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레전드에서 초보 감독으로, 우리카드 V1 명 받았습니다

이정원 기자

2garden@thevolleyball.kr | 2026-07-13 22:00:43

우리카드 박철우 감독이 6월 11일 단양에서 <더발리볼>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단양=유진형 기자

[더발리볼 = 이정원 기자] V-리그를 대표하는 거포였던 박철우 우리카드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 갑작스럽게 우리카드 감독대행을 맡았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의 자진 사퇴와 함께 우리카드는 전반기 6위로 마쳤다. 박철우 매직이 V-리그를 강타했다. 후반기 14승 4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4위에 자리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 KB손해보험을 꺾고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지도자 생활 1년 만에 사령탑으로서 출발을 알린 박철우 감독. 감독대행 타이틀을 떼고 정식 감독으로 첫 시즌을 준비 중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 생각하지도 않았죠”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 아직도 못 봐요”

Q. 축하드립니다. 감독대행 타이틀을 떼고 정식 감독이 되었는데 어떤가요.
시즌 전체를 준비하는 건 처음이잖아요. 주변에서 처음에는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지난 시즌 감독대행도 처음이었고 코치도 처음이었어요. 모든 게 다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배운다고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축하 연락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다른 구단에서도 연락을 주셨고 화환도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축하보다도 ‘더 잘해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제가 더 잘해야죠.

Q. 지도자 생활 1년 만에 감독을 맡게 되었습니다. 예상했나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구단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감독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고, 구단에서 좋은 평가를 해줘서 감독 자리까지 빠르게 왔고요. 하나 말씀드리면, 2020년에 휴대폰에 적은 메모가 있더라고요. ‘지도자가 되면 이렇게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한국전력에서 뛰던 시절이었는데, 그때부터 지도자를 꿈꾸고 있었던 것 같아요.

Q. 선수, 해설위원, 코치, 그리고 감독까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V-리그 출범 후 단 한 시즌도 빠지지 않았어요.
19살에 데뷔했고, 세 번의 FA 이적을 경험했어요. 누군가에 의해 옮긴 게 아니라, 저의 선택으로 옮긴 거였고요. 여러 감독님과 함께했고 국제 대회도 많이 뛰었잖아요. 정말 다양한 경험들이 지금 많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배구 전설’인 장인어른 신치용 감독을 비롯한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취임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 집에 오니까 다들 ‘아주 말만 잘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장인어른께서는 ‘감독이 됐다고 성공한 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역경이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고요. 충북 단양에서 진행된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에서도 패배의 과정을 겪으며 많은 걸 배웠습니다.

Q. 시즌 종료 후 진행된 4월 팬미팅 현장에서 감독 선임이 가장 먼저 발표됐잖아요. V-리그는 물론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라 많은 팬들이 놀랐습니다.
이문희 홍보과장님이 너무 잘 준비를 해주셔서 그저 감사했죠(웃음). 구단에서도 단순하게 사인하고, 발표하는 게 아니라 정말 우리카드를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하는 장면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Q. 지난 시즌 후반기 14승 4패의 호성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호성적의 비결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선수들 구성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전반기 패배에 대해 계속 분석했어요.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고,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변화를 주려 했죠. 무엇보다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좋아졌고요. 그러면서 제가 추구하는 사이드아웃 배구가 잘 나와 후반기 힘을 내지 않았나 봐요.

Q.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가 지금도 떠오를 것 같아요. 2경기 연속 리버스 스윕패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봤나요.
결국에는 감독의 문제입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 있었으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마음이 풀어졌다고 봐요. 특히 2차전은 리듬이 워낙 좋아서 3세트에 끝낼 수 있을 거라 봤는데 느슨한 플레이가 몇 개 나온 게 아쉬웠죠. 선수들이 경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것도 감독인 제 역할이거든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그래서 저는 아직도 플레이오프를 못 보고 있어요(웃음). 계속 머리에 남아서요.

