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들 빛났지만, 선수 부족 어려움 겪었다...프로배구 퓨처스 대회 시기 앞당겨지나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7-08 11:45:29

프로팀 대한항공과 현대건설, 실업팀 화성특례시청과 수원특례시청이 6월 16일 단양에서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 결승전을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가 6월 16일 막을 내렸다. V-리그 팀들은 작년부터 실업팀과 각축을 벌이는 이 대회에 출격했다. 올해는 현대캐피탈, 그리고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한 SOOP 수퍼스를 제외하고 총 12개 팀이 단양으로 향했다. 작년과 달리 실업팀 남자부 화성특례시청과 여자부 수원특례시청이 나란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 속에서 V-리그 신예들의 존재감도 빛났다. 그들에게는 V-리그 챔피언결정전 같은 무대였다. 

2025년에는 프로팀,
2026년에는 실업팀이 웃었다

작년에는 남자부 현대캐피탈, 여자부 GS칼텍스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올해는 달랐다. 실업팀 강자들이 나란히 웃었다. 남자부 화성특례시청, 여자부 수원특례시청이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부 조별리그 A조에서는 화성(5승), 대한항공(3승 2패)이 4강에 올랐다. 이 대회 순위 결정은 승수, 점수득실률, 세트득실률 순으로 이뤄진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삼성화재가 영천시체육회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3승 2패를 기록했다. 점수득실률에서 0.017 앞선 대한항공이 극적으로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B조에서는 현대캐피탈이 기권을 하면서 4개 팀이 각축을 벌였다. 국군체육부대가 무패로 조별리그를 마쳤고, 2승 1패를 기록한 KB손해보험이 조 2위로 4강에 합류했다. 

화성은 조별리그 도중 아웃사이드 히터 최여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KB손해보험과 4강전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포효했다. 8명으로 단양대회에 나선 대한항공은 국군체육부대와 풀세트 접전 끝에 웃었다. 화성과 대한항공이 대망의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었다. 

화성과 대한항공의 조별리그 맞대결에서는 화성이 3-1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4강전부터 부상 투혼을 벌였다. 유일한 세터 최원빈은 근육 경련에도 코트를 지켰다. 하지만 5세트 혈투를 벌이면서 체력이 소진됐다. 16일 결승전 1세트에서는 대한항공 서현일이 착지 과정에서 왼발이 꺾이면서 코트를 빠져나갔고, 3세트에서는 무릎이 좋지 않았던 조재영마저 쓰러졌다. 결국 대한항공이 기권을 선언했다. 국군체육부대는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3세트 12-5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의 기권으로 3세트에서 경기가 종료됐다. 

맹공을 퍼부은 화성의 이현승은 남자부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했다. 화성 최익제와 하덕호, 신윤호는 각각 공격상, 세터상, 리베로상을 받았다. 화성의 임태복 감독도 지도자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대한항공 김영태, 이준호, 김선호는 각각 블로킹상, 서브상, 수비상을 거머쥐었다. 

여자부에서는 A, B조 각 5개 팀이 4강 진출을 위해 각축을 벌였다. A조에서는 IBK기업은행이 4전 전승으로 1위에 올랐다. 수원은 흥국생명과 조별리그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두며 4강행을 확정지었다. B조에서는 나란히 3승 1패를 기록한 GS칼텍스와 현대건설이 4강에 올랐다. 3연승을 내달린 현대건설의 조 1위가 유력해 보였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정관장에 1-3으로 패하면서 GS칼텍스에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A조 1위 IBK기업은행과 B조 2위 현대건설, A조 2위 수원과 B조 1위 GS칼텍스가 한 판 승부를 펼쳤다. 현대건설은 대부분 프로 1~3년 차 선수들로 팀을 꾸린 가운데 IBK기업은행을 3-2로 꺾고 극적으로 결승 무대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는 결승전을 앞두고 유가람이 컨디션 난조로 결장했다. GS칼텍스 역시 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조별리그에서도 세터 이윤신이 아포짓 자리에 들어서기도 했다. 이번에는 유가람 대신 리베로 포지션으로 결승전에 나섰지만 수원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수원이 3-0 완승을 거두며 여유롭게 결승행 티켓을 획득했다. 

