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쿼터 자유계약시대를 대처하는법 [THE NEXT 20]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2-11 15:55:11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 ‘유소년 배구 현황과 과제’에 이어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시대를 대처하는 법’에 대해 다뤘다.
프로 스포츠 판도 흔드는 키워드
‘아시아쿼터’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먼저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한 종목은 축구다. 일본 축구인 J리그가 2008년부터 시행한 데 이어 한국 K리그도 2009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다. 취지는 명확했다. 외국인 선수는 아니지만 아시아권 내에서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이 제도를 장려했다. 아시아 축구 시장의 활발한 교류와 함께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 그러던 2020시즌부터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축구 열기에 힘입어 동남아시아 쿼터를 신설하기도 했다. 동시에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으로 중계권, 스폰서십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자 했다. 하지만 20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를 폐지했다.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호주, 카타르 등 아시아 주요 리그들이 아시아쿼터를 운영하지 않는 추세에 따랐다. 대신 외국인 선수 수를 늘렸다. 국적과 무관하게 K리그1의 경우 최대 6명 등록, 4명 동시 출전이 가능해졌다.
이후 남자프로농구가 2020년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해 변화를 꾀했고, 여자프로농구도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선수들을 받아들이며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남자농구는 필리핀 출신의 선수들이 팀 경기력을 끌어 올렸고, 여자농구에서는 일본에서 온 이이지마 사키가 올스타 투표 1위에 오르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프로배구 역시 2023-2024시즌 아시아쿼터를 도입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각 팀들은 다양한 포지션의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해 팀 약점을 보완했다. 아울러 첫 두 시즌 동안 여자프로배구 정관장 소속이었던 메가는 ‘인도네시아의 김연경’이라 불릴 정도로 흥행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도 했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V-리그를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실제로 정관장은 2024년 4월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 초청을 받아 인도네시아 올스타 팀과 친선경기를 치른 바 있다. 친선경기 외에도 기자회견, 팬미팅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다. 인도네시아에 다녀온 선수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팬들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2025-2026시즌에도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여기서 한국배구연맹은 한 번 더 변화를 준다. 2026년 아시아쿼터부터 트라이아웃 드래프트가 아닌 자유계약으로 영입 방식을 전환하기로 했다.
여자프로농구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26-2027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선수들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자유계약 제도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프로야구도 뒤늦게 동참한다. 2026시즌부터 아시아쿼터제를 실시한다. 프로야구 역시 일본, 대만 등 국제 대회에서도 활약한 선수들을 영입해 리그 수준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나아가 이들과의 경쟁으로 국제 경쟁력 향상까지 동시에 노린다. 아울러 유소년 야구 인구 감소에 따른 선수 수급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을 받는다. 현재까지는 일본인 투수가 대거 발탁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사라진 아시아쿼터제지만, 농구와 배구 그리고 야구에서는 오히려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료헤이·메가·타나차 이상의 아쿼 선수들 올까
다가오는 2026-2027시즌은 아시아쿼터 도입 후 4번째 시즌이다. 그동안 ‘저비용 고효율’ 선수들이 V-리그를 다녀갔다. 2026년 자유계약 선발에도 연봉은 동일하다. 남자부 1년 차 10만 달러(1억 4700만원), 2년 차 12만 달러(이하 1억 7683만원)다. 여자부 1년 차 12만 달러, 2년 차 15만 달러(2억 2104만원)다.
남자배구의 경우 여자배구보다 시장이 넓은 편이다. 현재 V-리그 남자부만 봐도 국적이 다양하다. 몽골, 일본, 바레인, 파키스탄, 이란, 호주 출신의 선수들이 V-리그 무대에 올랐다. 여자부보다 연봉이 다소 낮은 이유다.
반면 여자배구 아시아쿼터 선수의 경우 타나차(태국), 자스티스·레이나·시마무라(일본), 피치(뉴질랜드), 인쿠시(몽골)가 2025-2026시즌 V-리그를 치르고 있다. 당초 정관장은 한국 V-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태국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와 손을 잡았지만, 부상 복귀 시점이 늦어지면서 인쿠시를 대체 발탁했다. 타나차와 시마무라도 자국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렇듯 아시아권 내 국가대표 경력을 지닌 여자배구선수의 수는 많지 않다. 더군다나 각국 대표하는 ‘스타 선수’들은 일본 SV.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한국과 일본 진출을 놓고 고민하는 상황이다.
2025-2026시즌 일본 SV.리그 무대에 오른 선수들도 즐비하다.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선수들이 가장 많다. 베테랑 세터 눗사라 톰콤은 플레잉 코치로 일본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탓다오 눅장, 아웃사이드 히터 아차라폰 콩욧과 돈폰 신포, 180cm 미들블로커 타나판 위모랏이 일본에서 활약 중이다. 찻추온 목스리 역시 부상 회복 후 SV.리그에 합류할 계획이다.
베트남 스타들도 있다. 베트남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인 1997년생의 트란 티 탄 투이 역시 태국, 대만, 튀르키예, 인도네시아는 물론 일본에서만 5시즌째 보내고 있다. 한국 V-리그 대체 선수로 발탁됐던 베트남 출신의 미들블로커 트란 티 빅 투이도 SV.리그 무대에 올랐다. 필리핀의 185cm 아포짓 앨리사 솔로몬도 오사카 마블러스 소속으로 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여자배구는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5위로 아시아 강호로 꼽히는 팀이다. 일본에 이어 중국(6위), 태국(18위), 베트남(28위), 카자흐스탄(35위), 대만(37위), 그리고 한국(40위)이 순서대로 랭크돼있다. 아시아 스타들이 일본으로 향하지만, 반대로 일본 배구 스타들은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로 진출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즉 아시아쿼터로 움직일 수 있는 선수 풀은 어느 정도 제한됐다. 한국 V-리그가 아시아쿼터 선수들에게 의미 있는 선택지로서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이유다.