Q. 혹시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나고 눈물 흘린 선수 있나요.
아라우조, 알리, 한태준 등 몇몇 선수들이 울었죠. 패배 때문이라기보다 함께했던 선수들과 헤어진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우리 나중에 우승하고 나서 울자’라고 했어요. 우리 선수들 너무 고생했고, 잘했죠.

2025-2026시즌 V-리그에서 감독대행으로 '기적의 봄'을 선사한 박철우 감독.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 2026-2027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단양=유진형 기자

“알리 공백? 국내 선수들이 잘 할 겁니다”
“구성원 자주 바뀌면 강팀이 될 수 없습니다”

Q. 감독대행일 때와 감독일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를 것 같은데요.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국내 선수 구성부터 시작해, 아시아쿼터, 외국인 선수까지. 그리고 아시아쿼터가 자유계약제로 바뀌었잖아요. 더욱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었죠. 또한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프런트와 우리카드라는 팀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상의하고 또 상의했고요.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을 써야 되더라고요. 다만 감독이 모든 일을 하는 조직은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각자 임무 배분으로 그들이 잘할 수 있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Q. 코치진 구성도 설명을 부탁드려요.
제가 같이 겪어 보고, 제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을 코치로 데려오고 싶었어요. 이강원 코치는 우리카드에서 함께 했고, 지태환 코치는 삼성화재 시절을 포함해 거의 20년을 넘게 안 사이예요. 이준영 코치도 파장초, 여자 대표팀, 잠실여중에서 경험을 쌓았고요. 인성도 중요했습니다. 코치진들끼리 사이도 좋았으면 했고요. 그리고 시험 아닌 시험을 치렀는데 제가 몰랐던 부분을 코치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믿음이 생겼죠. 우리 코치들 정말 잘 할 겁니다.

Q. 이제 선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아시아쿼터 영입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이란 출신의 미들블로커가 옵니다. 지금 비자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사실 이상현 선수가 입대를 했고, 알리 선수는 그리스로 갔잖아요. 알리급 아웃사이드 히터를 12만 달러(약 1억 8000만 원) 안에서 찾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고민 끝에 미들블로커를 데려오기로 결정했죠. 물론 와서 확인을 해야죠. 영상만 봤으니까요.

Q. 알리 선수가 두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쳤기에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 선수들 활약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사실 회의 때 코치진과 감독의 생각이 엇갈렸어요. 코치들은 아웃사이드 히터, 저는 미들블로커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우리 팀이 후반기 들어서 알리 없이 한 경기들이 꽤 있었어요. 그때 경기들을 봤을 때 알리가 없더라도 기존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힘을 낸다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봤어요. 대신 한 선수가 20~30점을 해주는 방식보다 여러 선수가 조금씩 더 해주는 방향으로요. 김지한 등 기존 선수들이 1~2점씩만 더 보탠다면 충분히 알리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상대팀 스타일에 따라 아웃사이드 히터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 보려고 해요. 김지한, 한성정, 이시몬, 김형근이 힘을 내야죠. 보다 공격적으로 가야 할 때는 김지한과 김형근이 나설 수도 있고, 상대의 서브와 공격이 강하다고 느껴질 때는 한성정과 이시몬 선수가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조합을 구상 중이에요.

Q. ‘토종 에이스’ 구실을 해야 하는 김지한이 지난 시즌 부진했습니다. 다가오는 시즌은 어떨 거라 보나요.
대표팀에 다녀오면서 세터와 호흡이 아쉬웠죠. 기복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 비시즌은 욕심내지 말고 몸 만드는 데 집중하자고 했어요. 5kg 정도만 감량한다면, 시즌 때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거라고 봐요. 이제는 알리가 없으니까 김지한의 어깨도 무겁잖아요. 본인도 인지를 하고 있고요. 계속 체력 운동만 시키는데 볼 훈련하고 싶어 난리입니다(웃음).