점점 전력 안정을 찾은 수원이 결승전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아포짓 윤영인, 세터 한수아를 제외하고 ‘전직 V-리거’들을 선발로 기용한 수원. ‘평균 연령 21세’로 선발 라인업을 꾸린 현대건설을 상대로 보다 노련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마지막에 포효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언니들에게 한 수 배웠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수원에서는 아웃사이드 히터 고민지가 친정팀 현대건설을 꺾고 MVP까지 거머쥐었다. 수원의 김현정, 하효림, 한수아는 각각 공격상, 세터상, 리베로상을 받았다. 수원의 강민식 감독도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현대건설 강서우와 이채영, 서지혜는 각각 블로킹상, 서브상, 수비상을 수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에서는 고참급 선수들이 대거 단양을 방문해 후배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한선수와 김규민, 정지석 등이 단양에 등장했다. 현대건설에서도 배유나, 김연견, 김희진, 이한비 등이 응원의 목소리를 냈지만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양 팬들의 응원 열기도 뜨거웠다. 조별리그 현대건설과 정관장 경기에서는 인도네시아 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의 김연경’이라 불리는 메가가 두 시즌 동안 뛰었던 정관장, 다가오는 시즌 메가가 뛸 현대건설을 모두 응원했다. 현대건설 팬 중 한 명은 ‘슈퍼파워 이채영’, ‘통곡의 벽 강서우’, ‘앞머리 사수 조보윤’ 등의 문구를 준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단양에서는 내가 ‘에이스!’
신예들의 활약에 시선 집중

작년에도 그랬듯 V-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이 간절함을 안고 코트에 나섰다. 올해 새롭게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대한항공은 8명의 명단 속에 2002년생 세터 최원빈, 2007년생 아포짓 이준호, 2003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서현일과 2002년생 미들블로커 김영태가 주전 멤버로 나섰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선호와 새롭게 대한항공으로 이적한 리베로 이상욱도 함께 호흡했다. 최원빈은 빠른 토스워크를 드러내며 팀 공격력을 끌어 올렸고, 유스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이준호도 프로 데뷔 이후 모처럼 코트 위에서 날았다. 

삼성화재에서는 ‘새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2002년생 동갑내기 세터인 이재현, 박준서를 번갈아 기용하며 실전 경험을 쌓게 했다. 2025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 수련 선수로 뽑힌 아포짓 김민혁도 단양에서는 ‘에이스’였다. 김민혁은 “수련 선수로 프로에 온 것 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렇게 한 경기, 한 경기 뛰는 것도 꿈만 같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 동료들까지 감사하다는 말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벅찬 감정을 표했다.  

한국전력에서는 2023-2024시즌을 끝으로 해외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2000년생의 203cm 아포짓 이태호가 모처럼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올랐다. 역시 직전 시즌 대만 리그에서 한국 세터의 힘을 보여주고 온 KB손해보험 신승훈도 단양 무대에 올랐다. 국내로 복귀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KB손해보험 세터 신승훈이 6월 12일 단양에서 열린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 부산시체육회전에 출전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이태호는 “원래 해외에서 2~3년 정도 뛸 계획이었다. 석진욱 감독님과도 함께 하고 싶었다”면서 “외국인 선수 베논과 경쟁도 자신 있다. 베논이 안 될 때 저한테는 기회가 올 거다. 서로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보고 싶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여자부에서도 19세, 20세 선수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현대건설은 2007년생 4명의 선수를 적극 활용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채영과 이민영, 미들블로커 강서우와 김수현이 단양에서는 주전 멤버였다. 2005년생 서지혜도 한 축을 맡았고, 부상에서 돌아온 1998년생 지민경도 모처럼 맹공을 퍼부었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터 구솔의 손을 잡았다. 단양에서 실력을 점검한 끝에 동행을 이어갈지 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서베로’로 나선 한미르도 온전히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실전 경기를 치렀다. 준우승의 결과에도 수확이 큰 현대건설이다.
 
