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THE NEXT 20]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5-31 20:15:37

<더발리볼> 5월호 THE NEXT 20의 '배구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메인 페이지./더발리볼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2005년부터 시작된 V-리그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더 나은 20년을 위해 V-리그가 마주한 과제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더발리볼>은 창간 기획으로 ‘THE NEXT 20’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하며, V-리그 발전을 위한 12가지 핵심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이야기로 ‘2군 리그의 필요성과 현실’을, 두 번째로 ‘한국 남자배구의 중흥을 위한 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V-리그 FA 제도의 개선 방안’과 ‘V-리그 선수 연봉 구조와 시장 현실화 방안’, ‘심판 판정 시스템 진단 및 발전 방향’, ‘한국 여자배구의 활성화 방안’, ‘유소년 배구 현황과 과제’,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시대를 대처하는 법’, ‘V-리그 브랜드 강화’에 이어 ‘V-리그 팬 문화 및 응원 문화’에 대해 다뤘다. 5월호에는 배구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과 그 방안에 대해 모색해 봤다. 

배구 생태계, 인력은 늘었다

배구계는 그동안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 각 구단의 사무국 인력은 늘었고, 전력분석과 지원 스태프를 보강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인 감독을 비롯한 외국인 코치 수도 늘어나면서 통역 스태프까지 팀을 꾸리게 됐다. 여기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경기 분석의 중요성도 커지면서 전력분석 파트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구단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나선 전문 인력들의 임무도 강조되고 있다.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전문 인력의 수가 늘었다. 

2025-2026시즌 남자부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경우 코칭스태프를 제외한 지원 스태프만 각각 10명, 9명으로 구성했다. 대한항공에서는 트레이너만 5명을 보유했고, 통역 3명과 전력분석관 2명과 시즌을 운영했다. 우리카드 역시 트레이너 4명과 통역 3명, 전력분석관 1명, 매니저 1명으로 지원 스태프를 꾸렸다. 조직 체계가 한층 세분화한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자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흥국생명과 현대건설도 지원 스태프만 9명이었다. 흥국생명은 트레이너 4명과 전력분석관 2명, 통역 2명, 매니저 1명으로 구성했다. 현대건설도 트레이너 4명과 통역 2명, 전력분석관 2명, 매니저 1명으로 리그를 운영했다. 대부분의 구단이 트레이너와 통역, 전력분석 인력을 고르게 고용하며 팀 운영 전문화에 노력을 기울였다. 

사무국 직원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사무국장과 사무국 직원 1명으로 구성된 팀도 적지 않았다. 현재는 운영, 홍보 등을 나눠 업무를 세분화하며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구단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V-리그를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들 역시 전문성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팀을 이끄는 지도자, 경기의 공정성을 책임지는 심판 등 체계적인 양성 시스템이 충분히 자리를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아직까지는 개인의 역량과 현장 경험에 의존하는 구조에 머물러있다. 나아가 아마추어 현장에서 선수 육성을 담당하는 인력, 선수 영입과 전력 구성을 좌우하는 스카우트 역량, 경기 기록원과 경기 감독관 등 다양한 전문 인력 역시 리그를 지탱하는 구실을 한다.

이제는 단순한 인력의 수를 넘어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짚어봐야 한다.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 인력들이 배구 생태계에서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신인 선수를 주전 선수로 키우기 위해서도 체계적인 훈련과 꾸준한 출전 기회 등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전문 인력 역시 경험을 쌓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 배구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서라도 배구 전문가 양성이 뒤따라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2025년부터 한국실업배구연맹과 손을 잡고 프로팀이 참가하는 프로배구 퓨처스 대회를 열고 있다. 2025년 7월 10일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의 결승전./한국배구연맹 제공

구조적 한계에 부딪힌 현실

한국 배구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도 분명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경험을 쌓을 무대가 없다는 것이다. V-리그에서는 꾸준히 2군 리그의 필요성에 대해 제기되지만, 여전히 V-리그에만 집중돼있다. V-리그 외 성장할 수 있는 별도의 무대가 없다. 

