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봄을 불러온! 전령사들! ‘김지한태준’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6-03-27 09:18:08

봄 배구 기적을 일으킨 김지한과 한태준./인천=한혁승 기자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진에어 2025~2026 V-리그가 3라운드를 마치고 반환점을 돌았을 때, 우리카드가 봄에도 배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1~3라운드에 승점 19를 획득한 우리카드가 4~6라운드에 정확히 그 두 배인 38점을 쓸어 담으며 결국 장충에 봄을 불러왔다. 그 기적의 중심에는 봄의 전령사가 된 김지한과 한태준이 있었다. 이미 기적을 일궜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다. 두 사람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 그 영광의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

고난의 비시즌부터
기적을 일궈낸 6라운드까지 돌아보기

Q. 비시즌은 세계선수권 참가로 분주했죠.
지한 필리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느꼈습니다. ‘저렇게 할 수 있는 거구나, 저게 되는 거구나’ 싶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특정한 선수보다도 모두를 보면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술적인 수준의 남다름을 실감했어요.
태준 필리핀에서 경기를 많이 못 들어가서 좀 아쉽습니다. 정말 많은 준비를 했는데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났어요. 제가 부족했던 탓이죠. 루치아노 데 체코(아르헨티나)는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저런 몸에서 저런 토스가 나오나 싶었습니다(웃음). 토스가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프랑스전 5세트 싱글 핸드 플레이를 보고 ‘와, 진짜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Q. 그렇게 비시즌을 분주히 보낸 뒤, 고난의 시즌 초반을 보내야 했습니다.
태준 팀으로서는 선수들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나 싶었어요. 코트 안에서 모두가 따로 놀고 있는 것 같았죠. 점수 차가 좀 벌어지면 포기해 버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경기를 뛰고 있는 것만으로도 팀에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내 실력이 여기까지인가 보다 싶은 생각에 자책도 많이 했죠.
지한 태준이가 말한 것처럼, 끈끈함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생동감과 파이팅도 부족했고요. 지고 있을 때 뒤집는 경기가 거의 없었어요. 지면 그냥 지는 거였죠. 팀의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알기가 힘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 많았던 것 같아서 더 아쉽습니다.

Q. 그렇게 팀이 수렁에 빠졌고, 결국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과 이별하게 됐습니다.
지한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됐어요. 선수들도 다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죠. 많이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어쨌든 경기를 많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고, 거기에는 제 책임이 분명히 있었어요. 제 플레이 하나하나에 누군가의 운명이 걸려 있는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감독님의 전술이나 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게 아쉽습니다. 그때 말씀해 주신 것들을 잘했다면 결국 좋은 결과는 똑같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태준 아침에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회의실로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미팅이 있나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사퇴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요. 제 책임이 크다고 느꼈고, 이게 프로의 세계구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사실 심리적으로 많이 흔들렸는데, 그때 감독대행님께서 우리는 멈출 수 없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의지를 다 잡아주셨어요.

Q. 그렇게 우리카드는 박철우 감독대행·이강원 코치와 함께 사실상의 새 출발을 하게 됐죠.
태준 두 분은 선수들에게 자극을 심어주시는 분들입니다. 저희가 조금만 나태해지거나 훈련 태도가 퍼지면 바로 경각심을 심어주세요. 그러면서도 또 훈련을 잘 마치면 저희를 한껏 다독여주시고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한 감독대행님은 한국전력에 있을 때 선수로도 함께한 적이 있어요. 그때도 나이와 상관없이 가장 열심히 하는 분이었습니다. 감독대행으로서도 똑같은 분이세요. 언제나 100%를 쏟아붓길 원하시고, 또 즐겁게 하는 배구를 늘 지향하십니다. 그 덕분에 경기에서 좋은 모습이 나온 것 같아요. 또 이강원 코치님은 훈련 때 선수들에게 세세한 지도를 해주셔서 좋았어요.

