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목표는 오직 ‘정상 탈환’, ‘중·미·일’ 강호들과 담금질로 경쟁력 강화
최병진 기자
cbj0929@thevolleyball.kr | 2026-10-08 17:47:44
[더발리볼 = 최병진 기자] 현대캐피탈은 2024-2025시즌을 앞두고 프랑스 출신의 명장 필립 블랑 감독을 선임했다. KOVO컵 우승을 시작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구단 최초 트레블의 역사를 썼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무관에 그쳤다.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나 대한항공이 우승을 차지하며 트레블에 성공했다. 그리고 맞이한 블랑 감독 체제 ‘3년차’. 현대캐피탈의 여전한 목표는 승리, 그리고 우승이다.
혈투의 아쉬움이 더 강해진 의지로
현대캐피탈의 2025-2026시즌은 한 마디로 ‘혈투’였다. 정규리그는 대한항공과의 1위 싸움이었다.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은 최종전을 마친 후 승점 69로 동률을 이뤘지만 대한항공(23승)이 현대캐피탈(22승)보다 1승을 더 따내며 순위 산정 방식에 따라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PO)에서 엄청난 기세를 자랑한 우리카드를 상대했다. 현대캐피탈은 PO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3세트부터 남은 세트를 모두 가져가며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두 세트를 먼저 내준 현대캐피탈은 두 경기 연속 리버스 스윕을 이뤄내며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특히 4세트를 41-39로 피 말리는 듀스 승부 끝에 따내며 이어진 마지막 세트도 승리로 마무리했다.
대한항공과의 챔프전 승부도 격전이었다. 두 팀은 라이벌답게 1차전부터 풀세트 경기가 이어졌다. 1세트를 내준 현대캐피탈이 두 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우위를 점했지만 대한항공이 다시 4세트와 5세트를 가져갔다. 2차전도 5세트 승부가 이어지면서 현대캐피탈은 봄 배구에서 4경기 연속 풀세트를 소화하게 됐다. 특히 5세트에는 판정 시비까지 발생했다. 현대캐피탈이 14-13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레오의 스파이크 서브가 사이드라인 부근에 떨어졌다. 아웃으로 판정이 된 상황에서 현대캐피탈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듀스로 이어진 승부에서 대한항공이 승리를 하며 2차전까지 잡아냈다. 현대캐피탈은 아쉬운 상황을 기폭제로 삼았고 홈인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힘을 발휘했다. 3차전과 4차전을 모두 3-0으로 승리하며 챔프전 역전 우승을 노렸지만 5차전은 대한항공이 마지막에 웃었다.
아쉬움이 큰 만큼 현대캐피탈은 다가오는 2026-2027시즌에 대한 의지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국에서 3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블랑 감독은 “나는 아직 젊다”라며 짧고 굵은 각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항상 우승을 위해서 배구를 한다. 다른 팀들도 외국인 선수 등 여러 변화가 있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나 높은 레벨에 머무르고 싶다는 마음이다”고 강조했다.
허수봉·황승빈 잡고
‘뉴페이스’ 장추안까지 가세
현대캐피탈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내부 단속에 성공했다. 먼저 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허수봉과 재계약을 체결했다. 허수봉은 지난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 공격 성공률 전체 2위(53.37%), 후위 공격 성공률 전체 2위(58.86%) 등 공격 지표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며 왜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평가를 받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그만큼 복수의 팀이 허수봉과의 FA 계약을 노릴 것이란 소문이 시즌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허수봉의 선택은 현대캐피탈 잔류였다. 허수봉은 다른 구단과 대화도 나누지 않고 현대캐피탈과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캐피탈도 허수봉에게 연봉 8억 원에 옵션 5억 원, 총 보수 13억 원으로 ‘연봉킹’ 대우를 결정했다. 허수봉과 함께 주전 세터인 황승빈도 총 보수 6억 원(연봉 4억 원, 옵션 2억 원) 조건에 사인을 했다. 외부 FA 영입은 없었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 자원들을 지켜내면서 전력을 유지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 레오와도 재계약을 하며 3시즌 동안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큰 틀은 유지한 가운데 아시아쿼터 자리에는 변화를 가져갔다. 몽골 출신 미들블로커 바야르사이한과 이별한 현대캐피탈은 중국 국가대표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장추안을 영입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5월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진 아시아배구연맹(AVC) 남자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 위해 장추안과 중국 아웃사이드 히터 후전주오를 단기 계약했다. 현대캐피탈은 두 선수와 함께 대회를 소화하면서 경기력을 점검했고 최종적으로 장추안을 새 아시아쿼터로 영입했다.
장추안 영입은 지난 시즌 다소 부족했던 아포짓 자리의 파괴력을 더하기 위함이다. 현대캐피탈은 트레이드로 영입한 신호진이 리시브까지 수행하는 ‘리시빙 아포짓’으로 살림꾼 역할을 수행했다. 허수봉과 레오의 리시브 부담을 덜면서 왼쪽 공격은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반대로 신호진의 공격력이 떨어지면서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장추안은 205cm의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높은 타점의 공격이 강점이다. 하이볼 처리가 가능한 공격수며 중국 국가대표로 국제무대 경험도 풍부하다. 무엇보다 블랑 감독이 이미 일본 무대에서 지켜본 공격수라는 점도 기대요소다. 장추안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일본의 JT 썬더스에서 뛰었고 당시 블랑 감독은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다. 현대캐피탈에서 첫 시즌을 보낸 신호진과 장추안이 가세하면서 아포짓의 무게감이 한 층 더해졌다.
