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창단 14년 만에 감격의 첫 우승, “여자배구 발전에 천안청수고가 일조하겠다”
이보미 기자
bboo0om@thevolleyball.kr | 2026-06-11 11:49:45
[더발리볼 = 천안청수고 체육관 이보미 기자] 2012년에 창단된 천안청수고 여자배구팀이 무려 14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다. 2026년 4월 강원도 삼척에서 열린 한국중고배구연맹전에서 4경기 무실세트 전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조성훈 감독의 지휘 하에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명문팀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나아가 한국 여자배구 발전에 힘을 보태는 것이 목표다.
2026년 새 역사 쓴 천안청수고
감독부터 선수들까지 ‘원 팀’이 됐다
천안청수고는 2026년 4월 강원도 삼척에서 포효했다. 한국중고배구연맹전 결승전에서 경남여고를 3-0으로 꺾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2012년 팀 창단 이후 14년 만에 거머쥔 우승컵이다. 조성훈 감독은 “엄청 좋을 줄 알았는데 사실 덤덤했다. 그동안 선수들이 지금까지 쉬는 시간 없이 잘 버텨줬다. 연습경기도 많이 하면서 준비를 했고, 선수들이 성장하는 게 보이더라. 선수들도 코트 안에서 ‘여기에서 하나 더 해야 올라갈 수 있다’는 눈빛을 보였다”며 지난 우승의 기억을 떠올렸다.
조 감독은 삼성화재 소속으로 V-리그 경험을 한 바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이었던 그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삼성화재 지명을 받았고, 2011년 6월 현역 은퇴를 했다. 그때 당시 사령탑이 신치용 감독이었다. 천안청수고 우승 이후 스승의 연락을 받기도 했다. 조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짧았지만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때 배운 것들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지도를 하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선수 시절에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후회도 남는다. 그래도 얼마 전에 신치용 선생님이 우승 축하한다며 전화도 주셨다. ‘성훈아, 소주 한잔 사라’고도 하셨다. 굉장히 좋아해 주셔서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배구 명가’ 삼성화재는 엄청난 훈련량과 체력 훈련으로 유명했다. 조 감독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지도를 하고 있다. 먼저 조 감독은 2014년 천안쌍용중 남자배구부 지휘봉을 잡고 2년 만에 전관왕을 이뤘다. 2015년 한 세트도 획득하지 못했던 쌍용중은 그해 겨울, 고된 체력 훈련에 나섰고 그렇게 2016년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당시 박승수(한국전력)가 조 감독의 제자였다. 이후 조 감독은 3년 동안 모교 문일고에서 지내다가 2020년 청수고로 왔다. 청수고의 상황도 녹록지 않았다. 조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었던 때다. 2020년 선수가 7명이었는데, 3학년 선수들이 졸업하면서 4명으로 줄었다. 다행히 천안봉서중 선수들이 올라오면서 6명으로 시작을 했다. 대회를 나가도 교체 없이 6명이 풀타임을 소화해야 했다”고 전했다. 결국 체력을 끌어 올리는 전략으로 버티기에 나섰다. 조 감독은 “겨울에 체력 운동을 많이 했다. 인터벌,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 선수들도 서서히 ‘이게 왜 돼요?’라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가 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170cm가 넘는 선수가 한 명 밖에 없어서 수비 능력을 키우려고 했다. 상대가 범실을 하게끔 유도했다”면서 “수비를 중시하는 편이다. 지금도 훈련 때부터 잘 안 나오면 수비 연습만 3시간 한다”며 힘줘 말했다.
