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무대를 누빈 V-리그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상은? 

김희수 기자

volonta@thevolleyball.kr | 2025-09-03 14:35:10

아히(오른쪽)./FIVB

[더발리볼 = 김희수 기자] 2025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남자부 폴란드, 여자부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배구 팬들은 올해 최고의 빅 이벤트인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최고의 전초전이라는 느낌으로 VNL을 즐겼다. 한국 팬들은 단연 한국 여자 대표팀의 경기를 가장 주목했겠지만, 대회를 소화한 다섯 명의 V-리그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눈길이 갔다. 이들은 이번 VNL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을까.

몰락한 네덜란드
주포 아히의 빛바랜 분투
네덜란드 남자 대표팀의 2025 VNL은 악몽이었다. 한국과 평가전으로 아시아 배구를 분석하고 시차 적응에도 힘을 쏟으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지만 1승 승점 5라는 성적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결국 VNL에서 퇴출되며 몰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고군분투한 선수들이 있다. 다가오는 2025-2026시즌을 삼성화재에서 뛰게 될 미힐 아히가 그 중 한 명이다. 아히는 12경기에서 178점을 올렸고, 블로킹 14개와 서브 득점 3개를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도 준수했다. 5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경기가 6회였고, 40% 이하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한 경기는 3회였다. 

플레이스타일은 우리카드에서 뛰었을 때의 그대로였다. 최대한 코트 안쪽에 공을 박아서 때리려는 스타일을 유지했다. 그렇다 보니 우리카드에서 노출한 약점인 범실 동반도 그대로 노출됐다. 공격 범실 5개 이상의 경기가 6회였다. 상대 사이드 블로커들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력이 오락가락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블로킹은 준수했다. 경기당 1개 이상의 블로킹을 잡아냈고, 특히 독일 전에서는 블로킹 4개와 유효 블로킹 4개를 기록하며 철벽같은 활약을 펼쳤다. 다만 서브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서브 득점 3개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범실이 무려 42개나 나왔다. 마진을 맞추지 못한 셈이다. 강서브는 영점이 맞지 않았고, 코스를 조절하면 위력이 떨어지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장단점이 모두 드러났어도 어쨌든 아히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아포짓이라는 중책을 맡아 대회 내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는 몰락해가는 팀을 홀로 지탱할 수 있는 ‘슈퍼 에이스’는 아니었다. 

서브를 넣는 디미트로프./FIVB

많은 기회 얻지 못한 알리와 디미트로프
팀은 침몰했지만 본인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는 양껏 얻은 아히와 달리, 알리 하그파라스트와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는 팀의 순항과는 별개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다. 우리카드와 재계약을 체결한 알리는 이번 VNL에서 4경기에 나서 총 20점을 올렸다. 가장 좋은 내용을 선보인 경기는 아르헨티나전이었다. 공격 성공률 66.67%를 기록하며 11점을 터뜨렸다. 상대가 주전을 뺀 경기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활약이었다.

그러나 다른 경기들에서는 나설 기회도 많지 않았던 데다, 그 적은 기회 속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도 못했다. 아르헨티나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공격 성공률이 40%를 밑돌았고, 블로킹에서는 모두 마이너스 효율을 기록했다. 공격 범실도 10개로 많았고, 범실이 없는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리시브 역시 시도 24회, 실패 6회, 정확 6회로 그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이란은 8위로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하며 모처럼 국제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알리 개인으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은 대회였다.

OK저축은행의 새로운 아포짓 디미트로프는 알리보다도 더 적은 경기에 나섰다. 불가리아 대표팀 소속으로 2경기에 나서 총 13점을 올린 것이 전부다. 슬로베니아전에서 11점을 터뜨린 것은 좋았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다. 다만 디미트로프는 이전까지 대표팀의 주력 멤버였고, 9월 세계선수권 참가도 확실시된다. 세계선수권을 위해 VNL에서 힘 조절을 한 팀들이 많았던 만큼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 기용 방식도 힘 조절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멀티 포지션 소화한 타나차
가능성과 한계 동시에 드러냈다
한편 여자부에서는 한국도로공사와 재계약을 맺은 타나차 쑥솟이 태국 대표팀에 속해 대회를 소화했다. 타나차는 11경기에 나서 총 73점을 올렸다. 공격 득점은 64였고, 블로킹 5개와 서브 득점 4개를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은 38.79%였다.

