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에이스’, ‘리틀 김연경’의 무게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9-30 19:18:27
[더발리볼 = 선명여고 체육관(진주) 이보미 기자] 이승여호가 2025년에 이어 2026년에도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밝혔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정상에 올랐던 U16 여자배구 대표팀 주축 멤버들이 올해는 세계무대에 올랐다. 칠레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에서 최종 순위 6위라는 성과를 얻고 돌아왔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손서연이 있었다.
세계선수권 6위·득점 2위
‘에이스’ 손서연의 성장
Q. 2년 연속 국제대회 성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죠.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기사가 뜨면 신기하기도 했고요. 주변에서는 ‘축하한다’, ‘잘했다’고 말해주시는데 사실 아쉽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Q. U17 세계선수권 8강에서 튀르키예에 패한 뒤 눈물을 보이기도 했죠.
안 울려고 했는데, 그때 주변에서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셔서 울컥했던 것 같아요.
Q. 튀르키예전 패배 이후에는 팀원들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요.
저희끼리는 ‘순위 결정전도 하기 싫다’고 말할 정도로 아쉬움이 컸죠. 그런데 감독님이 ‘이게 끝이 아니다. 6위, 7위도 다 중요하다. 적어도 5위 결정전까지 해봐야 하지 않겠니’라고 말하셨어요. 한국 대표로 나온 만큼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고, 경기에 나섰던 것 같아요.
Q. 마지막 5위 결정전에서 이탈리아에 패하면서 최종 순위 6위를 기록했어요.
이탈리아 경기 끝나고는 눈물이 안 났던 것 같아요. 마지막 경기라 다 쏟아내려고 했는데 1세트 시작부터 리시브가 안 풀렸어요. 그래서 제가 시작부터 표정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면 ‘즐기면서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도 남아요.
Q. 아무래도 아시아선수권과 달리 세계선수권에서 받는 압박감이 더 컸을 듯해요.
아시아 팀들은 기본기가 좋지만 키가 작은 편이죠. 세계선수권에서 만난 팀들은 일단 신체조건이 훨씬 좋아요. 그런 부분에서 벽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아시아 대회에서는 여러 기술이 없어도 힘으로 공격을 해서 뚫었다면, 이번에 만난 상대 선수들은 저보다 힘도 더 좋았고요. 그래서 더 다양한 기술을 써야 했어요. 또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크게 와닿았어요. 수비, 커버, 리시브에서 보다 탄탄해지면 세계무대에서도 한국 여자배구의 힘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Q. 세계선수권 득점 부문 공동 2위를 할 정도로 공격 비중이 높았죠.
공이 저한테 많이 올라오긴 했죠. 또 중요한 순간이거나 잘 안 풀릴 때 공이 오잖아요. 저도 제가 안 되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많이 불안하기도 했고, 그만큼 책임감도 컸던 것 같아요. (공격수들은 공이 올라오는 찰나에도 수많은 고민을 한다고 들었어요.) 전 상대 선수 블로킹 자리나 블로킹을 어떻게 떴는지 보고 판단을 내리려고 해요.
Q. 반대로 서연 선수가 후위에 위치했을 때 한국의 공격력이 약화되면서 연속으로 득점을 내주기도 했죠.
그래도 (어)민서가 잘해줬어요. 다만 상대 블로킹이 높을 때 저희가 전위에서 공격을 뚫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제가 수비나 리시브로 더 받쳐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Q. 그래도 한국 U17 대표팀이 세계 6위를 한 건 엄청난 성과죠.
감독님도 대회가 다 끝난 뒤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청소년 대표팀에 나가서도 이런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너희가 좋은 성적을 내서 기쁘다.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뿌듯했던 것 같아요.
Q. 이승여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늘 초심을 잃지 말라고 말해주셔요. 그런 말을 해주실 때마다 잘 새겨듣고 있고요. 또 감독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팀워크나 태도 부분이에요. 그런 부분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실 때 크게 혼내시곤 해요. 하지만 훈련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이에요.
Q. ‘리틀 김연경’이라는 수식어는 이제 어떤가요.
감사해요. 김연경 선수만큼은 아니더라도 더 노력해서 ‘우리가 잘못봤네’라는 얘기는 들리지 않게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기대가 클수록 조금만 못해도 실망감이 크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실망감을 드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뛰어요.
손서연과 나란히 세계무대서 한 뼘 더 성장한 장수인·문티아라
Q. U17 세계선수권을 6위로 마친 소감은요.
장수인 아쉬웠어요. 그냥 믿기지도 않았고요. 6위도 잘했지만, 충분히 더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U16 대표팀 때부터 같이 한 친구들과 사이도 더 돈독해진 것 같고 헤어지기도 싫었어요.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문티아라 아쉬움이 크죠. 그래도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좋은 선수들과 훈련을 하고 경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큰 경험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부족한 점도 알게 됐고요. 어떤 부분을 발전시킬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Q.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스스로 성장한 점이 있다면요.
