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우승 후보’ ‘젊은 피’의 성장도 돋보였다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3-23 14:06:11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정규리그 최종전까지 봄 배구행 티켓을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한국도로공사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대건설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GS칼텍스는 3월 18일 승리를 거두며 3위로 도약했고, 흥국생명이 4위로 내려앉으면서 V-리그 여자부 역사상 첫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됐다. IBK기업은행이 봄 배구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고, 페퍼저축은행과 정관장도 정규리그를 끝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승 후보’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희비 엇갈렸다
이번 시즌 직전 V-리그 여자부는 2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각 사령탑들도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를 우승 후보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두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도로공사는 8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IBK기업은행은 5년 만의 봄 배구 진출을 노렸지만 5위로 시즌을 마쳤다.
2025년 IBK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빅토리아와 재계약을 맺었고, 새 아시아쿼터로 아웃사이드 히터 보강에 성공했다. 호주 출신의 킨켈라와 손을 잡았다. 여기에 베테랑 리베로까지 얻었다. ‘최고의 리베로(최리)’ 임명옥이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다. 기존 멤버인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과 황민경, 주전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은 이주아와 최정민까지 선수 라인업이 화려했다. 실업팀 소속이었던 세터 박은서까지 영입하며 새 시즌을 맞이했다.
하지만 불운이 겹쳤다. 베테랑 이소영이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결국 선수 요청에 따라 계약 해지까지 했다. 이 가운데 IBK기업은행은 2025년 10월 28일부터 11월 22일까지 7연패 수렁에 빠졌다. 마침내 김호철 감독은 11월 22일 경기 직후 자진 사퇴를 공식적으로 밝혔고, 여오현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잔여 시즌 팀을 맡았다.
여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 반등에 성공하며 봄 배구 희망을 키웠다. 세터 박은서와 아포짓 빅토리아, 아웃사이드 히터 육서영과 킨켈라, 미들블로커 이주아와 최정민, 리베로 임명옥으로 다시 한번 똘똘 뭉쳤다. 이후 킨켈라의 높이와 공격을 극대화하기 위해 빅토리아와 킨켈라의 자리를 바꾸기도 했다. 적중했다. 2025년 12월 28일부터 2026년 1월 5일까지 5연승을 질주하며 포효했다. 이내 부상 암초를 만났다. 2월 2일 경기 도중 ‘정신적 지주’ 임명옥이 아킬레스건 파열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로부터 13일 뒤인 2월 15일 경기에서는 킨켈라마저 발목을 잡고 쓰러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6라운드 6경기에서 4승 2패를 기록하며 라운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3월 17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승점 3을 챙긴 뒤 18일 경기를 기다린 IBK기업은행. 여오현 감독대행은 “하늘에 맡기겠다”고 했고, 육서영은 “6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경기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포스트 시즌 진출을 향한 굳은 결의를 드러냈지만, 결국 마지막 봄 배구행 티켓은 GS칼텍스의 몫이었다.
한국도로공사도 고비가 있었다. 하지만 2025년 리베로로 전향한 문정원이 제 몫을 해냈고, 프로 2년 차 세터 김다은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우승 세터’ 이윤정이 다시 주전 멤버로서 제 자리를 지켰다. 신인 미들블로커 이지윤,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도 팀의 정규리그 1위 달성에 힘을 보탰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배유나가 시즌 초반부터 다쳤고, 시즌 후반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와 아시아쿼터 타나차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김세인과 전새얀까지 투입해 이 없이 잇몸으로 버텼다. 한국도로공사가 위기를 극복하고 1위를 꿰찰 수 있었던 힘이다.
‘우승 후보’로 꼽힌 2개 팀 중 한국도로공사가 웃었다.
3위부터 5위까지 ‘승점 57’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봄 배구 전쟁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날 최종 순위가 확정됐다. 3월 18일 GS칼텍스가 현대건설을 상대로 승점 3을 챙기면서 3위 GS칼텍스(19승17패), 4위 흥국생명(19승17패), 5위 IBK기업은행(18승18패)까지 모두 승점 57을 기록했다. 승수와 세트 득실률에서 앞선 GS칼텍스가 3위로 올라섰고, 흥국생명이 4위로 내려앉으면서 준플레이오프는 3위 팀의 홈경기장인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다.
GS칼텍스는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장충의 봄’을 열었다. 2020-2021시즌 이후 5년 만이다. GS칼텍스 역시 시즌 내내 부상 악재가 겹치면서 울상을 지었다. 아시아쿼터 레이나가 무릎 부상으로 약 한 달 간 자리를 비웠고, 시즌 막판에는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한 최유림과 오세연이 발목을 다치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다. 버티고 버틴 끝에 GS칼텍스가 3월 18일 현대건설전 승리로 봄 배구행 마지막 열차에 올랐다. 이영택 감독의 첫 봄 배구이기도 하다.
아울러 GS칼텍스에서 3시즌을 보내고 있는 실바는 이번 시즌 1083득점을 기록했다. 3시즌 연속 1000득점 돌파에 이어 14년 전 몬타뇨의 1076점을 깼다. 실바는 한국에서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흥국생명은 ‘요시하라 매직’을 펼쳤다. 2025년 새롭게 선임된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출신의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은 ‘새판 짜기’에 나섰다. 김연경이 2024-2025시즌 우승과 함께 현역 은퇴를 한 상황에서 아웃사이드 히터진을 어떻게 꾸릴지 시선이 집중됐다.