타나차의 주력 포지션은 아포짓이었다. 대회 공식 로스터에도 아포짓으로 등록됐고, 실제로도 아포짓 자리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했다. 그러나 V-리그에서 아웃사이드 히터로 주로 나섰던 그는 VNL에서도 리시브 라인에 서면서 다양한 롤을 소화했다. 대회 후반부에 치러졌던 미국-독일-도미니카공화국과 경기에서 리시브에 가담해 나쁘지 않은 수치를 기록했다. 총 40회의 리시브를 시도했고 14번을 정확하게 세터의 머리 위로 연결했다. 실패는 4회에 불과했다. 찻추온 목스리-코크람 핌피차야-아차라폰 콩욧으로 대표되는 태국 대표팀의 화려한 윙 자원들 사이에서 멀티 포지션 자원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문제는 공격 기복이다. 공격 성공률이 최저 21.43%에서 최고 66.67%까지 널뛰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경기도 두 경기에 불과했다. 공격에서 언제나 팀의 상수가 돼야 하는 아포짓의 제1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미국전과 독일전에서 공격 성공률이 자신의 대회 평균 수치를 밑돈 것도 아쉽다. 멀티 포지션 플레이어임을 증명했지만, 어느 쪽에서도 확실한 1옵션이 될 수는 없었다.    

블로킹 하는 시마무라(왼쪽)./FIVB

페퍼저축은행은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시마무라의 엄청난 활약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에서 고군분투했던 아시아쿼터 장위를 대체할 선수는 결국 시마무라 하루요였다. 그는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는 못했지만, 스테파니 와일러의 부상 이탈로 인해 페페저축은행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일본 SV.리그 NEC 레드 로켓츠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해왔고 대표팀 경력도 쌓아왔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다소 정체기에 접어든 커리어로 인해 2025년 일본 대표팀에서의 활약과 다가오는 시즌 페퍼저축은행에서의 활약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시마무라의 2025년이 심상치 않다. 시마무라는 VNL에서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며 경기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12경기에 나서 총 111점을 터뜨렸고, 블로킹은 17개를 잡아냈다. 공격 성공률은 51.67%에 달했다. 예상 이상으로 많은 출전 시간이었고, 또 예상 이상으로 좋은 활약이었다. 최대 강점인 공격력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공격 성공률 40%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10번이었고, 특히 마지막 6경기 중 4번이나 5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한 것도 긍정적이다. 공격 범실을 3개 이상 기록한 경기가 단 한 번에(폴란드전) 불과할 정도로 공격의 순도도 높았다.

블로킹에서는 득점보다도 유효 블로킹 수치가 돋보였다. 유효 블로킹이 블로킹 범실보다 적었던 경기도 공격 범실과 마찬가지로 단 한 차례(폴란드전)다. 특히 프랑스전에서는 블로킹 득점 4개에 유효 블로킹 10개를 잡아내며 철벽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여기에 서브에서도 준수한 실력을 보였다. 대회 내내 기록한 서브 범실이 3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효율적인 서브를 구사했다. 

당초 시마무라가 VNL만을 소화한 뒤 세계선수권 로스터에서는 제외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그는 VNL에서 빼어난 활약에 힘입어 세계선수권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으로서는 그야말로 ‘웃픈’상황을 맞았다. 시마무라의 컨디션이 최상에 달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세계선수권 출전으로 인해 합류가 늦어지고 잠재적인 부상 위험성을 계속 안고 가게 된 것은 악재기도 하다. 

[ⓒ 더발리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