야구와 축구, 농구 등 다른 종목에서는 2군 리그나 하부 리그를 이용해 선수 뿐만 아니라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등 다양한 인력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상대적으로 배구는 이러한 구조가 미비하다. 배구 팀 수 자체도 적다. V-리그 안에서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 기회의 부족으로 이어지고, 전문 인력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결국 경험 그리고 전문성을 축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신입 인력이나 젊은 지도자, 분석관 등은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기 전에 현장을 떠나거나 혹은 역할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리그 전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몇몇 구단에서는 여전히 사무국 운영 시 모기업 파견 인력으로 인원을 보충하곤 한다. 인력이 교체되면서 장기적인 전문성 축적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구단 운영의 연속성과 노하우가 단절되는 문제도 반복된다. 현장 경험이 쌓이는 것이 아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V-리그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며 경험을 축적한 인력의 수는 현저히 적은 편이다. 사무국의 노련한 운영 능력은 팀의 성적에도 영향을 끼친다. 2025-2026시즌 여자부에서 GS칼텍스 우승에도 보이지 않는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군 리그는 아니지만 새로운 ‘무대’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실업배구연맹전에 V-리그 팀들을 출전시키면서 의미 있는 첫 발을 내디뎠고, 올해도 6월 단양에서 열리는 대회에 V-리그 팀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V-리그에서 출전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무대다. 당시 각 팀에서는 코치들이 팀을 이끌기도 했다. 지도자들에게도 널리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적으로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2025년 8월 20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2025 KOVO 심판 아카데미./한국배구연맹 제공

분야별 전문가 양성 필요

분야별 전문가 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이 있다. 바로 핸드볼이다. 대한핸드볼협회는 2012년 ‘핸드볼 아카데미’를 출범했다. Handball Academy in Korea(HAK)는 지도자와 심판, 유소년 육성까지 아우르는 통합 교육 체계를 마련했다. 관련 데이터 관리와 과학적인 연구 개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했고, 단순한 교육을 넘어 핸드볼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반으로 삼았다. 특히 지도자 분과, 심판 분과 등 각 영역별 전문 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우수 선수 발굴에도 힘을 쏟았다. 

핸드볼 아카데미에서는 지도자 분과, 우수선수 분과, 심판 분과, 전력분석 분과로 나뉘어 각 영역에 맞는 교육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먼저 지도자 분과는 글로벌 수준의 전문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한다. 국제핸드볼연맹(IHF), 아시아핸드볼연맹(AHF)과 협력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 지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지도자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수선수 분과는 유망주 발굴과 체계적인 관리에 집중한다. 체격, 체력, 심리, 기술 등 다각도의 평가를 통해 선수 개인의 특성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럽 아카데미와 교류로 해외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심판 분과는 국내외 심판 양성과 교육 체계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이용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심판을 배출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운영한다.

전력분석 분과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데이터 기반 분석을 담당한다. 전략과 전술 분석은 물론 전력분석관과 기록원 양성 교육을 병행한다. 국제 경기 트렌드 분석과 영상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핸드볼 아카데미는 지도자, 선수, 심판, 전력분석까지 전 영역을 체계적으로 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동시에 육성하는 통합 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야구와 축구, 농구는 스포츠 행정 인력에 대한 교육과 육성 구조를 갖추고 있다. 리그 운영 매뉴얼과 실무 중심의 교육, 협회 차원의 행정가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기장 밖 인력’ 역시 전문 직군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왔다. 

이렇게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은 모두 인지하고 있다. 다만 실행하는 주체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줘야 한다. 한국배구연맹과 대한배구협회의 협력이 필요하다. 

대개 협회는 유소년 육성과 지도자, 심판 등 저변 확대와 종목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책임진다. 반면 연맹은 리그 운영을 중심으로 보다 실무적인 영역을 다룬다. 즉 구단과 현장에 밀접한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유기적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효과적인 인력 양성 구조가 완성된다. 즉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역할 분담과 협력을 토대로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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