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그만두더라도 한 번쯤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첫 팡팡 플레이어부터 물세례까지 ‘최서현의 날’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5-11-10 11:22:19

정관장 세터 최서현./대전=이보미 기자

[더발리볼 = 대전 이보미 기자] 예상치 못한 시점에 일찌감치 기회를 얻었다. 그래도 2005년생 세터 최서현은 코트에서 즐기고 있다. 

최서현은 현재 2025-2026시즌 V-리그에서 정관장의 주전 세터로 활약 중이다. 염혜선, 김채나가 모두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최서현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최서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서현은 파장초-수일여중-한봄고를 거쳐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현대건설 지명을 받았지만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현대건설에서 두 시즌 동안 3경기 4세트 출전에 그쳤다. 결국 2025년 6월 30일 자유신분선수가 됐다. 프로 무대에서 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관장이 최서현의 손을 잡았다. 

정관장 고희진 감독도 “처음에 우리 팀에 왔을 때 얘기를 했다. 그냥 데려온 거 아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온 거다. 다만 우리 팀 훈련이 쉽지는 않다. 그 훈련을 견디면 분명히 좋은 선수가 될 거고, 좋은 기회가 갈 거다고 했다. 서현이가 잘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온 거다. 그 기회를 잘 살리고 있다. 그래서 기특하다”며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고 감독이 지켜본 최서현은 세터로서 배짱도 있다. 그는 “당돌함도 있고 비상하다. 머리 회전이 좋다. 지시를 내려보고, 미션을 줬을 때 잘 따라주고 있다. 실수를 하더라도 과감하게 하려고 한다”며 힘줘 말했다. 

정관장 최서현./KOVO

최서현은 이번 시즌 6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했다. 팀은 부상 악재 속에서도 1라운드를 3승3패로 마쳤다. 최서현은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정호영-박은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최근 5경기 연속 서브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비시즌 팀 내 서브 부문 최하위에 머물렀던 최서현. 짧은 비시즌이었지만 노력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9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서브로만 3점을 올리며 총 5점을 기록했다. 경기가 끝난 뒤 ‘팡팡 플레이어’로 뽑히면서 프로 첫 방송 인터뷰도 했고, 팀원들의 축하의 뜻이 담긴 물세례까지 받았다. 그래도 최서현은 기분이 좋다. 

최서현은 “팡팡은 처음이다. 물세례까지 받았지만 좋다”면서 “1라운드 경기를 하면서 안 좋은 경기도 있었고, 좋은 경기도 있었다.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을 토대로 2라운드 때도 더 신중하게 경기를 운영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연습할 때도 같이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신다.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면서 “훈련이 힘들긴 하지만 확실히 힘든 만큼 몸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페퍼저축은행전에서 범실도 나왔다. 최서현은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처음에 미스하고 멘붕이 오긴 했는데 세터가 흔들리면 팀이 흔들린다. 금방 멘탈을 잡고 처음부터 하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주전 세터로서 책임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프로 첫 '팡팡 플레이어'로 뽑힌 최서현./KOVO 승리의 미소를 짓는 정관장 최서현./KOVO

간절한 마음을 안고 뛰는 최서현이다. 그는 “팀에서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프로 입단해서 제대로 뛰어본 경험도 없었다. 솔직히 배구를 그만두더라도 코트에서 한 번쯤은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이 좋게 보고 데려와주셔서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진심을 전했다. 

계속해서 “예상치 못하게 기회를 얻었지만 힘들었던 거를 보상 받는 느낌이다. 좋다. 가족들도 많이 좋아해주신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서현은 프로 3년 차다. 영플레이어상까지 노려볼 만하다. 그는 “사실 그것까지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동기인 (김)세빈이가 열심히 해보라면서 영플레이어상 얘기를 해줬다. 우리가 이번 시즌까지 받을 수 있는 상이지 않나. 그 때부터 욕심이 났던 것 같다”며 수줍은 표정을 보였다. 

1라운드를 되돌아본 최서현은 스스로에게 100점 만점 중 56점을 줬다. 그는 “가운데보다는 조금 높은 것 같다”고 말한 뒤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볼 밑에 찾아가는 거랑 컨트롤을 좀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 감독은 “최서현의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만큼 최서현은 정관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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