요시하라 감독은 최은지와 김다은, 정윤주, 박민지를 고루 활용했다. 이 가운데 33세 최은지는 공수 양면으로 안정감을 드러내며 사령탑의 신뢰를 얻었다. 최은지는 “이번 시즌에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배구를 생각하면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어찌됐든 지금 뛰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성장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으니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김다은과 정윤주는 번갈아 투입되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흥국생명은 요시하라 감독의 말대로 죽순처럼 성장했다. 시즌 후반부에는 현대건설을 제치고 2위까지 올라서는 파죽지세를 보이기도 했다. 시즌 도중 긴급 수혈한 베테랑 세터 이나연이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외국인 선수 레베카도 강력한 한 방을 선보였다. 이내 순위 경쟁에서 밀렸다. 좀처럼 랠리 매듭을 짓지 못하며 고전했다. 화력 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 가운데 아시아쿼터 선수인 미들블로커 피치의 부상도 있었다. 6라운드 6경기에서 2승 4패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직전 시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과 함께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36경기를 돌아본 요시하라 감독은 “경기력이 좋았다 나빴다 했다. 기복이 심했다”면서 “시즌을 시작할 때 작년에 뛴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한 명 정도만 포함이 되거나 했는데 리그에서 시즌을 치르는 걸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선수들이 바로 나아지면 좋겠지만 경험이나 기술이 필요한 상태다. 수정을 하면서 쌓아간 건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2위를 확보했던 현대건설도 위기를 극복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이 시즌 아웃됐지만, 아웃사이드 히터 이예림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수비가 좋은 이예림의 장점을 극대화했고, 카리와 자스티스 그리고 중앙 공격까지 끌어 올렸다. 카리는 시즌 내내 무릎 관리를 받아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버텼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양효진은 물론 2025년 현대건설로 이적한 미들블로커 김희진도 제 몫을 해냈다. 양효진의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양효진의 ‘라스트 댄스’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줄부상 속 돋보였던 ‘젊은 피’의 성장
‘막내 구단’ 페퍼저축은행은 16승 20패(승점 46) 기록,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팀 창단 후 한 시즌 최다승,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장소연 감독의 아쉬움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초반 페퍼저축은행은 일본 국가대표 미들블로커인 아시아쿼터 선수 시마무라와 함께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1라운드 4승 2패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내 흐름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장 감독은 “시즌 전 기대치보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러줬다. 탈꼴찌, 최다승, 최다 승점 같은 것들도 분명 의미가 있다. 누구 하나 꼽을 것 없이 선수-스태프-구단이 하나 돼서 시즌을 잘 치렀다”고 시즌을 총평했다. 이어 “(박)은서가 가장 많이 성장했다. 부상이 많은 선수라 걱정이 있었는데 첫 풀 시즌을 잘 치렀다. (박)사랑이도 많은 경험치를 쌓았고, (정)솔민이도 우리 팀에서 계속 성장해 나갈 선수다”라며 이번 시즌 성장한 선수들을 꼽기도 했다.
세터 박사랑과 아웃사이드 히터 박은서는 팀 창단부터 함께 한 2003년생 동갑내기다. 2021년 팀 창단 당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우선지명권을 얻었고, 전체 1순위와 2순위로 박사랑과 박은서를 영입했다. 그렇게 두 선수는 5시즌째 동행했다. 꾸준히 기회를 얻고 나란히 성장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다.
정관장은 2025-2026시즌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시즌 전부터 베테랑 세터 염혜선에 이어 ‘2번 세터’라 할 수 있는 김채나까지 다쳤다. 2025년 여름, 현대건설에서 자유신분 선수가 된 최서현을 영입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최서현이 처음으로 주전 세터로 코트에 나섰다. 하지만 아시아쿼터로 선발한 태국 출신의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가 결국 무릎 수술 후 돌아오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선우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본격적으로 나섰지만 시간이 필요했다. 박혜민, 전다빈, 곽선옥 등을 고루 활용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일 수밖에 없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로 뽑은 아포짓 자네테는 시즌 도중 부친상으로 마음고생을 했고, 시즌 후반에는 이마가 찢어지는 부상으로 결장이 불가피했다. 새 아시아쿼터로 몽골 출신의 인쿠시를 데려왔지만, 미들블로커 정호영이 손가락 골절로 시즌 아웃됐다. 악재가 겹치면서 2026년 1월 4일부터 2월 18일까지 11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고희진 감독은 있는 자원을 모두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신인 아웃사이드 히터 박여름까지 투입했다. 박여름이 ‘반전 카드’였다. 2007년생 박여름은 180cm 아웃사이드 히터로 2025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7순위로 정관장 지명을 받았다. 고희진 감독은 “박여름의 수비 능력을 보고 데려온 선수다”라며 기대감을 표했고, 박여름은 공격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파워가 넘치는 공격은 물론 유연함까지 갖췄다. 2026년 2월 22일 흥국생명전에서는 무려 20득점을 기록하며 빛나는 활약을 선보였다. 이후 한국도로공사전에서는 공격 점유율 34.65%까지 끌어 올렸다. 2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발로 나섰지만, 그 짧은 시간에 빠르게 프로 적응을 마쳤다.
2005년생 최서현과 신인 박여름은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값진 기회를 얻었다. 팀은 최하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관장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주전의 책임감을 안고 뛴 두 선수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관장으로서는 ‘젊은 피’들의 성장이 이번 시즌 최대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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