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사장님 숏츠’ 촬영부터 편집까지, CEO로 변신한 이민욱의 또 다른 성장 [RE:PLAY]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9-19 23:12:28

선수 유니폼을 벗고 CEO로 변신한 이민욱. 8월 1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리틀노작'에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동탄=한혁승 기자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코트가 아닌 새로운 무대에서 인생을 다시 플레이한다. <더발리볼>이 새롭게 준비한 ‘RE:PLAY’라는 코너다. 현역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제2의 인생을 연 이들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또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들어봤다. V-리그에서 8시즌 동안 활약한 세터 출신 이민욱. 2023년 정든 코트를 떠난 뒤에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CEO(최고경영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스스로 되돌아본 ‘배구선수 이민욱’
“열심히 하는 선수였죠”

Q. 언제부터 배구를 시작했나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살을 빼려고 시작을 했고요. 형(한국전력 세터 이민규)이 먼저 배구를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방학 때 배구하면서 살 좀 빼라고 시키셨죠. 사실 배구하기 전에 운동 신경이 별로 없었거든요. 쉬는 시간에 축구하는 것도 싫어하는 아이였어요(웃음). 

Q. 그럼 세터 포지션을 맡은 건 언제부터였나요.
중학교 때부터 세터로 뛰었죠. 원래 초등학교 때까지만 배구를 하고 그만두려고도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네 선택에 맡기겠다’고 하셨어요. 고민을 하고 있는 찰나에 그때 동기들이 ‘의리가 있지 혼자 그만 둘 거냐’고 해서 계속 배구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저를 다른 지역으로 데려간 거예요. 결국 그 친구들과는 다른 학교에서 배구를 하게 됐죠. 아버지께서 세터를 맡으면 좀 더 배구를 오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세터로 뛰게 됐어요.

Q. 형과 같은 길을 걸어온 것 역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형이 잘하는데 괜찮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전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어요. 형이 알려주기도 했고요. 물론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말하니 속으로는 ‘안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도 했지만요. 각자 스타일이 다른 선수였으니까요. 전 좋았어요. 

Q. 8시즌 동안 세터 이민욱은 어떤 선수였나요.
열심히 하는 선수였죠.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잖아요. 수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잘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깊게 파고들지 않고 무식하게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후회가 남는 점이라면, 무의식적으로 ‘난 키가 작다’는 생각에 제 스스로 한계를 정했던 거요. 일본에서는 저보다 작은 세터도 잘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아쉽긴 하죠. (지금은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나요.) 능동적인 척하면서 살고 있어요. 지금 그렇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웃음).

Q. 2023년 자유신분 선수가 됐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제가 생각한 끝이 아니었기에 착잡했어요. 그렇게 몇 개월을 쉬게 됐는데 좋더라고요. 누구는 계속 쉬기만 하면 지루하고 불안하다고 하는데, 전 정말 좋았어요. 제가 추구하는 게 ‘온전한 쉼’이거든요. 여유있게 일도 하고, 쉼도 가져가는 삶을 택하게 됐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그래도 팀을 나온 뒤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선수 시절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긴 했죠. 엔트리에 못 들어서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고, 반대로 교체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뒤집고 경기를 이길 때도 있었고요. 후배들도 좀 더 자기만의 배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2의 인생의 출발선에서 이민욱이 가장 먼저 한 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Q. 제2의 인생을 위해 어떤 설계를 했나요. 
운동을 그만두고 딱 8개월을 쉬었어요. 쉬면서도 미래에 대한 걱정도 물론 안고 있었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을 무작정 만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돈을 버는지 얘기를 많이 들으려고 했어요.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요. 물론 저도 배구 센터 운영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리틀 노작’을 알게 되면서 바로 접었죠. 동시에 브랜딩, 마케팅과 관련된 강연들이 보이면 무조건 신청해서 갔어요. 요즘에도 요식업 대표님들을 자주 만나는데, 거기서 배우는 게 커요.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구나’를 깨닫죠. 3년 전에도 지금도 똑같죠. 다만 그 와중에도 ‘내가 하고 싶은 건가’를 꾸준히 되묻고 있어요. 잘하고 있어도 항상 의심하고 뒤를 돌아보는 것 같아요. 

Q.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보통 제 주변 사람들을 보면 70~80%가 배구 쪽에서 계속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배구 시장 자체가 크지 않다보니, 계약직이거나 좋지 않은 대우를 받는 경우도 종종 있고요. 저 역시 지금까지 해온 게 배구 밖에 없어서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원래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지금은 혼자이지만, 나중에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렸을 때 가족들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다른 길을 택했던 것 같아요. 

