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대학배구에서 가능성 드러낸 선수들은 누구?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09-07 08:41:24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드래프트를 앞두고 활기가 가득해야 할 대학배구 현장이 심상치 않다. 고졸 얼리 드래프티의 증가와 프로팀의 대학배구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으로 인해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됐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 누군가는 가능성을 드러내며 배구 팬들과 프로팀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어필했다.
결국 임계점에 다다랐나?
저하된 기량, 함께 떨어진 현장의 열기
2025 현대캐피탈배 전국대학배구 단양대회가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충북 단양군 일대에서 치러졌다. 단양대회는 대학 팀은 물론 V-리그 관계자들에게도 요주의 대회다. 다가오는 2025-2026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준비하기 위해 선수들을 살펴보고 지명 리스트를 정리하기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단양대회 같은 연맹전이 치러지는 현장에는 V-리그 팀의 코칭스태프들이나 분석관, 프런트 등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기류가 달랐다. 대회 개막일임을 고려해도 V-리그 관계자들을 만나보기가 쉽지 않았다. 대학 배구의 수준 저하와 관심도 하락은 그간 꾸준히 언급돼온 문제였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낀 분위기는 더욱 차가웠다. <더발리볼> 역시 대회 초반부인 7월 30~31일에 현장을 직접 찾았지만, 현장의 열기는 이전 같지 않았다. 물론 라인-루르 세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와 연령별 대표팀 차출 등으로 인해 주요 선수들이 불참한 탓도 있었지만, 프로팀들의 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 확실히 체감됐다.
실제로 현장을 찾은 관계자도, 찾지 않은 관계자도 입을 모아 한 이야기는 “대학 배구의 수준은 해가 갈수록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장을 찾은 한 관계자는 “단순히 어떤 포지션이나 롤을 소화할 선수를 찾는 게 아니라, 우리 팀에 꼭 필요한 특정한 개인기를 갖춘 선수를 찾으러 왔는데 생각보다 찾기가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전부터 대학배구의 수준이나 인기 저하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선수 드래프트 제도의 존재 속에 대학배구의 필요성과 인지도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우리가 대학배구의 미래다!
1~2학년 선수들의 좋은 활약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1~2학년인 선수들의 기량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이 선수들이 주축이 될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생기는 이유다. 1~2학년들 중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조선대의 아웃사이드 히터 오랑바야르다. 앞선 고성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오랑바야르는 뛰어난 신체조건과 탄력을 활용한 과감한 공격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갖춰야 할 배구 센스도 어느 정도 갖췄다. 다만 아직 블로킹에서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리시브 역시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경희대의 2학년 듀오 김도원-정송윤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세터 김도원은 하이브리드 서브와 준수한 경기 운영으로, 아웃사이드 히터 정송윤은 과감한 공격과 서브로 제 몫을 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충남대 1학년 아웃사이드 히터 홍준영과 2학년 미들블로커 이동윤도 대회 2일차 경기대전에서 좋은 활약으로 팀의 첫 승에 기여했다. 경상국립대 2학년 미들블로커 이승민과 중부대 아포짓 최진우는 피지컬 장점을 살리면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다만 이승민은 피지컬을 조금 더 키워야 한다는 숙제를 풀어야 하고, 최진우는 스피드와 결정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양대 송원준은 2학년이지만 웬만한 팀의 3~4학년 아웃사이드 히터들을 상회하는 공격력과 스피드를 갖췄다. 특히 깔끔한 폼에 대한 칭찬이 이어진다. 3학년 선배 정성원과 함께 조합됐을 때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분명 대학배구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빛나는 재능들이 모여 있는 세대가 있는 한, 희망이 없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재능을 만개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다가오는 드래프트
이 3~4학년들의 이름을 알아두세요
1~2학년들의 활약이 조금 먼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면, 코앞으로 다가온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나설 4학년들과 얼리 드래프티를 준비하는 3학년들의 활약은 가까운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어떤 선수가 우리 팀의 막내가 될지 궁금해 할 배구 팬들에게 미리 알아두면 좋을 3~4학년들의 이름을 소개한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사실상 합격자 없이 전멸했던 포지션인 리베로에서는 조선대 3학년 김정진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수비 센스가 뛰어나서 반격으로 이어지는 첫 단추를 잘 꿰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현 대학부 최고의 리베로라는 호평을 들었다. 지난 드래프트에서 개최 하루를 앞두고 얼리 드래프티 도전을 철회했던 인하대 4학년 박규환과 몇몇 프로팀의 꽤 깊은 관심을 받아온 홍익대 3학년 백창진도 주목할 만하다.