Q. 새로운 체제 속에서 우리카드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됩니다. 미러클 런의 시작이었죠.
지한 진짜 원 팀이 됐죠. 원래라면 포기했을 상황에도 꾸역꾸역 버텨서 승리하는 경험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선수들 간의 신뢰가 점점 두터워졌어요.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격과 서브가 좋아졌어요.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연습하기도 했고요. 토스 높이도 태준이와 이야기하면서 살짝 조절했고, 감독대행님과는 공격 들어갈 때의 몸 방향이나 타이밍을 교정했습니다. 지금은 전반기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아요.
태준 제가 바뀐 게 컸다고 생각합니다. 팀 스타일상 타점이 좋은 공격수들이 많기 때문에 그 선수들을 잘 살려주려고 노력한 게 주효했어요. 한편으로는 너무 아쉽기도 해요. 전반기부터 이런 부분을 잘 풀어갔다면 지금 1~2위를 다퉜을 테니까요. 다음 시즌에는 처음부터 잘 풀어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어간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Q. 그렇게 운명의 6라운드를 맞이합니다. 4~5라운드보다는 부담감에 짓눌린 모습이 보인다는 피드백들도 있었어요.
태준 이 정도의 경직과 부담은 당연한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4~5라운드에는 봄 배구에 대한 욕심이 있지는 않았으니, 그냥 즐겁게 우리의 배구를 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6라운드에는 봄 배구가 눈앞에 보였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감이 커졌던 것 같아요.
지한 감독대행님께서 늘 즐겁게 하는 배구를 강조하셨고, 실제로 4~5라운드에 그렇게 배구를 했죠. 덕분에 좋은 성적이 나오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승점 1점이 중요한 순간들이 찾아오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부담감이 커졌는데, 그럴 때마다 감독대행님께서 계속 그 부담감을 해소해 주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큰 도움이 됐어요.

Q. 3월 17일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꺾고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태준 6라운드 들어서 생각이 너무 많아져 잠을 푹 못 잤어요. 17일 경기 때도 초반에 페이스가 너무 좋았는데 리드가 점점 줄어드니까 또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반성할 만한 포인트들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도 3세트에는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고 깔끔한 승리를 거뒀죠. 우리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경기 양상 속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한 그날 저희는 너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점수 차가 벌어졌을 때 추격을 허용한 건 좀 아쉬웠죠. 그래도 질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팀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Q. 두 시즌 전, 대전에서 삼성화재에 발목을 잡히며 정규리그 1위를 놓쳤을 때도 두 선수는 코트에 있었습니다. 그 트라우마가 신경 쓰이지는 않았나요.
태준 그때는 저희 팀 선수들 모두가 성숙하지 못했어요. 지금이라고 완벽히 성숙해진 건 아니지만요. 지금 생각하면 그 경기는 정말 큰 경험이 됐어요. 사실 경기 전에 그 2년 전을 언급하는 기사를 봤습니다(웃음). 기자님께서 쓰신 기사였죠! 덕분에 방심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그 한 경기 때문에 저희가 정규리그 1위를 놓쳤던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전에 더 잘했다면 충분히 1위를 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또 운동선수는 도전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어요.
지한 저도 기사는 봤고, 그 경기를 기억하고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기사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지금 우리에게는 박철우 매직이 있고, 원정 전승 루틴이 있으니 이번엔 다를 거다’였어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Q. 어떤 마음가짐으로 코트 위의 봄을 즐기고자 하나요.
지한 정말 어렵게 여기까지 올라왔습니다. 일종의 보너스 라운드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정말 우리가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은 누구에게든 질 것 같은 느낌은 없어요. 여기까지 온 이상, 우승만 생각하겠습니다.
태준 또 한 번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어요. 지난 시즌에 플레이오프를 보러 경기장에 갔었는데, 정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이제는 그 무대에 우리가 올라갑니다. 앞만 보고, 즐거운 배구를 하고 싶습니다.

한국 남자배구의 미래이기도 한 아웃사이드 히터 김지한과 세터 한태준./인천=한혁승 기자

함께 여기까지 올라온 ‘김지한태준’
서로가 생각하는 서로

Q. 우리카드라는 팀을 상징하는 스타가 됐습니다. 함께 이 자리까지 올라온 소감은 어떤가요?
태준 저는 프로 생활을 여기서 시작한 선수입니다. 지금의 제가 있는 건 우리카드라는 팀과 팬 여러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늘 감사드립니다!
지한 저는 이 팀에서 처음부터 뛴 선수는 아니지만, 제 이름을 가장 많이 알린 팀이 우리카드기 때문에 늘 감사함을 갖고 있어요.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있고, 또 감사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오래오래 이 팀에서 뛰고 싶습니다!

Q. 이제는 코트 안에서 두 선수의 호흡도 꽤 오랜 시간 다져져 왔네요.
지한 사실 처음은 기억이 잘 안 나요(웃음).
태준 아마 더블 스위치로 들어간 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그때는 지한이 형이 아포짓에서 많이 뛸 때거든요. 아포짓 자리에서는 꽤 잘 맞았어요. 두 번째 시즌부터는 형이랑 왼쪽에서 빠른 플레이를 하고자 했는데 살짝 호흡이 엇나갔고, 뒤로 가면서 최대한 타점을 살려주려고 한 덕분에 뒤로 갈수록 좋았던 것 같아요.
지한 아포짓에서 때릴 때는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그런지 좋은 호흡을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 같은 경우 호흡을 맞출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탓에 시즌 초반에 어려움이 좀 컸는데, 이제는 다시 예전 같은 좋은 호흡이 나오고 있는 것 같고요.