IBK기업은행도 작년과 비슷한 멤버로 단양 대회에 출격했다. 2006년생 세터 최연진을 필두로 2005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전수민이 단양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 2007년생 미들블로커 하예지도 선발로 나서면서, 최정민이 미들블로커가 아닌 아포짓 자리에 배치됐다. 2006년생 리베로 남은서에게도 값진 경험이었다. 

흥국생명 역시 2006년생의 181cm 아웃사이드 히터 이신영이 해결사 면모를 드러냈다. 180cm 아웃사이드 히터는 흔치 않다. 현대건설 이채영과 더불어 이신영까지 패기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6월 13일 단양에서 열린 2026 한국실업배구연맹&프로배구 퓨처스 챔프전 단양대회 조별리그 수원특례시청전에서 환호하고 있는 흥국생명./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행을 꿈꾸는 
실업 선수들에게도 기회

여자배구의 경우 프로팀과 실업팀의 선수 이동이 남자배구보다 활발하다. 현재 여자배구 실업팀에도 ‘전직 V-리거’ 비율이 높다. 실제로 프로팀들은 이번 대회를 치르며 실업팀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기도 했다. 현재 선수 수급은 신인 드래프트, 그리고 다른 팀간의 트레이드로만 가능한 상황이다. 실업 배구까지 시선을 돌리는 이유다. 

단양에서 우승을 차지한 수원의 강민식 감독도 “프로팀의 1.5군이든, 2군이든 좋은 경험들을 쌓아야 하지 않나. 프로와 실업이 상생해서 좋은 시너지를 낸다면, 또 한국 배구 발전에 있어 도움이 된다면 이 대회를 더 활성화 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냈다.
 
프로와 실업을 오가며 경험을 쌓은 세터 하효림은 “배구를 오래 하는 게 꿈이다. 제가 좋아하는 걸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프로에 갔으면 하지만, 먼저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는 게 먼저다. 그러면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아포짓으로 뛴 윤영인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지명을 받지 못하면서 실업팀으로 향했다. 배구 예능 프로그램 ‘신임감독 김연경’에 출연해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그리고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면서 또다시 도전장을 냈다. 하지만 프로행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윤영인은 “드래프트에 도전했다는 마음 자체가 저한테는 계속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렇게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 팀원들과 우승까지 하지 않았나. 이렇게 기쁨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며 “꾸준히 제가 할 수 있는 배구를 하다가 재미있게 코트를 떠나고 싶다”며 배구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조재영이 6월 16일 단양에서 열린 2026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도중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선수 부족·부상으로 기권
대회 시기 더 앞당기나

2년 연속 대회를 치렀다. 그동안 코트에서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이 단양에서는 주전 멤버로서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한국배구연맹이 실업배구연맹과 손을 잡은 이유다. 다만 대회 완성도를 높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작년에는 7월에 대회가 열렸다. V-리그 1차 선수 등록이 6월 말에 마감되는 만큼 7월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는 대회 시기를 앞당겼다. 하지만 FIVB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대표팀 롱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들의 대회 불참으로 또다시 난항을 겪었다. 선수가 부족한 경우 제 포지션이 아닌 다른 포지션으로 뛰어야만 했다. 부상 위험도도 높았다. 
한국도로공사도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박윤서의 손가락 골절로 기권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상 FIVB 대회가 진행되는 이 시기에는 선수 보호를 위해 대표팀 롱리스트에 포함된 선수들까지 이번 단양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남자부 32명, 여자부 33명이 해당됐다. 한국전력은 선수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베테랑 리베로 정민수가 출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단양 현장에서 배구 관계자들은 “FIVB의 국제 대회 운영 기간이 시작되기 전에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렇게 된다면 프로 입단 5년차 이하 선수 혹은 직전 시즌 V-리그 경기 수 기준 50% 이하 출전 또는 100세트 이하 출전 선수 등 대회 취지에 부합하는 조건을 내걸 수 있다. 

더불어 “지방보다는 수도권에서 2진급 선수들의 대회를 열어서 팬들에게 직관의 기회를 더 제공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만든 ‘선수들의 뛸 무대’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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