반대로 세터의 경우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이미 워낙 많은 선수들이 빠져 이번 드래프트 참가 후보가 많지 않다. 그 중 두 명의 4학년 세터 박상우(한양대)와 박인우(조선대)는 이름도 비슷하지만 장신 세터라는 강점도 공유한다. 두 선수 모두 190cm가 넘는 피지컬을 기반으로 사이드에서 높이 싸움에 힘을 보탠다. 볼 컨트롤과 경기 운영에서는 살짝 스타일이 다르다. 박상우가 좀 더 정제된 경기 운영을 잘 한다면, 박인우는 개성 있는 경기 운영에 강점이 있다. 박상우는 경기력의 기복이, 박인우는 오랑바야르 중심으로 굳어져버린 클러치 플레이가 불안 요소로 꼽힌다. 둘 중 자신의 불안 요소를 더 효과적으로 감추며 시즌 후반부를 보내는 선수가 프로팀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박상우의 경우 단양대회 중반에 당한 왼쪽 발목 인대 파열로부터 잘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아포짓 쪽은 3~4학년 자원 중 190cm 후반 이상의 장신 자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피지컬만 조금 관대하게 바라본다면 지켜볼 만한 자원들은 있다. 지난해 얼리 드래프티 도전에 실패하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서는 임지우(경기대)는 빠른 템포로 끊어먹는 공격을 잘한다. 다만 하이 볼 처리 능력과 후위 공격 능력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김남현(명지대)은 키는 크지 않지만 경쾌한 스윙과 다리가 벌어지는 착지 동작에서 임동혁이 연상되는 선수다. 특히 중앙으로 파고드는 시간차 공격은 명지대의 필살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조선대 이승원은 준수한 테크닉과 스피드를 갖춘 왼손잡이 공격수다. 다만 오랑바야르의 등장 이후 공격에서의 비중이 줄어든 부분이 아쉽다. 실제로 단양대회에서도 공격적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아웃사이드 히터는 <더발리볼>이 앞서 대학배구 스타로 조명한 바 있는 두 명의 선수 3학년 정성원(한양대)과 4학년 마윤서(경희대)의 다재다능함에 눈길이 갔다. 특히 정성원은 ‘정성원이 배구를 잘하는 선수라는 걸 모르는 관계자는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기본기가 깔끔하다. 다만 185cm의 작은 신장이 발목을 잡는다. 마윤서는 ‘난이도 높은 프로 무대의 일정을 버티기 위한 벌크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현장에서 나왔다.
두 선수 외에 주목할 만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로는 중부대의 3학년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 김민철-전유석과 명지대 3학년 김승록이 있다. 김민철은 준수한 탄력과 과감한 공격으로 중부대 공격의 한 축을 맡았다. 192cm의 신장 역시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나쁘지 않다. 그러나 수비와 리시브에서는 보완해야 할 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전유석은 김민철과 장단점이 반대다. 198cm라는 다부진 피지컬을 자랑하고, 이로 인해 사이드 높이 싸움에서도 힘을 실어준다. 장신 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는 안정적인 리시브 센스까지 갖췄다. 그러나 공격력에 대한 아쉬움은 짙게 남았다. 조금 더 스윙을 키우는 쪽으로 공격 폼을 교정해야 할 것 같다는 관계자 평가가 나왔다. 김승록은 날카로운 서브와 빠른 공격을 주무기로 삼는 선수다. U-리그 후반부부터 폼을 끌어올리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러나 신장에는 강점이 없는 선수인 만큼 프로팀들에 어필하려면 공수 양면에서 더 확실한 자신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미들블로커 쪽은 4학년 전상은(홍익대)와 3학년 임동균(한양대) 정도가 기대 받는 자원들이다. 나란히 일본 나고야에서 펼쳐지는 서일본 남자 대학배구 선발 대항전에 나설 한국 대학배구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전상은이 크게 모난 구석 없이 육각형 밸런스가 잡힌 자원이라면, 임동균은 공격과 서브가 좋다. 프로팀에서의 평가는 임동균 쪽이 조금 더 높지만, 미들블로커를 필요로 하는 팀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남은 시즌을 성실하게 치른다면 전상은에게도 프로 입성의 기회는 충분히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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