물론 팀 성적은 아쉬웠지만요. 현대캐피탈에서는 교체가 되거나, 웜업존에 있을 때면 ‘나도 이렇게 있다가 은퇴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마음껏 뛰면서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붙잡으려고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배구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구나’ 느끼죠. 아까 말했듯이 영원한 건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코트에서 오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Q. 새 연고지 부산에서의 배구 열기도 굉장히 뜨거웠죠.
현대캐피탈에서 나오면서 또다시 홈에서 그런 함성을 들을 수 있을까 했거든요. 부산 팬 분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선수로서는 엄청난 복을 얻은 거라고 생각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경기에 임해야죠. 

Q. 현재 역대통산 5228득점으로 득점 3위에 위치하고 있어요. 기록 욕심은 없나요.
욕심은 늘 있죠. 그런데 따라 잡을 수 있는 선수가 없던데요? 1위 레오가 7419점, 2위 (박)철우 형이 6623점이잖아요. 약 1400점 정도 차이가 나요(웃음). 그래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중에서는 1등이잖아요. 앞으로도 상위권에 있고 싶어요. 

Q. 2026-2027시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작년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1년이 지날 때마다 크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아요. 부족한 부분은 더 보완을 해서 지난 시즌에 보여줬던 플레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Q. 올해는 남자 프로배구 팀들의 변화가 크죠. 새 시즌 판도를 예측한다면요.
그래도 강팀은 유지될 거라 생각해요. 이제 강팀 반열에 어느 팀이 올라가느냐가 관건이겠죠. 다들 그런 생각으로 시즌을 준비할 거예요. 강팀은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고요. 다른 팀들은 우승 경쟁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비시즌을 보내고 있죠. 

Q. 최근 V-리그 전체 변화도 큽니다. 2027-2028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선수 총 3명을 보유할 수 있고요. 남자부도 여자부처럼 개인 연봉 상한선이 생기죠. 
선수로서 아쉽죠. 리그 흥행에 있어서 좋은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면 대표팀 경쟁력도 떨어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내몰린 선수들은 은퇴가 더 빨라질 수도 있고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어린 선수들도 더 적어질 거란 생각이 들어요. 물론 국내 선수들도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을 하겠죠. 연봉 관련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저 또한 책임감을 느껴요. 제가 대표팀에 있을 때 좀 더 좋은 성적을 거뒀더라면 더 좋은 환경을 후배들에게 제공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죠. 후배들에게 미안해요.

Q. 선수 전광인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천천히 내려오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목표예요. 과거와 똑같이 준비하면 못 버텨요. 두 배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붙잡는 정도가 되는 것 같아요. 간혹 어렸을 때 이렇게 준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요(웃음).

Q. 또 앞으로 어떤 남편, 아빠, 아들이 되고 싶나요.
항상 가족들이 의지하고,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가장으로서 충실한 남편이 되고 싶고, 아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들로서는 덜 후회가 남게 잘해야죠.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어요. 올해는 더 노력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OK저축은행 전광인이 V-리그 13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천천히 내려오고 싶다"고 말하며 또다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8월 11일 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전광인./OK저축은행 연습체육관(용인)=곽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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