Q. 외부 FA 영입, 트레이드가 없었습니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크다고 봐도 될까요.
실력이 크게 떨어지는 선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팀 구성원이 자주 바뀌면 팀워크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기존 강팀들을 보면 핵심 멤버를 유지하되, 신인 드래프트로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구조였어요.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팀원이 자주 바뀐다는 건 팀이 그만큼 자주 흔들렸다고 생각해요.

우리카드 지휘봉을 잡은 박철우 감독이 6월 11일 단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단양=유진형 기자 

“비시즌을 무서워하고, 시즌을 기대하는 마음”
“세터 중심의 배구, 프로는 우승이 목표”

Q. 선수 시절 정말 많은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우리카드는 그 어느 팀보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큰 팀인 만큼, 우승 DNA를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죠. 그래서 비시즌이 중요합니다. 강한 훈련을 견뎌야 하고, 힘든 훈련으로 자신감을 가지는 게 중요하고요. 선수들이 자신감만 가지고 시즌에 임한다면 충분히 잘할 겁니다. 무엇보다 비시즌을 무서워하고, 시즌을 기대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이라면 비시즌 준비를 열심히 했다는 의미거든요.

Q. 비시즌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올해는 국가대표로 빠지는 선수들이 많아서 해외 전지훈련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대신 선수들 단합 차원에서 1박 2일 혹은 2박 3일 국내 워크숍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외에는 강한 훈련 무한 반복이죠(웃음). 물론 중간에 어떤 이벤트로 선수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구단과 고민을 할 생각입니다.

Q. 선수 시절 함께 했던 석진욱 한국전력 감독과도 적이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외국인 감독들과도 경쟁을 해야 합니다. 자신 있나요.
항상 이야기하지만 자신감은 훈련에서 나옵니다. 훈련을 잘했다면 자신감이 있고, 준비가 안 되었다면 불안한 마음이겠죠. 컵대회 개막 전까지 선수들 정말 힘들 겁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경기에서 이기고 싶다면 강한 훈련을 먼저 이겨야 합니다.

Q. 아직 이르지만 다가오는 시즌 키플레이어는 누구인가요.
배구에서 제일 중요한 포지션은 역시 세터죠. 한태준 선수입니다. 우리 팀의 색깔을 가장 잘 살려낼 선수입니다. 알리가 없는 아웃사이드 히터진을 어떻게 살려내냐는 한태준의 손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김형근 선수도 성장 중이기에 시즌 때 기대해 봐도 좋습니다.

Q. 2026-2027시즌도 동행하는 아라우조 선수, 이번 시즌도 걱정 없겠죠.
생각해 보니까 레오(현대캐피탈)보다 한 살 어리더라고요. 레오가 여전히 잘하잖아요. 큰 문제 없지 않을까(웃음). 그러나 예를 들어 수요일 경기했으면 토요일 경기에 어려움을 겪더라고요.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를 대비해 준비만 잘한다면 좋은 결과 나올 거라 봅니다. 그래서 김지한, 김형근도 아포짓 자리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 선수들이 아포짓 자리에서 리시브까지 참여를 하게 된다면 다양한 그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돼요.

Q. 감독으로서 궁극적인 목표, 궁금합니다.
팀에 맞는 배구, 구성원에 맞는 배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남자배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힘이 되고 싶어요. 물론 아직 시작하는 단계니까 더 공부해야죠.

Q. 초보 감독 박철우가 보여주고픈 배구, 어떤 배구인가요.
선수 시절에는 공격적인 배구를 한 것 같은데, 지금은 세터 중심의 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터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배구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배구는 절대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같이 해야죠. 선수들에게 계속 알려줘야죠.

Q. 성적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저는 선수들이 잘 해줄 거라 믿습니다. 그러니까 선수들이 조급해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감독, 구단이 원하는 목적을 향해 잘 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프로라면 1등을 목표로 합니다. 컵대회, 정규리그 모두 1등을 목표로 달려가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장충이’(우리카드 팬 애칭)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선수들과 열심히 훈련하고 있으니까, 오래 기다려주신 만큼 결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장충체육관에서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026-2027시즌 우리카드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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