블랑 감독도 “장추안은 이미 아시아 무대에서 검증이 된 공격수다. 경험도 많고 실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 챔피언스리그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본 부분도 긍정적이다”라고 좋은 평가를 내렸다. 신호진과의 시너지에 대해서는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부상이나 다른 어떤 변수가 찾아올지 모른다. 이에 대해서 대비를 해야 한다. 신호진은 리시브 능력이 좋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아웃사이드 히터도 소화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중국·미국·일본 강호와의 연전
백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
현대캐피탈은 비시즌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중국 상하이 브라이트, 미국 UC 어바인 안테이터스, 일본 울프독스 나고야를 클럽하우스인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로 초청해 한 달가량 합동훈련을 진행했다. 상하이는 중국 슈퍼리그 소속으로 통산 18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전통의 강호다. 어바인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 소속으로 전국대회에서 4차례 우승을 이뤄냈다. 일본 SV.리그에 속한 울프독스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에 올랐고 천황배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캐피탈과는 지난해 10월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꾸준하게 비시즌을 함께 준비하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캐피탈은 상하이를 시작으로 어바인, 울프독스까지 차례로 연습경기를 치르며 담금질에 나섰다. 무엇보다 상대하는 팀들의 특징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평가전이다. 상하이는 높은 신장을 바탕으로 뛰어난 피지컬을 자랑하며 어바인은 공격적인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울프독스는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으로 외국인 선수가 4명이나 합류해 현대캐피탈과 경기를 치렀다.
강호들과 특별한 연전을 통한 최우선 목표는 백업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다. 현대캐피탈은 황승빈과 허수봉, 신호진, 그리고 리베로 박경민까지 4명의 주전 선수가 비시즌에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2025 AVC컵 남자대회와 브라질과의 국가대표 평가전, 동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와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가 차례로 진행됐다. 또한 9월부터는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진행되며 국제 대회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연스레 현대캐피탈은 주전 선수들 없이 백업 선수들을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즌 준비에 고민이 커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블랑 감독 또한 주전 선수들이 없을 때 뒤를 받치는 선수들이 어떻게 공백을 메우고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목표로 비시즌을 준비 중이다.
포지션별로 목표도 확실하다. 황승빈에 이어 두 번째 세터를 맞는 이준협은 세트 플레이 다듬기에 집중을 하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른 경기 운영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복귀한 김명관과 2024-2025시즌 신인 드래프트에 고졸 얼리로 참가해 2라운드 3순위로 지명을 받은 배준솔도 블랑 감독의 세밀한 지도를 받고 있다. 특히 배준솔은 아직 20살로 플레이에 기복이 있지만 번뜩이는 토스로 기대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허수봉과 레오를 지원할 아웃사이드 히터진도 이승준과 홍동선 등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블랑 감독도 “이승준과 홍동선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강도 높게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홍동선의 역할이 중요하다. 홍동선은 2021-2022시즌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교체 카드로 주로 활용이 된 홍동선은 2023-2024시즌을 마치고 상무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 전역 후 팀에 합류했지만 시즌 중간에 팀에 들어온 만큼 많은 역할을 소화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군대도 다녀온 만큼 홍동선 본인도 다가오는 시즌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팀에 돌아왔지만 블랑 감독의 시스템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라고 돌아봤다. 그만큼 팀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블랑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의 완성도를 빠르게 높여야 한다. “훈련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고 혀를 내두른 홍동선은 “감독님은 퀄리티가 높은 플레이를 요구하신다. 공격 상황에서는 상대 블로킹을 이용해서 밀어치는 공격이나 터치아웃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훈련을 통해 지도해 주신다. 또한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부분을 강조하신다. ‘잡을 수 없는 볼이라도 끝까지 따라가서 시도를 해봐라. 그러면 언젠가는 수비가 될 것이다’라고 하신다”고 설명을 했다. 홍동선은 “이번 시즌에는 정말 보여줘야 한다. 주변에서 만년 유망주에서 멈출 거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저를 1순위로 뽑아준 최태웅 전 감독님과 현대캐피탈 구단에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들블로커 두 자리도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베테랑 최민호를 중심으로 김진영과 정태준, 송원근까지 블랑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세트당 블로킹 0.6개로 전체 2위를 기록한 최민호는 여전히 중앙에서 중심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시즌 중반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한 김진영의 빠른 성장세도 반가운 상황이다. 부침을 겪은 정태준도 반등을 노리고 있다. 2021-2022시즌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정태준은 2024-2025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34경기 114세트를 소화하면서 114점을 올렸다. 특히 강점인 블로킹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우승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웜업존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특히 서브 범실이 자주 이어지며 크게 흔들렸다. 비시즌에는 서브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절치부심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태준은 “지난 시즌은 너무 힘들었다. 2024-2025시즌에 경기에 많이 나서면서 그 흐름을 이어가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서브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면서 심리적으로도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복기했다. 그러면서 “한 시즌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보냈다. 아쉬움이 크지만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작년에 많이 보여주지 못한 만큼 이번 시즌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부상 없이 팀에 도움을 주면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합동훈련의 마지막을 팬들과 함께 하면서 의미를 더했다. 울프독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팬 100명을 초청했다. 현대캐피탈 구단은 연습경기 관람과 함께 팬들을 위한 간식을 준비했고 사인회도 진행을 하면서 소중한 추억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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