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벽 체감하고 돌아온 정한용·최준혁, 이제 대한항공 주전 싸움 뛰어든다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5-09-24 17:16:25

대한항공 정한용과 최준혁./이보미 기자

[더발리볼 = 이보미 기자] 대한항공의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 미들블로커 최준혁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의 벽을 체감했다. 10월 V-리그 개막을 앞두고 팀 내 치열한 주전 싸움도 예고했다. 

두 선수는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에 발탁돼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에 출격했다. 한국은 11년 만에 세계선수권 무대에 올랐지만, 조별리그 C조에서 프랑스(0-3), 아르헨티나(1-3), 핀란드(1-3)에 모두 패하며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정한용은 핀란드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16점을 터뜨렸고, 최준혁은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총 19점을 기록했다. 지난 19일 한국에 입국한 두 선수는 바로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가 열리는 여수로 향했고, 21일 부산에서 OK저축은행과 이벤트 매치까지 마쳤다. 

정한용은 “일단 세계선수권에서는 높이부터 달랐다. 위압감이 컸다. 위축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고, 최준혁도 “영상으로만 보던 선수들과 경기를 해보니 정말 신기했다. 높이도 체감하는 게 다르다. 블로킹을 피해서 공격을 하기도 힘들었고, 상대 플레이가 빨라서 블로킹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거였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조별리그 첫 경기인 프랑스전에서 가장 경기력 차이가 컸다.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연속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프랑스는 베스트 멤버로 한국전에 임했다. 높이는 물론 파워와 스피드에서도 프랑스가 우위를 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남자배구는 2018년 이후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도 출전하지 못하고 주로 아시아권 대회에만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소중한 기회를 얻고 세계선수권에 출격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그동안 상대하던 팀과는 또 다른 레벨의 배구를 접하고 돌아온 셈이다.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FIVB

정한용은 “프랑스 선수들은 여유로웠다. 경기도 여유롭게 풀어나갔다. 우리는 준비한 거를 보여주지도 못했던 것 같다. 내 스타일대로 때리지 못했다. 블로킹이 높다보니 더 틀어 때리고 그랬다. 그러면서 범실도 나왔고, 위축됐던 것 같다”며 프랑스전을 돌아봤다. 

3경기 만에 대회를 마쳤지만 라미레스 감독은 선수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준혁은 “우리도 세계무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러니 고개 숙이지 말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세계선수권 기간에 필리핀으로 향한 정한용, 최준혁의 아버지의 열띤 현지 응원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FIVB와 인터뷰를 통해 “11년 만에 세계선수권에 나가게 돼 뜻 깊다. 아들한테 힘을 보태기 위해서 필리핀까지 날아왔다.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정한용과 최준혁은 아버지 이야기에 미소를 지었다. 정한용은 “팬 분들은 아버지의 응원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라. 형들도 재밌게 봐주셔서 대표팀 분위기도 풀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고, 최준혁은 “재밌었다. 주변 분들도 영상을 보시고 DM을 보내주셨다. 많이 웃었다. 솔직히 영상을 끝까지 보진 않았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제 다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프로 2년 차 최준혁은 비시즌 내내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면서 소속팀에서 함께 호흡할 시간이 적었다. 새 사령탑 헤난 달 조토 감독과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최준혁은 “올해 여름에 팀에서 훈련한 건 2주도 안 됐다. 컵 대회 우승도 밖에서 지켜보면서 빨리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컸다. 형들이랑 같이 맞춰가면서 기회를 얻고 싶다”면서 “그래도 대표팀에 다녀와서 공격할 때 더 자신 있게 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힘줘 말했다. 

한국 남자배구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최준혁./FIVB

정한용은 “준혁이 만큼 팀에서 빠져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컵 대회에서 뛴 (임)재영이 형, (서)현일이 등 다같이 경쟁을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대표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하이볼, 리시브에서 더 많이 보고 느낀 게 많았다. 이 경쟁에서 잘 싸워보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2021년 프로 입단한 정한용은 어느덧 5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여전히 대한항공에는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석석 듀오’라 불리는 정지석, 곽승석이 건재한 가운데 컵 대회에서 활약한 프로 6년 차 임재영과 2년 차 서현일이 새로운 조합으로 나서 빛을 발휘했다. 정한용도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도 김규민-김민재가 활약을 펼친 가운데 조재영, 진지위에 이어 최준혁까지 주전 싸움에 뛰어든다. 

2025-2026 V-리그에서 레벨업을 노리는 정한용과 최준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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