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간 노감독의 최대 유산, 가장 든든한 창과 방패가 됐다 “아직 2R이잖아요, 저희 더 올라갈 수 있어요”

광주=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12-01 07:00:55

빅토리아와 하이파이브하는 최정민./KOVO

[더발리볼 = 광주 김희수 기자] 성실히 성장해온 유망주가 이제는 위기의 팀을 구원할 수 있는 창이자 방패가 됐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김호철 전 감독이 IBK기업은행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은 성장을 한 선수는 단연 최정민이었다. 드래프트 때부터 상당한 잠재력을 인정받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정착할 포지션을 찾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던 최정민을 팀을 대표하는 미들블로커이자 블로퀸으로 성장시키는 과정 속에 김 전 감독이 있었다. 최정민은 팀을 떠난 노감독이 남겨둔 최고의 유산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김 전 감독은 떠났지만, 최정민은 위기의 팀을 구원할 수 있는 든든한 창이자 방패로 여전히 남아 있다. 최정민은 30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페퍼저축은행과 IBK기업은행의 진에어 2025~2026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경기에서 블로킹 4개 포함 14점을 터뜨리며 팀의 3-2(25-21, 13-25, 25-19, 18-25, 15-7)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종료 후 최정민이 인터뷰실을 찾았다. 최정민은 “7연패라는 긴 연패를 지난 경기에서 끊은 뒤, 이 분위기를 타고 가면 계속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번 경기를 포함해 최정민의 이번 시즌 블로킹 페이스는 상당히 좋다. 30일 경기 종료 후 기준 블로킹 3위(세트 당 0.721개)에 올라 있다. 블로퀸의 자리에 올랐던 2023-24시즌(0.827개)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페이스다. 최정민은 “전 시즌에는 코어 힘이 약간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 부분을 보완하는 데 집중한 게 주효했다. 사이드 블로커들이 자리를 잘 잡아주는 덕도 있다”며 다시 올라온 블로킹 페이스의 비결을 소개했다.

환호하는 최정민./KOVO

경기의 막바지였던 5세트 14-6에서, 육서영의 플레이가 비디오 판독을 거쳐 블로커 오버네트로 판정되자 육서영은 오버네트가 아니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최정민은 그런 육서영을 진정시키며 뒤로 밀쳐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웃음이 터진 최정민은 “밖에서 코치 선생님들이 오버네트가 맞다고 뒤로 빠지라고 했는데 (육)서영 언니가 너무 흥분한 것 같아서, 맞으니까 뒤로 빠지라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해줬다.

이후 최정민과 지난 연패 기간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되던 것도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다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걱정만 가득한 채로 코트에 나섰다”고 당시를 돌아본 최정민은 “김호철 감독님이 나가시던 날에도 선수들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조금 더 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런 최정민에게 김 전 감독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도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최정민은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주전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에게는 언제나 좋은 감독님이셨다. 감사드린다”고 자신의 진심을 덤덤히 전했다. 

김호철 전 감독과 최정민./KOVO

새롭게 팀을 이끌고 있는 여오현 감독대행은 어떻게 팀을 이끌고 있을까. 최정민은 “기술적으로는 두 번째 동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또 자신 없는 행동을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그거 하나만 안 하면 범실을 해도 괜찮다고 해주시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신다. 덕분에 다들 자신 있게 서로 해보려고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여 대행의 지도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끝으로 최정민은 “시즌 전에 우리가 우승 후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우리는 충분히 좋은 팀이라는 거다. 아직 2라운드다. 시즌의 반환점에도 도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며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를 다부지게 다졌다. 

다재다능하지만 활용법이 고민이었던 유망주는 어느덧 위기의 팀에서 중심을 잡는 부동의 주전으로 성장했다. 매 순간 끊임없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최정민이 이번 시즌이 끝날 때 즈음에는 얼마나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해 있을지 기대된다.

[ⓒ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