장수인 아무래도 아시아 팀들과는 피지컬부터 달라요. 높이와 파워에서 차이가 컸어요. 직접 경기를 하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좋은 경험이었어요.
Q. 수인 선수가 앞장서서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것 같은데요.
장수인 아시아선수권 때부터 파이팅이 중요하고, 그런 분위기가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느꼈기 때문에 세계무대에서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더 보여주자고 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저희 나이에 맞는 밝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희끼리 세리머니 아이디어를 같이 모았고요. 못 보여준 세리머니는 ‘파라파라 춤’, ‘깨물하트’ 정도인 것 같아요(웃음).
Q. 티아라 선수는 현재 미들블로커와 아포짓을 모두 소화 중이죠.
문티아라 팀에서는 현재 미들블로커를 맡고 있어요. 지금은 이 포지션에 집중하는 게 맞죠. 하지만 아웃사이드 히터나 아포짓 경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훈련을 하고 있어요.
Q.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장수인 이번에 세계선수권에서 크게 느낀 점이 점프력이나 파워 부분에서 더 성장을 해야겠다는 점이에요. 리시브나 수비에서도 더 단단해져야 할 것 같아요. 늘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 큰 선수로 성장하겠습니다.
손서연의 ‘올림픽 꿈’
Q. 배구는 언제부터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날 때쯤에 그때 당시 학교 체육 선생님이 권유를 하셨어요. 배구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면서 대구 삼덕초로 전학을 갔죠.
Q. 초등학생 손서연은 어떤 선수였나요.
또래보다 키가 큰 편이었고요. 운동을 못하는 선수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언니들이랑 같이 경기를 뛰면서 많이 배웠죠. 6학년 때는 주장도 맡고, ‘에이스’ 역할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Q. 초등학교 때는 키가 크면 보통 미들블로커로 뛰잖아요. 언제부터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나요.
맞아요. 초등학교 때까지는 미들블로커로 뛰었어요. 경해여중 가서도 2학년 때는 미들블로커로 뛰다가 3학년 때 아웃사이드 히터로 갔어요. 선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미들블로커로 뛰었지만 수비 연습은 꾸준히 했고요.
Q. 선명여고 바로 옆에 경해여중이 있더라고요.
네. 여기 진주 경해여중으로 오면서 기숙사 생활도 시작하고 있는데, 같은 곳에서 3년을 더 보내게 됐어요. 본가에는 3주에 한 번씩 가는 것 같아요. 대회가 있으면 텀이 더 길어지기도 하고요. 기숙사 생활이 제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웃음).
Q.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요.
리시브나 공격 기술을 배우는데 자세가 잘 안 잡히거나 할 때 스트레스를 받아요. 근데 전 단순한 사람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오히려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해요. 그러다보면 잘 잊어버리더라고요.
Q. MBTI는요.
ENTJ(대담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의 성격)요. 원래 F 성향이 강했는데, 배구를 하면서 T로 바뀐 것 같아요.
Q. 주로 쉴 땐 뭘하고 쉬나요.
친구들이랑 사진 찍고 놀거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요. 휴가를 받으면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책을 읽으라고 하셔서 시간 날 때 책을 읽고요. 최근에는 ‘회색인간’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Q. 올해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섰죠. 선명여고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곧 전국체육대회가 있어요. 우승하고 싶어요. 또 고등학교 와서는 디테일한 기술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또 제가 초등학교 6학년, 그리고 중학교 3학년으로 ‘맏언니’일 때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 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롤모델이 있나요.
GS칼텍스의 아웃사이드 히터 유서연 선수요. 워낙 리시브나 수비, 기본기가 좋은 선수잖아요. 또 경기할 때 파이팅도 좋고요. 주장으로서 팀을 리드하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Q. 1년 사이에 키가 더 큰 것 같네요.
원래 작년에는 181~182cm 정도였는데, 올해는 183~184cm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기대 안 했는데 갑자기 컸어요.
Q. 앞으로 배구 선수로서의 꿈이 있다면요.
성인 대표팀에 들어가는 거요.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어요. 또 해외리그에서 배우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만약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일본, 튀르키예, 이탈리아에서도 뛰어보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에 걸맞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월드 스타’ 김연경이 ‘리틀 김연경’에게
“경기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나이에 비해 자신감이 있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라는 점이었어요. 신장도 좋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고, 아직 어린 선수인 만큼 결과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기본기를 잘 다지면서 본인의 장점을 계속 발전시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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