Q. ‘리틀 노작’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2024년 2월부터 맡게 됐어요. 이 동네에서는 오래되기도 했고, 유명한 레스토랑이었고요. 원래 친구가 여기서 일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고, 이후 제가 가게를 운영하게 됐죠. 지금도 친구랑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Q. 그동안 접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서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아직도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단순한 편이에요(웃음). 회복탄력성이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요. 새로운 분야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니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또 어디서든 안 힘든 게 있겠어요? 배구를 20년 동안 했는데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게 당연히 쉽지 않죠. 힘들 거라고 예상하고 들어와서 그런지 이런 부분은 스스로 잘 이해하고 있어요. 

제2의 인생을 펼친 이민욱이 8월 1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더발리볼>과 만났다./동탄=한혁승 기자

“배구도 좋은 작품 중 하나였죠”
“오늘의 한 접시도 그 과정 중 하나입니다”

Q. 요즘에 배구는 자주 보나요. 
지금은 바빠서 거의 못 봐요. 형 경기는 결과 정도만 확인하고요. 

Q. 형은 레스토랑에 자주 오나요.
(이)민규 형은 저희 VIP 손님이죠. 혼자 와서 밥 먹고 가기도 하고요. 또 (한)선수 형이나 (김)규민이 형도 자주 와요. 한때 같이 뛰었던 형들이 찾아와줘서 고맙죠. 

Q. 요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영업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고요. 저녁에 일찍 퇴근하기도 해요. 지난달까지는 일주일에 두 번 쉬었는데, 이번 달부터 매주 두 번째 그리고 네 번째 화요일만 쉬어요. 또 영업은 영업이고요. 가게 문을 닫으면 그 외적인 일들을 하죠. 서비스, 마케팅 등을 많이 배웠고, 지금도 배우고 있어요. 

Q. ‘노작민욱’이라는 SNS 계정으로 이른바 ‘사장님 숏츠’도 업로드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이 가게 입지가 좋은 건 아니잖아요. 노출이 돼야 하기 때문에 음식뿐만 아니라 ‘나를 보고 와라’는 취지로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하고 점점 반응이 와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광고가 들어오기도 하고요. 브레이크 타임이나 영업 종료 이후 촬영, 편집하고 있고요. 이제는 오시는 손님들이 배구 팬인지, ‘노작민욱’ 보고 오신 분들인지 헷갈려요(웃음). 최근에는 ‘사장님 릴스 보고 왔어요’라는 말을 종종 들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노작’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네요.
여기 옆에 ‘노작 공원’이 있기도 한데요. 브랜딩을 위해 의미를 부여했죠. 사전적 의미로는 ‘애쓰고 노력하여 완성한 작품’이라는 뜻이고요. ‘오늘의 한 접시도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실제로 식전빵, 소스부터 시판용을 쓰지 않고 직접 다 만들고 있고요. 내부에는 조화가 아니라 생화를 모두 두고 있고요. 그런 마음 하나하나 모아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구도 좋은 작품 중 하나였죠. 

Q. 코트 밖에서 직접 부딪치면서 나아가는 도전 자체가 의미가 클 것 같아요. 
이전까지 단체 운동을 하면서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했어요. 몇 시에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등 반복이었죠. 제가 생각해서 실행하는 게 별로 없었어요. 하지만 나와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생각해야 하고요. 이 사업장은 그 하나의 선택에 따라서 매출이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해요. 책임감이 다른 것 같아요. 

Q. 제2의 인생이자 새로운 무대에서는 어떤 플레이를 펼치고 싶나요.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는데, 욕심이 점점 생겨요. 다른 가게를 더 하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고요. 또 저처럼 다른 길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들이 있으면 도움이 되고 싶어요. 제가 팀에서 나온 뒤 정말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그 감사함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Q. 배구 팬, 그리고 ‘노작민욱’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어떤 이유이든 찾아주셔서 늘 고맙게 생각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고요. 오시면 늘 좋은 음식을 즐기시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배구를 그만둔지 3년이 됐는데 아직도 배구 팬분들이 오셔요. 물론 형 팬일 수도 있지만요. 그만큼 배구는 제게 고마운 존재예요. 

CEO 이민욱이 8월 17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리틀노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동탄=한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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