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의 독자적인 AI 판독 기술 개발 1년, 어떤 성과가 있었나 [AGENDA]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7-21 10:06:09

'스포츠투아이'의 박효원 실장이 5월 28일 춘천의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린 2026 KOVO 통합워크샵에서 AI 비디오 판독 기술 개발 사업의 1차년도 성과 발표를 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더발리볼>은 2025년 7월 창간과 함께 V-리그 출범 20주년 기획 ‘THE NEXT 20’을 1년간 연재하며 더 나은 20년을 위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년간 굵직한 현안을 다뤘다면, 창간 1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AGENDA’는 쟁점들을 보다 밀도 있게 들여다 보며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이번 호에는 2025년부터 한국배구연맹(KOVO)이 착수한 사업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비디오 판독 기술 개발 성과를 짚어 봤다.

‘세계 최초’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V-리그
KOVO가 독자적인 AI 판독 기술 개발에 나선 배경

KOVO는 2007년부터 V-리그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세계 배구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그렇게 비디오 판독은 V-리그의 로컬룰이 됐다. KOVO가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후 국제배구연맹(FIVB)도 뒤늦게 비디오 챌린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만 V-리그에서는 중계 화면에 의존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지난 19년간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 판독 요청 가능한 항목 등을 조율하면서 현재 시스템으로 정착했다. 

하지만 맹점은 있었다. 리플레이된 중계 화면을 결국 사람의 눈으로 판독을 하면서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반면 FIVB는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최근에는 인·아웃의 경우 주심석에 마련된 태블릿 PC를 이용해 랠리 종료와 함께 그래픽으로 인·아웃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FIVB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대회에는 중앙 센터를 마련해 원격으로 비디오 판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 

KOVO도 AI 판독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선뜻 나설 수 없었다. 202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보조금을 지원 받아 국내 기업 ‘스포츠투아이’와 함께 AI 판독 기술을 개발해왔다. KOVO는 2025년 11월 당시 “올해 4월부터 AI 비디오 판독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리그의 선진화 및 정확하고 공정한 판독을 위해 총 3년의 장기 로드맵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 사업을 시작한 배경은 명확하다. 먼저 사람의 눈으로 잡아낼 수 없는 초고속 움직임을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증명해 불필요한 판정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경기 시간을 단축해 박진감 넘치는 경기 흐름을 유지하고자 한다. 반복적인 리플레이 확인 절차를 줄이고 최종 판독 결정까지 그 시간을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무엇보다 호크아이, Bolt 6 등 AI 기술 기반의 판독 시스템 도입은 이제 스포츠 경기 품질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글로벌 스포츠계 역시 첨단 기술을 활용해 경기의 공정성과 판정의 정확정을 높이려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흐름에 발맞춰 V-리그 역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배구 종목 특성상 선수들의 동작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데이터 추출과 분석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때문에 KOVO에서도 개발 초기 단계에서 사전 연구를 철저히 했다. ‘스포츠투아이’의 박효원 실장은 “해외 시장에 있는 시스템을 조사하고, 국내 교수나 기술 업체 등 전문가들을 만났다. 전현직 선수들과 선수 출신 행정가, 심판 등의 조언도 받았다. 현재 비디오 판독 요청 가능한 11개의 항목 외에 판독할 수 있는 상황도 요구하셨다”면서 “KOVO 뿐만 아니라 구단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전날 밤에 불현 듯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체육관을 쓸 수 있는지 여쭤봤을 때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셨다”며 지난 1년을 돌아봤다. 

AI 핵심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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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화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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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2028시즌 정식 도입

‘스포츠투아이’는 3년의 중장기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2025년 5월부터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2025년에는 AI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기본 구성에 집중했다. 여러 대의 다채널 카메라로 동시에 영상을 촬영하고 동기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뒤 판독 과정 및 결과를 3D 시각화할 수 있는 핵심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실제로 2025-2026시즌 포스트 시즌에 현장 테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2026년 5월부터는 R&D 심화 단계를 거친다. V-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기반으로 AI 강화 학습 및 정확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2027-2028시즌 V-리그에 정식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비디오 판독 항목 11개를 모두 AI로 판독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당초 판독 요청 건이 가장 많은 항목부터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총 7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터치아웃, 인·아웃, 오버넷을 먼저 개발하고자 했지만, AI 기술 유형별로 그룹화해 개발을 추진했다. 