Q. 태준 선수가 잘해야 지한 선수도 잘할 수 있고, 지한 선수가 잘해야 태준 선수도 잘할 수 있죠. 서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습니다.
지한 거의 항상 느끼는 것 같아요. 공격수의 능력이 좋으면 어떤 볼이든 다 잘 때릴 수 있는데, 제가 그 정도 능력이 있는 선수가 아니라서 태준이의 토스가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태준 저도 마찬가지죠. 특히 형한테 어려운 볼이 올라갈 때, 형이 처리를 잘해주면 항상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함께 돌파하고 파이팅을 같이 외칠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

Q. 두 선수가 우리카드에서 함께 이뤄볼 목표는 무엇일까요? 
지한 우승입니다. 모든 선수들의 목표이자 꿈이니까요. 우승컵을 꼭 저희의 손으로 들어보고 싶습니다.
태준 저도 챔피언십 포인트 때 상황만 맞는다면, 지한이 형에게 믿고 올릴 수 있습니다. 막상 그때가 오면 아무 생각도 안 날 것 같긴 하지만요(웃음).
감사한 사람들에게 마음껏 감사를 전하는 시간!

Q. 감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게요. 시즌을 치르며 두 외국인 선수 알리-아라우조의 활약도 정말 큰 힘이 됐잖아요. 두 선수가 알리와 아라우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요.
태준 제가 먼저 친구인 알리를 말해보겠습니다(웃음). 알리는 코트 안에서도, 밖에서도 장난꾸러기죠. 기분이 안 좋은 날에도 얼굴만 보면 웃음이 나게 하는 묘한 사람입니다. 배구도 정말 잘하죠. 과하게 흥분하는 경향이 좀 있긴 하지만요. 알리랑은 뭘 따로 맞출 필요도 없어요. 그냥 올려놓으면 알아서 잘 때립니다. 승부욕이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말릴 수가 없을 때가 있긴 한데, 저는 그게 좋다고 봐요. 선수에게 승부욕은 당연한 기준값이거든요. 다행히 아라우조가 알리의 마인드를 잘 조율해 주는 듯합니다.
지한 아라우조는 모든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입니다. 모두와 잘 어울리려고 노력해요. 훈련 때도 경기 때처럼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도 본받을 만하고요. 큰형답게 코트 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도 너무 고맙습니다.

Q.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 이승원-이시몬-한성정 선수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까요?
태준 원래도 승원이 형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이번 시즌 주장이 된 승원이 형을 보고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웜업존에 있으면서 제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마음고생을 하셨을 텐데, 코트 위에서는 그런 기색 없이 언제나 한 발 더 뛰고 기합도 한 번 더 넣는 사람이 승원이 형입니다. ‘이게 주장이고 베테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후반기 들어서 형을 따라해 보려고 노력했어요. 먼 훗날 제가 주장이 된다면 그때도 승원이 형처럼 하려고 노력은 해보겠습니다(웃음).
지한 시몬이 형과 성정이 형은 연습 때나 경기 때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너무 잘 알려주시는 형들입니다. 또 저에게 늘 밝게 대해주시는 형들이고요. 이번 시즌에 저랑 알리가 어려울 때마다 형들이 최고의 활약을 펼쳐서 팀을 승리로 이끌어주셨어요. 형들 덕분에 저희가 봄 배구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저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입니다.

