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즐겁게 배구했습니다"…'레전드' 문성민의 마지막 인사
심혜진 기자
cherub0327@thevolleyball.kr | 2025-03-21 08:07:51
[더발리볼 = 심혜진 기자] “지금까지 즐겁게 배구했습니다.”
'레전드' 문성민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지난 20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OK저축은행의 6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문성민의 은퇴식이 진행됐다. 은퇴식은 감사 영상 ‘Thank you mooni’를 시작으로 핸드프린팅, 영구결번(15번) 기념식, 은퇴사 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자리에는 현대캐피탈에서 사제지간으로 함께했던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과 최태웅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비롯해 남자대표팀을 이끄는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 그리고 동료 신영석, 곽승석, 서재덕, 노재욱 등이 함께해 문성민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경기대 졸업 후 해외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문성민은 2010-2011시즌부터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고 15시즌 동안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그동안 역대통산 381경기 4813점, 공격 성공률 52.14%를 기록했고, 정규리그 MVP 2회(2015-2016, 2016-2017), 챔피언결정전 MVP 1회(2016-2017), 라운드 MVP 5회 등 화려한 족적을 남겼다. V-리그 역대 누적 득점 3위, 서브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부 최초로 200서브와 300서브를 돌파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국가대표로서도 빛났다.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2015-2016시즌 18연승은 그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순간이다. 문성민은 “챔프전 우승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선수들과 재밌게 배구를 했다. 10년 만의 우승도 이뤘고 내 배구 인생에서 의미가 큰 시즌이었다”며 “18연승 때는 선수들이 한뜻으로 즐겁게 배구하려 했던 분위기가 코트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경기를 한다기보다 놀러 간다는 생각으로 했던 기억이 남는다”고 돌아봤다.
세월이 흐르며 임무도 달라졌다. 몇 시즌 전부터는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그는 묵묵히 팀을 지탱했다.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고 행복했다”고 말하는 시선에는 후배들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문성민은 코트에 서지 않기로 했다. “오늘이 선수로서 마지막이다”라며 “팀이 챔프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규리그 종료 시점에 은퇴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인사를 천안에서 팬들에게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은퇴 이후의 계획은 아직 열려 있다. 문성민은 “구단과 먼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고민할 생각이다. 배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배구를 하면서 운이 좋았다. 좋은 구단에서 시작해 훌륭한 선배, 동료, 후배들을 만났기에 오래도록 즐겁게 배구를 할 수 있었다”며 “처음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은퇴식까지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남겼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인사를 남긴 문성민. 그의 이름이 남긴 울림은 여전히 크다.
[ⓒ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