그러던 2022년에는 김현 지도교사가 합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조 감독도 “내가 아빠, 김현 선생님이 엄마 역할을 해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현 지도교사는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팀을 만들기 위해 선수들을 세심히 살폈다. 지방 대회에 가면 체육관, 숙소만 오가지 않고 그 주변 관광지나 맛집을 찾아가는 등 선수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매년 유니폼 디자인도 바꾼다. 타 팀 선수들을 만나면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김 교사는 “훈련이 힘들기 때문에 선수들이 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게 학생 선수들에게는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학생들은 정서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의 아내 역시 배구인이다. 바로 천안봉서중의 김하나 코치다. 김 교사는 “아내도 훈련에만 집중을 하는데, 이렇게 선수들을 챙겨줬을 때 믿고 따르는 운동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전직 V-리거’인 미들블로커 출신 심미옥 코치까지 데려왔다. 2000년생의 심 코치는 2018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로 현대건설 지명을 받았다. 2020년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해 한 시즌을 소화한 뒤 팀을 떠났다. 조 감독의 ‘미들블로커가 좋아야 한다’는 배구 지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인물이다. 조 감독은 “아무리 사이드 라인의 공격수가 좋아도 미들블로커 능력이 떨어지면 공격수가 살지 못한다. 그래서 미들블로커가 좋아야 한다는 게 내 배구 지론이다”며 “심 코치가 미들블로커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며 흡족한 표정을 보였다. 조 감독부터 김 교사, 심 코치 그리고 선수들까지 ‘원 팀’이 된 청수고다.
“한국 여자배구 발전에 일조하겠다”
청수고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배구 명문’ 고교팀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조 감독은 “아직까지 청수고 출신의 프로 선수가 많지 않다. 지금까지는 대학팀에 더 많이 보냈던 것 같다. 이제 3년 내내 버틴 선수들이 나왔는데, 그렇게 버티면 능력이 있는 선수 그리고 무조건 된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만큼 올해는 전국체육대회 우승도 중요하지만, V-리그 드래프트에서 우리 선수들이 수련선수가 아닌 라운드 안에 선발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선생님들이랑 다같이 정장 입고 가기로 했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벅차서 울 것 같다”며 선수들을 향한 애정과 진심을 드러냈다.
이제 6~7명으로 구성된 청수고가 아니다. 3학년 4명, 2학년 6명, 1학년 3명으로 총 13명으로 팀을 꾸렸다. 2학년인 184cm 미들블로커 김규연은 현재 IBK기업은행 소속의 미들블로커 김채연의 동생이기도 하다. 4세가 되던 해에 한국 땅을 밟은 ‘케냐 소녀’ 박믿음도 청수고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아울러 봉서중에 이어 작년에는 아산 모종중 배구부까지 창단되면서 선수 수급에 대한 우려를 지웠다. 풍부한 선수 자원과 함께 청수고는 시스템 배구를 펼치고 있다. 조 감독은 “시스템 배구를 하는 몇 안 되는 팀이 됐다. A속공, B속공은 물론 시간차, 이동 공격까지 다양한 공격을 구사하고 있어서 상대팀들이 어려워한다. 신장이 좋은 선수들도 점점 들어오고 있다”면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자랑했다. 주장이자 3학년 세터 김주솔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조 감독은 “리베로 김아중 선수와 함께 봉서중에서 올라온 김주솔 세터가 일취월장했다. 세트 플레이 개념조차 몰랐는데 지금 어디 내놔도 가장 좋은 세터가 돼서 흡족하다. ‘몰빵배구’가 아니라 공격을 분산하며 플레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귀화까지 노리는 아포짓 박믿음에 대해서는 “믿음이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서 구력이 짧다. 처음에는 점프도 낮았다. 앞으로 무시무시한 선수가 될 거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교사도 “믿음이는 아침 7시부터 러닝을 하고,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어찌됐든 지금 한국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그 기준에 맞춰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귀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준비 기간을 갖고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조 감독도 “한국 여자배구에는 정통 아포짓이 드물지 않나. 지금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믿음이가 귀화만 한다면 잘해줄 거다. 지금 신장은 179cm인데 팔이 길고, 파워도 있다. 믿음이가 때리는 공은 실제로 받아보면 묵직하다. 블로킹 타이밍도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자 고교팀에서는 한봄고, 선명여고, 중앙여고 등이 늘 우승 전력으로 대회에 나서곤 했다. 여기에 청수고의 이름을 올리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조 감독은 “일단 180cm 아웃사이드 히터 선수를 만들어 보고 싶다. 청수고도 명문팀이 돼서 졸업생들이 매년 찾아오는 그런 팀이 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사도 “이미 명문팀들이 있지만, 대한민국 여자배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청수고가 일조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V-리그 드래프트 앞둔 김주솔과 김아중
“청수고에서 우승 한 번 더 할래요”