남자배구의 사정은 다르다. 국제무대에서도 여전히 세계랭킹 7위 일본이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배구 변방 국가로 분류됐던 팀들의 추격도 매섭다. 이란(16위), 카타르(21위), 한국(26위)에 이어 중국(28위), 호주(33위), 바레인(40위), 파키스탄(44위)까지 객관적인 전력상 크게 밀리지 않는다. 최근 KB손해보험 야쿱(바레인), 한국전력의 대체 선수 무사웰(파키스탄) 등도 각국의 국가대표로 아시아 대회에서 팀을 결승까지 이끈 스타들이다. 예전에는 필리핀, 대만 출신의 아시아쿼터 선수들도 V-리그 무대에 올랐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자부에 비해 자원이 풍부하다. 남자부의 경우 각 팀 전력상 필요한 자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발군의 자원을 찾아내는 스카우트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여자부와는 다소 다른 지점이다.
‘메가톤급’ 활약 펼친 메가 V-리그 복귀 여부에도 주목
1999년생의 185cm 아포짓 메가는 단숨에 리그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다. 보통 체격이나 공격력에서 앞선 외국인 선수들을 아포짓으로 기용하곤 한다. 메가를 품은 정관장은 달랐다. 과감히 메가를 아포짓에 세웠고,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의 외국인 선수 지아를 영입해 첫 시즌을 보냈다. 두 번째 시즌에는 아포짓으로 뛰었던 부키리치를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배치하는 파격 라인업을 꺼내 들기도 했다. 모두 성공적이었다.
메가와 함께 한 2023-2024시즌에는 7년 만에 봄배구 무대에 올랐지만 최종 순위 3위에 그쳤다. 2024-2025시즌에는 메가와 부키리치 쌍포를 앞세워 무려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3년 만의 우승까지 노렸지만 흥국생명과 5차전 혈투 끝에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메가는 떠났지만, 리그에 남긴 강렬한 인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메가는 2023-2024시즌 정규리그 35경기 736점 기록, 득점 7위와 공격종합 4위, 서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2024-2025시즌에는 정규리그 32경기를 뛰면서 802점을 터뜨렸다. 득점 3위, 공격종합 1위를 차지하며 외인급 활약을 선보였다. 배구 팬들도 메가의 활약에 열광했다.
2025년 정관장과 눈물의 작별을 한 메가는 건강이 좋지 않은 홀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이후 튀르키예 진출에 성공해 눈길을 끌었다. 마니사 BBSK와 계약을 맺은 것. 그러나 2025년 10월 말 튀르키예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게임)에 출격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에서도 메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유계약으로 전환된 V-리그 복귀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정관장과 인연이 깊은 만큼, 메가가 다시 대전 충무체육관 코트를 밟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유경쟁 앞두고 분주해진 구단들
이미 V-리그에서 두 시즌 이상을 보내고 있는 리베로 료헤이(일본), 미들블로커 바야르사이한(몽골), 아웃사이드 히터 알리(이란) 등은 V-리그에서 그 경쟁력을 드러냈다. 여자부 타나차(태국)는 한국도로공사에서만 3시즌째 보내고 있다. 피치와 레이나도 국내 선수들보다 더 나은 기량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현재 아시아쿼터 선수들과의 동행을 이어갈지, 아니면 그보다 더 나은 자원을 새롭게 영입할지 구단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몇몇 구단들은 2026년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을 대비하기 위해 각국의 리그 경기와 선수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한국 팀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와 높은 전술 이해도 등으로 인해 리스크가 비교적 적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최근 일본을 찾아 현지에서 선수들을 점검한 구단들도 적지 않다. 에이전트들도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각국의 리그를 직접 점검하고 정보를 수집 중이다.
그동안 구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시아쿼터 선수가 다쳤을 때 대체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트라이아웃 신청서를 낸 선수들에 한해 교체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미 시즌 중이라 데려올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그 고민거리는 해소됐다.
다만 구체적인 진행 방식에 이목이 집중된다. 트라이아웃 당시에는 시즌이 끝난 뒤 4월 혹은 5월에 트라이아웃 드래프트로 선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이미 유럽 시장에서는 겨울에도 활발하게 선수 이동이 이뤄지고 있어, V-리그의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시기가 늦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유계약 전환이 된 2026년에는 시기와 조건을 조율하며 원하는 선수를 보다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V-리그 구조상 각 구단의 프런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에이전트들의 역할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도 고개를 들었다.
한 배구인은 “이번 시즌에도 리그를 살펴보면 아시아쿼터 선수가 자리를 비웠거나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 팀 성적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만큼 아시아쿼터 선수의 역할이 크다”면서 “에이전트들의 역량이 중요한 시점에 이 분들도 좀 더 배구 발전을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에이전트들이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움직이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 1명, 아시아쿼터 선수 1명이 투입된다. 이제 자유계약시대에는 보다 기량이 출중한 선수들이 팀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선수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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