Q. 우리카드와 늘 함께하는 MC이슈 님과 응원단 여러분들은 어떤 존재인가요.
지한 MC이슈 님은 우리카드의 또 다른 선수라고 생각해요.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 종료 후까지 우리카드를 위해 정말 많은 고생을 해주십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태준 응원단 분들 역시 저희의 가족입니다. 팀에서 감독대행님이 그런 일을 하시듯이, 응원단을 이끌어주시는 김주일 단장님도 최고의 열기를 이끌어서 늘 저희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Q. 구단 사무국 직원들 역시 두 선수와 우리카드를 위해 언제나 헌신하고 계십니다.
지한 사무국 분들께도 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쉬는 날인데 저희를 위해 이런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주셨잖아요(웃음)! 유독 이번 시즌에는 사무국 분들의 지원을 더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봄 배구 진출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린 것 같아요. 꼭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함께 멋진 결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태준 저도 이번 시즌에 유독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경기마다 체육관을 찾아주신 단장님과 부단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사무국 분들의 노고 덕에 저희가 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두 선수의 영원한 지지자인 가족들에게도 한 마디를 전해볼까요.
지한 경기장에 오실 때도, 집에서 보실 때도 늘 응원해 주시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가장 먼저 연락해 주시는 부모님께 정말 감사해요. 사실 어머니께서 저번 홈경기 때 사인볼을 받으시다가 손가락에 금이 가셨어요. 두 달 동안 깁스를 하셔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한테 전화를 하시더니 “내가 대신 액땜했으니 우리카드에 좋은 일만 있을 거야”라고 해주셨어요.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어머니, 꼭 우승하겠습니다.
태준 부모님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동해에 있던 제가 배구를 하러 경기도로 갔을 때, 주말마다 제 뒷바라지를 부모님이 해주셨어요. 지금이라도 그간 제가 받은 것들을 돌려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머니는 저한테 전화를 먼저 못하세요. 제가 너무 예민할 것 같고, 쉬는 데 방해가 될 것 같다고요. 그래서 뭐가 문제냐고, 엄마가 아들한테 전화하는 건데 아무 상관없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아직 전화를 편하게 못하세요. 또 시즌 초에 제가 너무 예민해서 아버지랑 자주 투닥거린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조금은 효도를 한 것 같아요. 어머니께서 항상 경기장에 오시는데 차가 없으셔서, 차를 한 대 해 드렸거든요(웃음)!

Q. 언제나 우리카드와 두 선수를 믿고 응원해 주시는 ‘장충이’에게도 인사를 전해볼까요?
지한 경기 때 들리는 팬 여러분들의 함성 소리가 정말 매 순간 큰 힘이 됩니다. 그 소리들을 들으며 경기를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함을 느끼고요. 봄 배구에서는 더 큰 환호성이 들릴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태준 팬 여러분들에게 빚진 게 정말 많은 시즌이라고 생각해요.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습니다. 봄 배구 진출로 은혜를 조금은 갚았지만, 아직 부족해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선수라서 자랑스럽습니다.

Q. 더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마지막 감사를 전해볼까요?
태준 저는 원진-유빈-영준이 형에게 전할래요. 제가 시즌 초에 너무 어둡고 예민했는데, 그때마다 원진-유빈이 형이 방에 와서 혼자 뭐하냐고, 밥 먹고 게임이라도 하자고 말을 걸어줬어요. 정말 힘이 많이 됐습니다. 영준이 형도 늘 먼저 장난쳐주고, 기분을 풀어줘요. 또 코트에서 제가 넘어지면 제일 먼저 와서 일으켜주는 사람이 영준이 형입니다. 다들 정말 고맙습니다. 영준이 형이 FA인데, 다른 팀 안 갔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제가 계속 꼬시고 있습니다!
지한 저는 매니저-통역들에게 하겠습니다. 제가 개인 운동할 때면 볼도 주워주고, 같이 장난도 쳐주는 사람들입니다. 혼자 운동하면 힘도 안 나고 쓸쓸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분위기를 맞춰줘요. 또 대체 뭘 보고 얘기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배구 강의도 해줍니다(웃음). 
태준 저한테도 해줍니다.
지한 사실 밖에서 보는 게 맞을 때도 많아서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해요. 그때는 장난으로 넘기긴 해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서로를 잘 아는 한태준과 김지한./인천=한혁승 기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인터뷰 어땠나요?
지한 감사한 분들에게 인사를 마음껏 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또 시즌을 시작부터 돌아보면서 제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되짚을 수 있어서 뜻깊었고요. 이 인터뷰가 저와 팀이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태준 저는 언제나 인터뷰를 하는 게 너무 좋아요. 수많은 선수들 중 제가 선택받았다는 것도, 제 이야기가 기사로 나갈 수 있는 것도 너무 좋거든요. 또 감사한 분들을 꼽을 때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늘 인터뷰로 여러 가지를 말하면서 스스로 많은 것들을 깨닫고 알아차리게 된다. 이번 인터뷰도 그랬어요. 뜻깊고 즐거웠습니다!

Q. 끝으로 두 선수가 서로에게 한 마디를 전하며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지한 저는 세터를 안 해봐서 잘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부담감이 크겠죠. 이제 진짜 큰 무대가 남았는데, 그래도 태준이는 너무 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문제없을 거라고 믿어요. 지금처럼만 하면서, 즐겁게 같이 잘 해봤으면 좋겠어요.
태준 우선 형이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제가 좀 많이 다친 시즌이라, 다른 선수들은 절대 안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큰 무대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계속 도전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형이 지금처럼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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