Q. <더발리볼> 독자들을 위해 인사 부탁해요.
김주솔 안녕하세요. 청수고 3학년 세터 김주솔입니다. 전 주장을 맡고 있습니다.
김아중 저도 3학년 리베로 김아중입니다.
Q. 청수고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어요. 그때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주솔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어서 정말 좋았어요. 아중이가 수비를 잘 해줘서 편하게 토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줘서 코트 위 분위기도 좋았고요.
아중 제가 주전으로 뛴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우승을 해서 뜻깊었어요. 제가 받아준 공을 주솔이가 공격수들 때리기 편하게 잘 올려주고 살짝 흔들려도 범실 나오지 않게 잘 커버를 해줬어요. 그동안 훈련했던 게 결실을 맺은 느낌이었어요.
Q. 우승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주솔 동계 훈련 때부터 선생님들과 다 같이 훈련을 많이 하기도 했고, 그만큼 코트 안에서 ‘으쌰으쌰’해서 한 마음으로 우승을 할 수 있었어요.
아중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조)성훈, (심)미옥 선생님이 잘 알려주셨고, 분위기나 열정 부분은 선생님들이 많이 짚어주셔서 다같이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Q. 두 선수 모두 3학년이라 올해 가을에는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할 텐데, 서로의 장점에 대해 말해주세요.
주솔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파이팅해서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게 제 장점이에요.
아중 또 주솔이는 토스가 좋아요. 플레이가 다양해요. 공격수를 고루 활용하기도 하고 공격수 특성에 맞게 공을 올려줘요. 최고의 세터예요.
주솔 아중이도 발이 진짜 빨라요. 파이팅도 잘해줘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게 만들어주고요. 포기하지 않고 수비를 하기도 하고, 신장이 높은 팀을 만나도 주눅들지 않고 수비를 잘해줘서 고마워요.
아중 제 강점이라고 하면 두 가지를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발이 빠르다는 것, 다른 하나는 파이팅입니다. 안 될 때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뛰어요.
Q. 봉서중 시절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네요.
주솔 지금 학교 앞에서 같이 살고 있어요. 같이 먹고 같이 자면서 함께 생활하고 있어요. 평소에 쉴 때는 릴스 보다가 ‘여기 가자’하면서 가요.
아중 주솔이랑 많이 놀러가요.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휴가 받을 때 갔다 와요. 그게 제일 재밌어요. 최근에는 성수동에 다녀왔어요.
Q. 롤모델이 있나요.
주솔 대한항공 한선수 선수랑 태국의 폰푼 선수요. 한선수 선수는 코트에서 여유롭게 플레이 하는 거랑 어려운 볼을 다양하게 주려고 하는 걸 배우고 싶어요. 폰푼 선수는 한국 세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아요. 저도 해외리그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어서 해외 영상도 많이 보고 있어요.
아중 전 3명인데요. 한 분은 봉서중 김하나 코치님, 그리고 프로에서 뛰고 있는 현대캐피탈 박경민, 현대건설 김연견 선수요. 김 코치님은 디테일한 것까지 얘기를 해주셔서 많은 것을 배웠고요. 박경민, 김연견 선수는 발 빠른 리베로라 눈길이 더 갔던 것 같아요.
Q. 청수고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입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주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서, 다 같이 우승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한 번 밖에 없는 드래프트도 예정돼 있는데 생각만 해도 떨려요. 지금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요.
아중 전국체육대회 금메달 딸래요. 저도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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