2월 1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V-리그 비디오 판독이 진행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AI 기술 유형별 
비디오 판독 항목 그룹화

▶ 공, 선수, 라인, 코트 바닥과 인과 관계: 인·아웃, 수비 성공·실패, 라인폴트, 후위 선수 반칙, 리베로 반칙 등
▶ 공과 신체의 인과 관계: 터치아웃, 포히트, 투 액션 더블 컨택트 등
▶ 네트와 인과 관계: 네트 반칙, 안테나 반칙
▶ 경기 상황 및 맥락 이해: 오버넷, 센터라인 침범

AI 판독 기술의 기본 원리는 다음과 같다. 여러 각도에 있는 복수의 카메라가 동시에 한 가지 상황, 1개의 피사체를 촬영한다. 사각지대 및 가려지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AI 판독을 위한 3차원 공간 좌표 데이터를 획득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 촬영된 영상보다 AI, 그리고 3D 기술로 판독을 돕는 정보와 데이터의 양을 늘린다. 뿌옇게 번지는 등 노이즈를 제거하고,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의 초당 프레임 수를 AI를 이용해 더 많이 생성한다. 공과 사람이 움직이는 경로를 수학적, 물리학적 공식과 계산된 결과 값을 활용해 이동 경로를 계산한다. 

실제로 연구 개발 과정을 들여다보면 선수 골격 및 근육 AI 및 3D 시각화 연구 개발해 경기장 내에서 8시간 연속 가동하면서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인·아웃의 경우 다수의 카메라가 동시에 공의 궤적을 추적하고 바닥에 닿은 지점을 분석해 판정을 내린다. ‘스포츠투아이’는 먼저 코트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며 공이 이동하는 전 구간 영상을 확보한 뒤, 각 카메라 영상에서 동기화된 실시간 2D 공 위치를 추출했다. 이후 3D 공간 좌표를 계산해 궤적을 생성한다. 바닥 접촉 지점에 대해서는 공의 3D 궤적에서 코트 바닥에 가장 눌리는 지점을 AI로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공과 코트의 접촉 지점이 라인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판독한다. 

서브를 할 때 라인 폴트 판독 과정도 비슷하다. 영상에서 선수의 발끝 위치와 코트 라인의 위치를 동일한 영상 좌표계에서 비교해, 선수의 발과 라인의 미세한 접촉 및 침범 여부를 판독한다. 먼저 배경에서 선수를 분리해 발끝의 가장 바깥쪽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론한 뒤, 영상 위에 실제 배구장 규격과 똑같은 가상 라인을 투영해 판독 기준점을 생성한다. 이후 영상 속 선수의 발 위치와 복원된 라인을 비교해 라인 침범 여부를 1차적으로 판독한다. 끝으로 발끝 위치를 코트 기준 좌표계로 변환하고, 라인과의 거리를 계산해 그래픽으로 시각화한다. 

블로커 터치아웃도 선수의 손끝과 공의 위치를 3D 공간상에서 비교해 터치 여부를 판독한다. 손끝과 공의 상대 거리를 정량적으로 계산한 결과가 기반이 된다. 즉 블로커의 손가락 마디와 날아오는 공의 중심점을 밀리초 단위로 정밀하게 추적한다. 손목, 손끝, 손바닥 주변 관절점을 세밀하게 추적한 이후 3D 시각화해 손끝과 공의 거리를 계산하며 판독을 내린다. 

강주희 심판이 2월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 경기에서 비디오 판독 이후 최종 판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한국배구연맹 제공 

AI 판독 연구 개발 1년
세 가지 성과 있었다

현재 V-리그에서는 총 11개의 항목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고 있다. 인·아웃, 터치아웃, 네트터치, 수비 성공·실패, 라인폴트, 안테나 반칙, 포히트, 후위 선수 반칙, 리베로에 의한 반칙, 시차에 의한 더블 컨택트, 오버넷에 대해 비디오 판독 요청이 가능하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인·아웃 판독이다. KOVO 관계자도 “인·아웃의 경우 판정의 정확도를 올리고 있다. 2026년 컵대회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2026-2027시즌 도입도 가능해 보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인·아웃의 경우 중계 화면의 공 진행 방향과 일치하는 판독 기능과 더불어 중계방송 카메라가 찍을 수 없는, 위에서 본 ‘탑뷰’로 직관적 시각으로 판독이 가능하다. 

인·아웃의 라인 인식 기술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라인 폴트 판독의 완성도도 높였다. 서브를 할 때 엔드라인 반칙을 판독할 수 있다. 

세 번째 성과는 바이오메카닉스 연구다. 선수의 움직임을 숫자로 바꾸는 스포츠 데이터 과학이다. 동작을 분석해 선수의 2D 관절점을 추론하고, 3D 관절 좌표로 복원한 뒤 AI 기반 인체 모델에 적용해 운동학적 지표를 산출할 수 있다. 스파이크 타점, 블로킹 최고점 등을 AI로 측정할 수 있다. 추가 연구 성과다. 즉 AI 데이터를 활용한 부가 서비스 및 신규 디지털 콘텐츠 수익 창출을 기대해 볼만하다. 

KOVO는 최종적으로 중앙 판독 센터까지 구축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박 실장은 “해외 유명 AI 판독 시스템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국내 AI 판독 기술로 세계 배구계에 AI 판독 표준을 제시하는 K-스포츠의 자부심이 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세계 최초의 길을 걸었던 KOVO가 다시 한 번 글로벌 표준을 바라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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